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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동안 준비했다는 고교학점제 부실, 재검토를..."

고교학점제 출결 관련 교사노조 설문조사, 교사 94% ‘수업 운영에 지장

by 이영일

“대학 나온 엄마도 이해가 안 가네요”

“컨설팅 학원만 돈 벌게 생겼네요”

“애들 너무 불쌍해요”

“교사가 이걸 다 준비한다고요?”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책상 위에서나 하는 정책이네요”


지난 26일 교육부가 진행했던 고1 학부모 대상 고교학점제 온라인 설명회 실시간 댓글에서 터져나온 학부모들 반응이다.


올 3월 새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가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교육부가 되려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결국 고교학점제 시행 한달이 되는 31일, 되려 수업 운영에 지장을 주고 현행 담임제와도 부적합해 현장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IMG_3644.JPG 교사노조연맹이 31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교육부에 촉구했다. ⓒ 이영일


교사노조연맹 "교육부 탁상행정으로 학교현장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교사노조연맹(이하 교사노조)과 산하 지역 16개 교사노조 , 산별 7개 교사노조, 행복한 교육 학부모회는 31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을 비롯해 국회 교육위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김문수, 김준혁, 백승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교사들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교육부의 탁상 행정과 일방적 지침에 학교 현장에 혼란과 부담을 주며 오히려 교육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숙 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고교학점제를 두고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둥근 네모’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모순이 가득하다는 뜻"이라면서 "2028 대입 개편안은 고교 학점제와 충돌하며 무력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육부가 7년간 준비했다는 고교학점제 시행 3월 한 달 동안 전국의 고등학교는 교육부의 바뀐 출결 처리 지침으로 한바탕 대혼란을 겪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_bb5Ud018svc1c99be4kjhy9b_u5y5uu.jpg 기자회견에 참가한 교사들이 '무책임한 고교학점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 이영일


장 대변인은 또 “교육부가 미이수 제도로 인해 매시간 교과 교사가 학생들의 출결을 확인하고 나이스에 기재해야 한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현행 담임제에서 교과 교사는 수업 시간에 결석한 학생의 결석 사유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학생의 결석 사유를 잘못 입력한 경우 기존 한 번에 끝났던 출결 절차가 무려 5번 이상의 수정을 거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교사 94% ‘변화된 고1 출결처리가 수업 운영에 지장 초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교사노조가 22일부터 26까지 고교 교사 3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로 인한 출결 기재 방법 변경’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화된 고등학교 1학년의 출결 처리가 수업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가’라는 질문에 94%의 교사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변화된 출결 처리 지침이 현재의 학교 시스템인 담임 제도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에는 98%의 교사들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고교 학점제 운영을 위한 교육부의 준비와 지원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도 97%의 교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장경주 교사노조 정책처장은 “출석 시간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다. 교과 수업에서 결과 조퇴 지각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기에 어떤 학교는 1분만 참여해도 수업에 출석으로 인정되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40분 이상 참석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면서 "교육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고교 학점제는 갈수록 산으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IMG_3665.JPG 교사노조가 ‘변화된 고등학교 1학년의 출결 처리가 수업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가’라는 질문에 94%의 교사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 이영일

장 처장은 또 “졸업 요건에 대한 세부 안내도 없이 다과목 수업과 평가, 학생부 기록, 학생 진로 및 과목 선택 설계 지도 등으로 살인적인 노동량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미이수 학생의 추가 수업까지 떠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사를 배제하고 있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교사노조 고교학점제 TF팀장)은 “현재 상태에서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라면서 "자신의 희망에 따라 진로를 선택해야 하나 상대평가 아래에서 학생들은 내신의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입시 중심의 고교 학점제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성민진 인천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효율적 시스템을 강행하는 것은 학교 운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교육부는 이제라도 현장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하고 결단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추구했던 학생 맞춤형 선택 과정 운영,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과목 선택, 책임교육 등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해 있다"면서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학생에게는 숨 막히는 무한 경쟁을, 교사에게는 살인적인 노동량과 무한 책임을, 학부모에게는 불안과 박탈감을 안기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미이수 제도를 포함해 고교학점제를 현장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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