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다이브 May 29. 2024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깨달은 것들

프리다이빙을 하며 깨달은 것들 #프리다이빙 #숨참기 

인간의 생명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호흡, 산소 공급이라고 할 수 있죠.

중환자실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에서는 환자에게 생명유지를 위해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호흡을 멈추는 순간 짧게는 몇 분, 길게는 10분 정도 이후에는 뇌와 장기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생명과 반하는 숨을 참는 행위를 프리다이빙이라는 스포츠에서는 지속적으로 하면서 물 속에서 자유를 느낍니다. 생명과 반하는 행위와 자유 뭔가 연관성이 없어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1년 정도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소중한 호흡활동, 숨을 쉬는 것은 매우 당연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는 생명활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숨을 참고 물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살면서 숨을 언제 참아보았나요?


어릴 때 친구들과 물에서 장난을 치거나 계곡이나 목욕탕 등에서 숨을 참는 경험을 해보았는데요 대부분 평균적으로 30~90초 정도 숨을 참는다고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말고는 숨을 참아본 기억이 잘 없지만 프리다이빙을 만나고는 현재 4분 이상 숨을 참고 물 속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되었어요. 힘들었던 직장생활 가운데 만난 인생 취미이자 이제는 강사로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럼 숨을 참으면서 제가 깨달았던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몰디브 투어에서 찍은 널스샤크

1.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 갖기

당연한 말이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을 만나기 전에는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큰 의미도 없었고 회사생활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살아있는 것도 그냥 살아가기 바쁠 뿐이었어요. 나한테 주어진 이 하루하루가 그렇게 소중함을 못 느끼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조금 더 물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깊은 수심을 내려갈 때 내가 좋아하는 이 순간들에 집중하고 몰입할 며 살아있음에 감사한 것이었어요. 숨을 참으면서 죽을 것 같을 때, 그리고 물 밖으로 나와서 비로소 거친 호흡을 몰아서 쉴 때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물 속 세상에 더 오래 있고 싶어지고 더 깊은 수심에 오로지 내 감정과 몸의 반응들을 느끼며 아직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2.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목표를 이루는 성취감

세상이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내가 꿈꿔왔던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고 목표가 트렌드에 뒤쳐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물가와 집값은 고공행진이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을 때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의미를 찾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할 때 프리다이빙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어요.

숨을 정확히 몇 분 몇 초 더 참을 수 있는지, 수심을 몇 M 더 갈 수 있는지, 잠영으로 숨을 참고 몇 M 갈 수 있는지 등 수치화된 목표들이 있고 잠수풀의 바닥을 찍고 오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이 숨을 참았어요. 목표에 다다를 수록 몸이 더 건강해지고 물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고 말 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저는 수능이라는 목표가 있을 때 몰입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흘러가는대로 사는 삶 속에서 수치화된 명확한 목표를 만나고 다시 성취감과 살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3. 꾸준함이 있다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프리다이빙 자격증 레벨을 높여가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나 숨 참기였어요. 2분 30초 참기까지는 무난히 해내었어요 한 달 정도 열심히 연습반을 나가면서 주 2~3회 정도 잠수풀을 다니고 했는데 마스터 자격증 기준인 3분 30초를 넘기는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당시 일도 바빠졌고 연말이 되면서 약속도 많아지고 여러가지 핑계들이 늘었어요. 내 몸 컨디션관리와 꾸준한 훈련이 되어야 나의 한계들을 넘어 숨을 참을 수 있게되는데 3분 30초의 벽은 너무 높아 보였어요. 그래서 새 해가 되자마자 바쁜 와중에도 숨 참기 훈련은 꼭 하고 주 1회는 잠수풀에 들어가자라고 다짐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 숨 참기 훈련인 CO2테이블 훈련과 O2테이블을 빠짐없이 하고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 어떻게 사람이 5분 10분 숨을 참을 수 있지 했던 제가 처음으로 4분을 넘기며 숨을 참을 때, 죽을 것 같이 숨이 넘어가고 호흡을 하라고 온 몸에서 신호를 보낼 때, 그 신호가 거의 꺼져갈 때까지 숨을 참으며 정말 꾸준함이 있다면 할 수 없는 것은 없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4. 행복한 웃음과 긍정적인 마인드

대학교를 다니고 직장에 취직을 하면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평범한게 가장 어려운 법이라고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 결혼과 육아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삶들을 말이죠. 그 안에서의 희노애락도 물론 많겠지만 참 고된 길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생각과 직업 그리고 공통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물에 있는 시간 만은 정말 행복한 모습들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모습들이었고 물에 떠 있거나 물 속에서 사소한 것들로 웃음이 항상 가득했어요. 다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겠지만 일을 하면서 과연 언제 이렇게 행복하게 웃고 놀 수 있을까 하며 이런게 정말 스트레스가 해소되는구나 이런 시간이 정말 필요하구나를 느꼈어요. 물론 가끔 목표한 수심에 못 가거나 테스트에 떨어지거나, 무리하여 위험한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 너무너무 재밌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와요. 보통 잠수풀의 입장시간은 3시간인데 정말 언제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간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버디들을 보며,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며 행복한 시간들을 느끼며 프리다이빙을 해요


5. 드넓은 바다와 해양생물들 그리고 호기심 

원래 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계기는 세부 여행에서 스노클링을 해보고 난 후 였어요. 거대한 고래상어 옆에서 바닷물을 먹어가며 함께 헤엄치고, 거북이와 정어리 떼들을 눈으로 보며 이렇게 물 위에 떠 있기만 하는 건 너무 아쉽다는 생각에 배우게 되었죠. 마스터와 강사 자격증 까지 따고 갔던 몰디브와 보홀 투어는 그야말로 모르던 세상의 발견이었어요. 만타가오리와 타이거 샤크, 널스샤크, 여러 산호들, 돌고래, 고래상어, 이글레이, 스팅레이, 정어리 떼, 크랙 포인트, 난파선, 경비행기 등 바다 속에는 몰랐던 것들 투성이었어요.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로 보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또한 바다 속 깊이 들어갈 때 느껴지는 수온의 변화와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와 그 안에 무중력의 우주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나하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내가 몰랐던 세상을 발견한 이 느낌을 통해 세상에 다양한 시선과 경험들에 호기심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이 깊고 신비로운 바다 속을 몰랐던 것처럼 세상에도 아직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겠구나, 부지런히 탐구하고 배워야겠구나 하고요 

필리핀 보홀 투어 중 만난 고래상어

어떤가요?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깨달은 많은 것들이 있지만 다섯가지로 요약해보았어요. 인생 취미이자, 이제 인생 그 자체가 되어버린 프리다이빙, 나에게 프리다이빙을 빼면 큰 부분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물 속의 세상을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