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파란 파랑. 오키나와
내게 가장 파란 파랑 오. 키. 나. 와
초등학교 5학년 느닷없이 시작하게 된 미술.
가슬 가 슬한 코튼 캔버스에 사각사각 가루를 흩날리는 스케치
그 흐릿한 흔적을 따라 물을 듬뿍 머금은 붓으로 스윽 조심스럽게 터치를 한다.
12색의 말도 안 되는 물감을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될 무렵까지 썼더랬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학교의 명예가 걸린 중요한 사생실기 대회를 기점으로
꿈에 그리던 24색 수채화 물감을 드디어 쓸 수 있게 된다.
그중 가장 써보고 싶었으며 12색으론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던 그 컬러.
미지의 백색 우주를 유영하는 듯 자신을 확연히 드러내어
유감없이 존재감을 뽐내던 그 파랑.
'코발트블루'
그랬다.
불현듯 내게 잊고 있던 30년 전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 곳이 있었으니
'오. 키. 나. 와'
이젠 어른이 되었고 ( 생물학적 )
영원히 혼자일 것 같았던 나를 구원해준 운명의 '달'과 함께했던 오키나와.
첫 번째, 친구들과의 오키나와가 막연한 두근거림이었다면
두 번째, 색시와 함께한 오키나와는 언젠가는 이곳에 머무르고 싶단 생각이 드는
그런 막연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날 우린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맞닥트린 작은 해변의
목적지 없던 드라이브는 무료함을 한방에 날려주었고
처음 보는 거짓말 같은 에메랄드 빛 파랑은
색시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각인을 남겨주었다.
그 우연의 시작인 '海の家'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보물들이 숨어있었다.
그곳을 3대째 이어가는 세 아이와 스에상은 우리를 또 다른 가족이라 불러주며
매년 짧은 단 1주일간의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가족처럼
우리를 보듬어 안아준다.
부산스러운 반가움이 아닌 살가움으로..
'행복한 우연'으로 시작된 그들과의 인연
어쩌면 언젠가 우리를 붙잡을지도 모를 섬
내게 가장 파란 파랑
오. 키. 나.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