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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영장 없이 맘대로 가둔다"...출입국관리법 논란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 두고 이주민, 이주아동 인권침해 논란 가열

by 이영일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2023년 3월 "아동과 장애인까지 강제 퇴거 대상이면 재판도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은 위헌"이라며 헌법불일치 판결 이후 나왔다.


출입국관리법은 일제가 패망후 일본 본토에 남겨진 조선인들을 강제로 몰아내기 위해 ‘단속-강제퇴거-구금-추방’을 일원화한 입국관리법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석 의원 274명 중 찬성 268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소위 진보를 내세우는 의원들이 내용도 잘 모른채 이주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법에 찬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회의 통과이후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등 진보정당들이 “제대로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사과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fence-2163951_1280.jpg ⓒ 픽사베이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최대 20개월까지 장기간 구금 가능


헌재가 헌법불일치라고 판단한 부분은 강제퇴거명령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구금하면서 그 기간의 상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해당 외국인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는 점도 문제라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총 구금 기간이 9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난민 신청·소송 중일때는 20개월까지 연장하도록 하는 상한 설정과 법무부 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반발은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로부터 시작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지난 7일 개정안에 대해 “헌재 결정에 반해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재판, 영장도 없이 장기간 구금하는 법”이라며 법무부와 국회를 규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도 11일 “해당 외국인이 국가보안법이나 테러방지법 등에 관련된 경우 외국인보호위원회가 예외적으로 36개월로 구금 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이 3개월이 넘으면 또 3개월마다 외국인보호위원회의 계속 보호 승인을 받는다”는 점을 두고 자의적 구금을 법제화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민변은 “사람의 신체 자유를 구속하는 중대 결정을 법무부 내부 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에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이주구금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people-9429776_1280.jpg ⓒ 픽사베이

인권위가 아동 구금 금지 신설하라고 했지만...세이브더칠드런 "개정안 다시 개정하라"


논란은 20일 국제 NGO에서도 터져 나왔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에 구금 대상의 제한이 없어 아동 구금의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이주아동 구금을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6월 법무부에 “부모와 동반되지 않거나 분리된 아동은 일반적으로 구금되어서는 안 된다”며 출입국관리법에 아동보호(구금)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은 “지금도 보호자와 생활 허가라는 이름하에 아동 구금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무부에 따르면 14세 미만으로 보호 명령을 받지 않았으나 부모와 동반 보호된 아동은 11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법상으로는 ‘보호’라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상 ‘구금’이라는 비판이 확산되며 이주민과 이주아동에 대한 인권 차원에서 논란은 계속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출입국관리법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었는지, 논란의 소지는 없는지, 헌재의 헌법불일치 사유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판단이 있었던건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1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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