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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가나나 Feb 01. 2022

제주 2022 (밤이 더 아름다운 산방산)


이번에 잡은 숙소가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에 있었는데 사계해안과 산방산, 용머리해안의 아슬아슬 경계에 있었다. 덕분에 산방산을 질리도록 드나들었다.




가격, 청결, 조용함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었던 우리가 선택한 숙소다. 나와 남편 사이에 '감성'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기에(결혼 11년 차에 접어드는데 감성은 사치...) 감성 한 스푼 내려놓고 숙소를 골랐더니 복덩이 같은 숙소가 1박에 7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들어왔다.


없는 것 빼고(정작 먹는데 제일 중요한 숟가락 젓가락이 없음) 다 있는 숙소였다. 개별 테라스도 있는 나름 독체 펜션이다.

숙소 후기는 → 감성 숙소는 아니지만 괜찮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숙소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산방산.


산방산은 80만 년 전 제주의 대지를 뚫고 솟아 오른 용암이 두껍게 쌓여 용암돔이 되었고 그것이 바닷바람과 파도에 의해 다듬어져 완성되었다. 다른 화산과는 달리 정상에 분화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재청 명승 제7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산방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022년 1월 1일부터 2031년 12월 31일까지 공개된 탐방로 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산방산에는 보문사, 산방사, 광명사라는 3개의 절이 있는데, 절마다 개성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보기만 하면 좋았을 텐데 불전함만 보면 자꾸 돈을 넣고 소원을 빌었다는....

보문사 청동약사여래대불(왼) / 산방사의 관세음석불(오)


불전함 앞에서 소원 기도를 했으니 이제 그만해도 좋으련만 '소원종'을 보자마자 돈을 넣고 냉큼 뛰어가 종을 친다. 4가지는 욕심이니 3가지 소원만 빌라는데 소원을 빌고 나니 3가지 소원이 모두 같다.

소원종


12 간지 동상이 산방굴까지 오고 가는 길 초입에 세워져 있는데 각 동상마다 불전함이 놓여있다. 덕분에(?)또 돈을 넣고 소원 기도를 올린다.

12간지 길



12간지 계단을 지나 약간 가파른 계단을 15-20분가량 걸어야 산방굴에 도착할 수 있다. 길 중간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쉼터마다 시험기도, 자식 기도와 같이 테마 기도(?)같으걸 하면 뜻하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나는 쉬면서 소원을 빌고 싶었는데 남편은 쫓기는 사람처럼 계속 앞만 보고 걷는다.

"천천히 가자~"고 했더니 "자긴 운동부족이야."라는 망언을 날린다. 이래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하는 거지... 싶어 잡고 있던 손을 확 놓고 "난 쉬었다 갈테니 혼자가라고"토라졌다. 그랬더니 그게 웃기다고 사진을 찍네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티격태격하며 산방굴 매표소를 지나 산방굴 근처에 도착하 사진으로만 봐도 환 공포를 유발하는 벌집처럼 구멍 난 바위를 볼 수 있. 이것을 타포니라고 한단다. 해안가의 바람과 염분 때문에 생겼고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나....


환공포를 물리치고 5분정도 올라오면 산방굴이 나온다. 아쉽게도 산방굴은 사진 촬영 금지라 찍지 못했다. 산방굴은 자연 석굴로 그 안에 불상이 있어 '산방굴사'라고 부른다. 내부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암벽을 지키는 여신 '산방덕'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있다.

산방굴 근처에서 내려다본 용머리해안.


산방굴에서 내려오는데 '딱, 딱, 딱'소리가 들린다.

"딱따구리!!!!" 살면서 처음 만난 딱딱구리. '딱, 딱, 딱, 딱'쉬지 않고 나무를 쪼아댄다. 먹고 살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찾기 위해, 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딱, 딱, 딱, 딱'소리 낸다.


"너희도 참 열심히 살다 가는구나."




산방산은 밤이 더 아름답다


광명사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는 12간지가 오른쪽으로는 6-7색깔의 옷을 갈아입는 보살 있다.


내려가는길 입구에 적혀있는 "한 가지 소원 꼭 이루는..." 문구를 보고 산방산 입장료보다 불전함에 넣은 돈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닫고도  다시 올라가 12간지 앞 불전함에 돈을 넣고 소원 기도를 드린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제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낮엔 바람이 불다 비가 왔다 해가 쨍쨍하기도 했다 변덕스럽기만 하더니 제주의 밤은 어쩐지 다정하다. 잔잔한 하늘, 콧 끝을 스치는 바람....


요즘 쉬고 있으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컴퓨터로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공부를 더 해볼까, 어떤 자격증을 따둘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늘어가는 고민에 쉴 새 없이 검색창을 두드린다.


똑, 똑, 똑, 딱, 딱,- 딱 -----  먹고 살기 위해, 행복한 삶을 위해, 따듯한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고 하셨죠? 우리 행복하고 건강하게 딱 30년만 살다 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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