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대책 없이 청소년들을 첨단 화학산업 회사로 몰아넣는 결과 초래할 것
윤석열 대통령 시절부터 도입이 추진돼 온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반도체특별법)이 청소년의 안전대책 문제로 비화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때 처음 도입이 추진됐는데 법안 내용중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예외적용 문제만 논란이 되고 다른 부분에선 여야 모두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소위 “반도체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라는 입장에 따라 지난해 서울반도체고등학교와 용인반도체고등학교 등 1년 사이에 전국의 반도체 고등학교가 10여개가 생겨났다. 당시에도 관련 단체들은 청소년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지만 큰 이슈에 묻혔다.
대선 후보 시절 이 반도체특별법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반도체고 설립은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30만명 이상의 반도체 산업 인력을 양성할 계획임을 밝히자 시도교육청이 자기 지역에 반도체고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고 안에 클린룸(반도체 생산시설)을 설치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데 여기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각종 독성물질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폐기하고 반도체고 설립 중단하라"
폭염경보가 내려진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국정기획위원회 앞에 이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회견에는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교육바로세우기·현장실습폐지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 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재벌특혜반도체특별법저지공동행동, 서울노동광장, 건강한노동세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반도체특별법 및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 어디에도 반도체 산업의 본질 집약적인 첨단 화학 산업이라는 말이 없다. 10대의 몸은 성인보다 유해물질에 민감하고 학교 실습이란 불안정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만 감안해도 너무 위험천만한 일인데 안전보건대책도 전혀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이 젊은 나이에 백혈병, 뇌종양, 각종 암과 희귀 질병, 유전 독성과 생식 독성 등의 산재 피해를 보아온 사실을 모르나. 모든 반도체 생산을 모두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 대책도 없이 청소년들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이어지는 반도체고 설립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 화학산업, 안전대책 없는 반도체고등학교 설립 추진 재고해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이종란 노무사(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는 “반도체 산업은 첨단기술 사업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첨단 화학산업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감광제가 반도체고에서 사용되고, 불산, 황산, 알칼리, 생식, 독성 유전독성 물질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지는데 안전 교육은 받고 있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노무사는 또 “이재명 정부는 그 어떤 안전보건대책 마련도 없이 반도체특별법으로 30만명 규모의 반도체고와 반도체특성화대학교, 대학원들을 증설하겠다고 한다. 이미 지어진 반도체고에서는 클린룸이 들어섰다.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유해 위험 사업장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내모는 정책은 지금 당장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은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졌어야 하는 학교가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유해성과 유연 물질들을 무시한 채 오직 기업의 편의를 위해 반도체 공정 교육만 주입하는 반도체고 신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회사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 1년 2개월만에 독성 간 질환 진단받은 피해자 어머니 눈물로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에는 학교 추천으로 인천 반도체 후공정 회사인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 입사 1년 2개월만에 독성 간 질환을 진단을 받은 2020년 마에스트고 3학년 아들의 어머니가 참석해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어머니는 “규모가 있는 회사고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로 조금 걱정은 됐지만 후 공정이라 안전하다는 교육을 받았다는 아들의 말에 학교를 믿고 아이를 보냈는데 이후 간 질환과 뇌 부종으로 생사의 기도를 넘나들었고 결국은 극적으로 간 이식을 통해 목숨을 건졌다. 내 아들은 입사 전까지 건강했고 군 신체 검사에 1급 판정을 받았던 아이였다”며 울먹였다.
어머니는 “아들과 동료들은 세정실에서 소주보다 독한 화학 약품 냄새가 심했다고 했지만 회사는 방독면이 아닌 얇은 면 마스크를 지급했다. 어떤 약품을 쓰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교육 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오버타임 근무도 강요당했다. 아들은 자신이 기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반도체고교 신설과 특별법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너무나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어머니 "다시는 우리 아들처럼 아픈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희망한다”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하청업체인 케이엠택에서 20세 청년 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어머니도 피해를 증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기자회견을 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이 어머니는 “제 아들은 21살이 되던 해에 회사 기숙사에서 아파서 응급조치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마치고 후유증으로 폐에 구멍이 생겨 산소호흡기를 집에서도 비치해 호흡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아들은 2021년 10월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때 학교의 추천으로 현장 실습을 나갔다”고 증언했다.
이 어머니는 “삼성의 1차 협력사로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인데 3개월의 현장 실습을 마친 뒤 바로 정식 입사하고 회사의 모 산학협력대학에 입학해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 대학을 다녔다. 아들은 하루 2천개 이상 휴대폰 부품을 조립할 때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고 현장의 공기 질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집안 누구도 백혈병이 없는데 회사에서 일한 지 2년만에 백혈병이 발병했다”며 “다시는 우리 아들처럼 아픈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에 ▲ 반도체고등학교, 특성화 대학, 대학원, 고교 및 대학교의 현장실습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비롯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 산업안전보건교육 필수 교과목 지정 ▲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반복적으로 직업병이 발생한 사업장에 청소년 노동자들의 취업 금지 ▲ 고등학생 및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 폐지 ▲ 재벌 기업의 이윤을 위한 재벌 특혜법이자 반노동 반환경 악법인 반도체특별법 폐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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