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생긴 감정의 물결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에 끝나버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다.
하루하루 버티듯이 시간이 지나갔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이 감정을
어딘가에 묻어버려야만 했다.
그즈음, "나의 단어로 된 방" 강의를 들었다.
먼저 지금 내 삶을 내 방이라고 생각했을 때
어떤 단어로 채우고 싶은지 7개를 선택한다.
나의 단어는 '숨바꼭질, 사막, 공상, 멜로디,
침묵, 낮설어지다, 탈출'이다.
그리고 단어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린다.
감정 때문에 힘들었지만 망각하는 게 더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끄집어내지 않았다.
망각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 기다림으로 깨진 감정은
스스로 상처 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며
감정이 단어에 조금씩 녹아들어 갔다.
사실 이걸 하는 동안에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마지막 단어는 '탈출'이다.
잊고 싶지 않았고 놓고 싶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고 싶었나 보다.
그제야 깨달았다.
언어가 감정의 무덤이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