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을 무릅쓰고 앞으로 걸어간다.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으니까.

by 디셈버리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망각' 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좀처럼 행복했던 기억보다 불행했던 기억을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그 잘나가던 남편이 글쎄 애랑 아내를 두고 도망갔대

-불쌍해

-그럴 줄 알았어


소문은 바람을 타고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그리고 남쪽과 북쪽으로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창피했고 자존심이 상했으며 부끄러웠고 원망스러웠다. 그때의 감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심플할까. 애석하게도 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압축하여 설명하기엔 너무나 다사다난한 감정이었다.


출퇴근과 육아, 그리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드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만나지 않던 그 시절.

고맙게도 언제나처럼 변한 것 하나 없이 만나러 와준 친구 한 명이 결혼식에 가자는 제의를 해왔다.


-굳이, 내가 거길 왜 가? 초대도 안받았는데

-이런 때일수록 네가 멀쩡하게 잘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나랑 같이 가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외로웠나보다. 친구의 제안에 깨끗하게 옷을 차려입고 아이를 데리고 친구의 차에 올라탔다. 해질 무렵, 지인의 가게를 통째로 빌려서 이루어졌던 결혼식 뒷풀이.

나는 아직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던 눈빛과 분위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경멸, 동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낯설음과 불편함이 내제되어 있던 그 시선들 속으로 나는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웃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내 허리반동으로 힘껏 들어 올렸다.

어쩌면 속으로는 울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많이 올 거야.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내 아이와 내게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을 거야.


한 때 누구보다 친했고, 한 때 누구보다 가까웠으며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봐주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반대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왜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그런 문구들이 적혀야만 했는지를 말이다.


그 날의 모든 것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데도 사라져가는 날이 올테지. 그것이야 말로 신께서 주신 망각, 이라는 축복이 다가오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그 축복의 순간이 오는 날까지 이 모든 것을 짊어진 채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직도.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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