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여성 소득증대 프로젝트를 하며 발견한 3가지
한 사람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이 ‘돈’이나 ‘자원’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이 질문은 제가 르완다에서 취약계층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일 마주했던 고민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지켜본 그들의 삶 속에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장벽들이 존재했습니다.
이 글은 르완다 여성들을 지원하며 발견한, 경제적 자립과 역량 강화에 대한 생각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는 한 사람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1. 기술 교육은 '일자리'가 아니라 '자유'를 주는 것이다
농업기술 훈련, 직업 훈련 등은 일자리를 위한 스킬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꾸려나갈 힘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말티아 센(Amartya Sen)은 ‘역량 이론(Capability Theory)’에서 진정한 발전이란 단순한 소득 증가가 아니라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 실질적인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기술 교육은 바로 이 ‘자유’를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기술을 익힌 여성은 비로소 안정적인 소득(경제적)을 얻고, 이는 가정과 공동체 회의에서 발언권을 높이는(사회적, 정치적) 기반이 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심리적)은 ‘여성은 할 수 없다’는 낡은 가치관(문화적)에 균열을 내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2. 금융 교육은 숨겨진 '슈퍼파워'다
직업 훈련으로 어렵게 번 돈을 지키고 불리는 힘은 또 다른 차원의 역량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금융 관리 교육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금융 교육은 예산, 저축, 투자, 부채 관리와 같은 실질적인 지식을 제공하여, 여성들이 예상치 못한 경제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버틸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줍니다.
금융 지식은 그저 돈을 관리하는 기술을 넘어, 여성이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가계의 재정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점입니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또한, 현장의 여성 자조 모임(Self-Help Groups)은 이러한 금융 지식을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는 든든한 네트워크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를 통해 여성들은 고립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웁니다.
3. 선순환의 효과는 눈에 보일 만큼 강력하다
직업 훈련과 금융 교육이 결합될 때, 그 시너지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기술을 통해 얻은 경제적 자립은 자신감과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가정과 지역사회 내에서 더 큰 발언권과 참여 기회를 만듭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로 증명됩니다.
르완다 교사 역량 강화 프로젝트에서는 여성 교사들의 자신감 점수가 5점 만점에 3.64점에서 4.73점으로 급상승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자신감의 상승을 넘어, 한 명의 자신감 있는 여성 교사가 수십 명의 여학생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이자 영감의 원천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파급 효과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는 한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고 가정과 지역사회 전체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파급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마치며,
기술은 '자유'를 향한 날개가 되고, 금융 지식은 거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단단한 '갑옷'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만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개인과 공동체를 일으키는 '선순환'의 기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직업 훈련과 금융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통합적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발전의 열쇠는 우리가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느냐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