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은 건강한 토양 만들기로 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인간 중심의 농업에서 자연 중심의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안 농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농업은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생태계를 보존하며 최소한의 자연 파괴로 농사를 짓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농업 형태로는 생태농업, 탄소순환농업, 생태역동농업, 퍼머컬쳐(지속가능농업), 재생농업 등이 있다. 이러한 농업은 자연 순환 원리를 따른 상생농업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상생농업은 토양 건강과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토양 미생물 활성화 등 토양의 지력(地力) 증진에 주력한다. 토양은 생산성과 생물 다양성 향상의 핵심이며, 석유보다는 토양(Soil rather than Oil) 즉 화학적 농업보다는 흙을 살리는 농업을 강조한다. 이처럼 상생농업은 자연과 흙, 사람과의 공존을 위한 작은 노력으로 볼 수 있으며,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생태계를 보존하며 최소한의 자연 파괴로 농사를 짓는 형태다.
건강한 토양은 식물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농부들이 살충제, 제초제 등에 대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구 증가로 인해 토양은 황폐화되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 표면의 약 46%를 차지하는 건조 지대 중 9%는 심각한 사막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양을 회복시키기 위해 상생농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생농업은 농업 부산물을 다시 농업 생산에 재활용하여 물질의 순환을 유지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자원의 순환과 재활용을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생농업은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며 농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상생농업은 토양 황폐화와 사막화를 예방하고 토양의 생태계를 회복시킴으로써 토양의 건강을 촉진한다.
상생농업으로 첫째, 생태농업(Ecological Agriculture)이 있다. 생태농업은 생태학적 원리와 생태학적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농업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을 실현하려고 한다. 또한 자연의 다양성이나 해충을 제거하는 곤충의 다양성, 작물재배와 축산의 순환농업에 기초하여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방식이다.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토양 오염 등을 최소화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둘째, 탄소순환농법(Carbon Cycling Farming)은 농업에서 탄소 순환을 최적화하여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고 영양소 순환을 개선하는 농업 방법이다. 또한 탄소순환농법은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농업 및 환경 보호를 추구한다. 특히 이 방법은 탄소 중립을 향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 저장과 탄소 순환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토양에 더 많은 탄소가 저장되면 토양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탄소의 대기 중 배출이 감소하게 된다.
셋째, 환경 보호, 식량 안보,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 생태학적 균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은 토양의 생명력과 건강을 증진하고, 대량 생산이 아닌 소량 생산을 강조하는 생태역동농법(Bio-Dynamic Agriculure)이다, 이는 농사를 단순한 생산 행위로만 보지 않고, 우주의 기운과 지구의 생명력을 인간과 농업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간주한다.
생명역동농업은 독일의 인지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Rudolf Steiner)에 의해 개발된 농업 방법 중 하나로, 슈타이너가 1924년에 개발한 "농업 기본 법칙"을 기반으로 한다. 이 방법은 농사뿐만 아니라 땅 자체와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을 강조한다.
넷째, 퍼머컬쳐(Permaculture)다. 퍼머컬쳐는 Permanent(영원한)와 Agriculture(농업)의 합성어로, 호주의 빌 모리슨(Bill Mollison)이 한국 등 자연순환농업에 영향을 받고, 짚 한오라기의 혁명의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무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단어자 일종의 자연회복 운동이다. 1970년 호주 태즈메니아 우림지대의 생태계처럼 기능하는 시스템 원리를 규명하면서 시작됐다.
퍼머컬쳐는 땅을 보살피라, 사람을 보살피라, 공정하게 분배하라 그리고 영혼을 보살피라의 4가지 윤리 원칙과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라, 재생 가능한 자원과 용역을 사용하고 소중히 여기라 등 12가지 원칙으로 운영된다.
퍼머컬쳐는 토양의 건강한 복원과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퍼머컬쳐는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자연적으로 번성하는 생태계를 관찰하여 정립한 기본 철학, 윤리 및 원칙을 지구환경을 관리하고 디자인하는데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 안정성, 회복력을 갖춘 농업 생산적인 생태계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유지하는데 퍼머컬쳐를 활용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식량, 에너지, 쉼터 및 기타 물질적, 비물질적 필요를 제공하는 경관과 사람의 조화로운 통합이다.
일본 자연농의 선구자인 가와구치 요시카즈(川口由一, Yoshikazu Kawaguchi)는 자연농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농업 방식인 관행농업과 접근방식으로 농업을 한다. 이 방식은 화학 비료, 살충제 및 항생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생태학적인 균형을 고려하는 농업 방식이다.
퍼머컬쳐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단 밭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초반에 적극 개입하고 일정 수준에 오른 뒤에는 인위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최소화되도록 한다. 이들의 공통의 목표는 자연의 원리에 따라 외부투입 없이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농사를 짓는 것이다.
퍼머컬쳐는 식물 간의 상생의 원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식물 상생 길드(Guild)를 활용하여 질소고정 식물과 다른 식물을 심어 자연스럽게 질소가 공급되도록 하여 재배하기도 하여 비료를 자연에서 얻도록 한다. 최근에는 퍼머컬처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에 가까운 디자인(Biophilic design)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다. 토지를 더 생산적이고 생물 다양성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농업이란 땅에서 뽑아내는 것보다 돌려주는 것이 많은 농법이라고 나름대로 정의 내린다. 재생농업은 동물을 한 요소로 포함한다.
소가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소는 변형된 옥수수가 아닌 풀을 소화하도록 진화했다. 육식에 대한 인간의 욕심으로 풀이 아닌 곡물을 먹임에 따라 장내 생물 군계가 손상을 입고 메탄을 다량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자연에는 메탄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고 소의 메탄 발생은 자연 순환의 과정이었지만 인간의 육식을 위한 공장식 축산, 한곳에 모아 키우는 밀집식 축산이 메탄의 다량 발생에 일조하고 있다.
소가 탁 트인 목초지에 소화가 잘되는 풀을 먹는 재생 상태로 전환하면 소의 메탄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자연 방목되는 소가 뜯은 풀에서는 새싹이 자라면서 풀의 뿌리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토양과 식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재생농업은 지구 환경도 살리고 토양도 살리고 결국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앞의 퍼머컬쳐나 요즘 대세인 치유농업(Agro-Healing)보다 더 높은 가치일 수 있다.
한편 유엔(United Nations)은 2013년 정기총회에서 생명의 터전이자 인간 활동에 필수 불가결한 토양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호하고자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의 토양은 자연적 과정보다 100배 이상 빨리 황폐화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60년 내에 표토의 대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농업을 통해 식량안보를 지키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가장 시급한 방법은 토양(흙)을 살리는 것이다. 토양을 살리는 것은 토양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되돌려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토양의 건강과 생명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과 환경 보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토양을 살리는 상생농업이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밀도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