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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도 휴가도 마음대로?...청소년활동진흥원 '적발'

여성가족부 법무감사담당관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종합감사 결과 드러나

by 이영일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아래 진흥원)의 운영 실태가 기관 전반에 걸쳐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흥원은 청소년활동진흥법에 근거해 지난 2010년 8월, 한국청소년진흥센터와 한국청소년수련원이 통합되어 발족했다. 전국에 7개의 국립청소년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3월말 이같은 진흥원의 운영 부실 상태가 담긴 '2024년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종합감사 결과보고서'를 내놨지만 이같은 사실은 지난 10여 일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여성가족부 종합감사 결과 무더기 '적발'


여가부 법무감사담당관실이 2022년 5월 1일부터 지난해 7월 31일까지의 진흥원 종합감사를 시행한 결과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진흥원은 예산, 복무, 계약, 안전 등 대부분에 걸쳐 여가부로부터 무더기로 재발 방지, 기관 주의, 개인 주의, 개선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임직원들의 근무 상황 문란이 제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 임직원들이 휴가·공가·병가·특별휴가·출장시 사전 허가가 아닌 사용 후 결재를 받은 건이 무려 2178건에 달했다. 상신은 했지만 결재권자가 뒤늦게 결재한 건은 총 3,032건, 상신 후 5일을 초과해 직상급자가 결재한 건도 631건에 달했다.

1.jpg ▲휴가, 병가, 특별휴가 등 복무관련 사후 상신 현황 ⓒ 여성가족부


병가 등 사용도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 또는 가족의 치과 진료 등 일상적이고 부적한 사유로 보이는 병가·특별휴가·가족돌봄·공가가 365건에 증빙자료도 없는 건이 64건으로 지적됐다. 여가부는 이에 대해 "2022년 6월 9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직전 종합감사에서 이미 지적을 받았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연 근무자의 출퇴근 관리도 부실했다. 유연 근무자는 복무관리시스템으로 출․퇴근 시간을 등록해야 하지만 유연근무 총 22,910일 중 20.5%에 해당하는 4,700건의 출퇴근 기록이 없었다.


진흥원 개원기념일 규정상 '휴일' 아닌데도 쉬어... 2년간 9858만원 보수 지급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상 진흥원 개원기념일인 8월 8일은 휴일이 아닌데도 자체 취업규정에 이 날을 유급휴일로 마음대로 정해 2년간 9858만 원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공기관은 임직원의 결혼, 사망 조의금 등 경조사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지만 진흥원은 임직원 86건의 경조사비로 540만 원을 예산에서 지출했다.

3.jpg ▲진흥원 개원기념일 유급휴가 사용현황. ⓒ 여성가족부


임직원이 출장 중일 때도 출장여비와 별도로 965건에 대해 객관적 증빙자료도 없이 시간 외 근무수당 총 6천4백여만 원을 지급했다.


외부강의 신고 관리와 겸직허가 관리도 허술했다. 외부강의 후 10일 이상 신고를 미룬 건이 40건이었고 8명은 월 3회 초과 외부강의 시 필요한 이사장 사전 승인도 받지 않았다. 한 부장급 직원은 2년 여동안 7차례에 걸쳐 민간기업체 과제 채점에 참여해 440만 원을 수령하고도 겸직 허가도 받지 않았지만 진흥원은 이를 모두 구두 주의만 내렸다.


감사기간 중 업무용 차량이 3,103건에 걸쳐 출장 신청없이 운행된 점도 지적됐다. 목적이 불분명한 운행 14건, 부서 간식 구입을 위한 운행 17건, 주말에 직원 경조사 참석을 위한 공무용 차량 운행 등 경조사 참석 및 경조물품 전달 목적 28건, 직장내 동아리 활동을 위해 관내를 벗어난 장거리 운행 총 28건 등 총 87건의 운행 목적이 공무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공용차량을 자기 자가용 쓰듯 마음대로 사용한 것.

7.jpg ▲출장 중 시간 외 근무수당 지급현황. ⓒ 여성가족부


자기 개발하라며 직무 관련성이 낮은 항목에 36건 690여만 원 지급


지난해 신설된 '자기개발 활동 운영 지원사업'에서 진흥원은 6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직원의 자기개발 활동비로 총 46건에 870여만 원을 지출했는데 원데이 클래스, 공연 관람, 체육 강습, 취미 활동 등 직무 관련성이 낮거나 여가 활동 성격이 강한 항목에 36건, 690여만 원을 지원한 것도 확인됐다.


예산 집행도 허술했다. 회의 때 사용하는 다과비 등도 업무추진비로 집행해야 되지만 169건을 일반수용비로 집행했다. 거꾸로 정작 PC 렌탈 등 장비 임대에 사용되는 금액은 임차료로 집행해야 하지만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부적정 사례도 있었다.


여성가족부 "과거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들 개선 안된 채 반복"


청소년을 대상으로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인데도 소방안전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진흥원 산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5개 국립센터는 소방안전관리자를 감독직이 아닌 실무자를 지정해 운영하다 감사에 적발됐다.


진흥원 본원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소방계획을 수립도 안 했고 연 2회 이상 법정 의무사항인 소방훈련은 2022년도와 2023년도 실시하지 않았고 지난해는 감사기 시작되자 소방서 합동훈련이 아닌 자체훈련으로 생색만 낸 상황이다.


여가부는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 과거 감사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적발됐다"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진흥원은 2023년 11월, 여가부 및 관련 산하기관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고 같은 해 기획재정부 '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종합청렴도 4등급으로 내부 체감도와 청렴 노력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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