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기업인들,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정부는 남북경협 투자자산 즉각 청산하라”
“국회는 남북경협 기업 피해보상특별법 즉각 제정하라”
“대북 투자자산 90% 즉각 보상하라”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30여명의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분들이 마치 배트맨이 걸친듯한 검은 망토를 착용하고 구호를 외쳤다.
남북경협단체연합회 소속인 이들은 남북 화해와 협력, 평화적 공존과 공동 번영을 위한 상징이었던 남북경협에 참가했던 기업인들인데 자신들이 ‘모두 다 죽었다’는 심정으로 검은 망토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이명박 정부가 남북경협을 전면 중단한 일명 5·24조치 15주년을 앞두고 우리측 독자 제재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 달라며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5.24 조치로 졸지에 문 닫은 기업인들 "정부 결정으로 발생한 기업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는게 의무 아니냐"
5·24조치는 지난 2010년 3월 26일에 백령도 부근에서 초계 임부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자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대북 제재 조치다.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이다.
남북경협단체연합회 소속 금강산기업협회, 금강산투자기업협회,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남북경제협력협회,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원들의 얼굴은 지친 기색과 억울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지도와 정책을 따르며 기업으로서 애로는 있었으나 잘 적응하며 기업 경영활동을 진행하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2008년 금강산 중단, 2010년 5.24로 인해 내륙 투자 기업 중단, 2016년 개성 투자 기업 중단에 이르기까지 정부에 의하여 모든 대북 경협 사업은 중단되었다”며 “정부의 결정으로 발생한 기업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이 정당하고 타당한 의무가 아니냐”며 안타까운 절절함을 토해 냈다.
"남북경협인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나"
김기창 남북경협단체연합회 회장은 “김영삼, 노태우 시절부터 시작해 3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은 정부를 믿고 이 나라 민족의 장래와 평화 통일과 번영을 위해서 일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개척을 해 왔는데 정부는 고정자산의 45% 보상을 끝으로 현재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또 “우리 경협인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자연재해와 천재지변까지도 우리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보상하고 위로하는데 우리도 상식적으로 법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이제라도 정부는 피해를 입고 고통과 좌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북 경협인들에게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정부는 금강산 사업와 관련, 시작 시점부터 보험 제도가 없었는데 개성공단 보험 미가입 업체로 간주해 45%만 지원했고 심지어 심사에 누락돼 전혀 못 받은 기업도 있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노숙자 신세가 된 경협 기업들이 부채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세상을 살다가 여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 달라"
▲남북경협인들은 기자회견 종료후 통일부장관에게 드리는 회견문을 미리 나와 대기하던 통일부 관계자(우측)에게 전달했다. ⓒ 이영일
최 회장은 “정부의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라는 희망 고문이 17년이 지났다. 정부의 무책임으로 너무나 험난했던 대북 사업 잊어버리고 싶다”며 ▲ 미지급된 투자금 100% 지급하고 못 받는 업체에게는 지원금, 위로금 지급 ▲ 운영 경비로 대출한 대출금 원금 및 이자 채무 재조정 ▲ 국회 특별피해청산법 제정을 요구했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도 “수백명의 사장님과 개인 사업자들, 법인 사업자들이 문을 닫은지 17년이 지났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법이 없어서 보상을 못 한다고 한다. 국회도 다 해줬는대 뭘 또 하느냐고 하거나 피해보상법을 의뢰했더니 소급 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기자회견 종료후 통일부장관에게 드리는 회견문을 미리 나와 대기하던 통일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회견문에는 5.24 조치 및 금강산 사업 피해로 노숙자 신세가 된 경협 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부채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세상을 살다가 여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간곡히 청원드린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