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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Aug 11. 2017

감정의 무덤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생긴 감정의 물결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에 끝나버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다.


하루하루 버티듯이 시간이 지나갔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이 감정을

어딘가에 묻어버려야만 했다.


그즈음, "나의 단어로 된 방" 강의를 들었다.

먼저 지금 내 삶을 내 방이라고 생각했을 때

어떤 단어로 채우고 싶은지 7개를 선택한다.

나의 단어는 '숨바꼭질, 사막, 공상, 멜로디,

침묵, 낮설어지다, 탈출'이다.

그리고 단어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린다.








감정 때문에 힘들었지만 망각하는 게 더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끄집어내지 않았다.

망각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 기다림으로 깨진 감정은

스스로 상처 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며

감정이 단어에 조금씩 녹아들어 갔다.

사실 이걸 하는 동안에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마지막 단어는 '탈출'이다.

잊고 싶지 않았고 놓고 싶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탈출'하고 싶었나 보다.

그제야 깨달았다.

언어가 감정의 무덤이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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