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이 그린 순수하고 풋풋한 감성의 기록
본문은 구어체로 작성된 리뷰 방송 대본을 AI를 활용하여 다듬은 글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8년 작품, <4월 이야기>를 감상하였습니다. 최근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하여, 명성만 익히 들어왔던 이 영화를 드디어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봄, 새로운 시작 그리고 설렘
영화는 제목 그대로 4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봄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우즈키 니레노는 홋카이도라는 북쪽 섬에서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으로 막 상경한 신입생입니다. 영화는 우즈키가 새 자취방에 이삿짐을 풀고,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며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들을 차분히 따라갑니다.
맑고 순수한 매력, 우즈키 그리고 마츠 다카코
<4월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우즈키라는 캐릭터와 그녀를 연기한 배우 마츠 다카코에게 있습니다. 맑고 순수한 소녀로 그려지는 우즈키는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수줍음과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응원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한국 배우 중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클래식>이나 <여름향기>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츠 다카코 배우는 이 영화가 첫 주연작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 속에서 우즈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조심스러운 몸짓, 수줍은 눈빛만으로도 설렘, 불안, 기쁨 등 복잡한 내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 숨겨진 비밀
영화는 우즈키가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평범한 일상을 따라갑니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바로 우즈키가 수많은 대학 중 왜 하필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을 선택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신입생 자기소개 시간, 다른 친구들은 각자의 이유를 이야기하지만 우즈키는 머뭇거리며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낯선 환경과 사람들 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또한, 우즈키는 유난히 학교 근처의 '무사시노도'라는 작은 서점을 자주 찾습니다. 틈만 나면 그곳에 들러 책을 고르는 척 서성이는 모습에,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우즈키가 이 대학을 선택한 진짜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것은 학업적 목표나 도시에 대한 동경이 아닌,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야마자키 선배가 이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서점에서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그동안 우즈키가 보여준 수줍음과 망설임, 서점을 맴돌던 행동들이 모두 이해되면서 영화 전체에 아련하고 애틋한 감성이 더해집니다.
감정의 시작을 담는 서사 구조
이 영화의 서사 구조는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 달리 극적인 갈등이나 뚜렷한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시작과 전개 부분에 집중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막 싹트기 시작하는 가장 아름답고 떨리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것이 <4월 이야기>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보자면, 먼저 우즈키가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겪게 되는 불쾌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체적인 맑고 순수한 분위기와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감독은 이를 통해 우즈키가 마주한 낯선 도시의 예기치 못한 단면, 혹은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당황하면서도 나름대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우즈키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홀로서기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암시하는 듯했습니다.
다음으로, 우즈키가 낚시 동아리에 가입하는 장면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악기를 다뤘던 그녀가 엉뚱하게 낚시 동아리를 선택한 것은 처음에는 친구를 따라 얼떨결에 시작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낚시가 혼자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행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짝사랑하는 선배를 멀리서 지켜보며 다가갈 기회를 엿보는 우즈키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사 온 자취방 옆집 여성과의 교류 장면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우즈키가 낯선 이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가 단순히 짝사랑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서의 현실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느껴졌습니다.
빗속의 고백과 망가진 우산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봄비 속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드디어 용기를 낸 우즈키는 서점에서 선배와 마주하고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비가 오자 선배는 서점 분실물인 우산들을 건네며 하나를 골라 쓰라고 합니다. 우즈키는 여러 우산 중 눈에 띄는 망가진 빨간 우산을 고르고는, 괜찮다며 그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뛰어듭니다.
망가진 우산을 쓰고도 설렘에 활짝 웃는 우즈키의 모습은, 처음에는 그저 선배와 대화를 나눴다는 기쁨에 정신이 없어서 웃나보다 했지만,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설렘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빗속에서 환하게 웃는 우즈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맑게 정화하는 듯한 명장면이었으며, 영화 포스터 이미지로도 자주 사용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낸 데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인물의 감정과 분위기를 영상으로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4월 이야기>에서도 흩날리는 벚꽃잎, 부드러운 봄 햇살, 갑작스러운 소나기, 한가롭게 자전거를 타는 우즈키의 모습 등 평범한 순간들을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은 영화 전체에 맑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마치 한 권의 화보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더해져 우즈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의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순수함의 가치를 일깨우는 영화
결론적으로 <4월 이야기>는 첫사랑의 설렘과 새로운 시작이 주는 기대와 불안을 봄날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담아낸 수작입니다.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의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감성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과 마츠 다카코 배우의 청초한 매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는 내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영화는 우즈키와 야마자키 선배의 관계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찰나의 설렘 속에서 마무리됩니다. 혹자는 이러한 결말이 다소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깊고 오래가는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봄날의 따스함과 첫사랑의 아련함을 느끼고 싶다면, <4월 이야기>를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