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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뇨리따 Oct 19. 2016

"너 나랑 밀땅하냐." 영국 1편.

나만의 여행, 나만의 추억, 나만의 힐링타임

자 그럼 "추곱여"(추억을 곱씹어야 여행이다)의 첫 서막을 올려볼까? 

내 개인적인 여행 이야기를 하는거니까... 여기서는 편하게 반말을 할까해.
오늘부터 당분간은 나의 첫 유럽 여행 이야기를 할꺼야. '유럽 어디까지 가봤니?' 광고가 수없이 나왔지만 난 그동안 한번도 유럽에 가보질 못했지. 사실 영어하나 잘해서 취업하고 싶었던 탓에 영어권이 아니면 크게 관심이 없었어. 훗.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멍텅구리 냄새가 풀풀나는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말야. 

유럽여행을 떠난 계기는 매우 단순했어. 
여러 홍보인이 입사하고 싶어했던 회사지만 과감히 그만둔 백수였고, 3년간 일한 회사의 퇴직금이 내 손에 들려있었기 때문이지. 그런게 이게 왠걸? 내 친구도 회사를 그만뒀지 뭐야. 친구를 꼬시는데 성공했고 우리는 약 2주동안 내 자취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여행 계획과 예약을 마쳤어. 
여행 고수들이 들으면 답답했겠지만 우린 장기 여행이 처음이라 여행지 숙소를 모두 예약했어... 예약만 안했어도 좀 더 자유롭게 다녔을텐데 말야. 

정말 운좋게 비상구에 자리 잡았어. 키는 작지만 나도 다리는 펴고 싶었거든


그렇게 우리는 한달의 유럽 여행을 떠났어. 첫 입국지가 영국이 된 이유는 매우 단순해. 당시 영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더 저렴했거든. 그때 내가 알고 있던 영국은 더 심플해. 


빅밴, 런던아이, 빨간버스, 빨간 체크무늬, 내셔널 갤러리, 셜록, 맛 없는 음식, 미친 물가 



런던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 이런거 아닐까? "미친 교통체증"


특히 '미친 물가' 때문에 초반부터 친구와 거렁뱅이 삶을 예고하며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어. 너희들 쓰리심이라고 들어봤어? 여러개 나라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유심칩이라는데 히드로 공항 자판기에서 바로 살수 있다길래 도착하자마자 불을켜고 찾았는데 로컬유심만 팔고 쓰리심은 없었어. 블로그 언니들을 철저히 믿고 갔었는데 도착과 동시에 멘붕이었지. 정신을 가다듬고 숙소까지 찾아가기 위해 저렴한 로컬심을 하나만 샀어. 숙소는 정말 잘 찾아가고 싶었거든.

근데 히드로의 난관은 여기에서 끝나질 않더라? 우리나라 티머니처럼 오이스터라는 교통카드를 사려는데 내가 체크카드로 결제했거든? 아니 근데 카드를 넣은 리더기에 "password"라고 뜨길래 내가 비밀번호를 썼어. "incorrect"래. 다시 시도했다? 또 incorrect래. 그렇게 내 첫번째 카드가 세번의 비밀번호 오류로 정지됐어. 그때 개쿨한 내친구가 "password" 글자를 무시하고 걍 꾹꾹 누르더니 정상적으로 나오더라. 내가 런던한테 너무 쫄았었나봐... (하아 이래서 집밖은 위험하단 말야)

너희들 영국 지하철 타봤어? 난 정말 2호선 지하철보다 더 고무 타는 냄새를 뿜는 지하철은 처음 타봤어. 그리고 창문도 살짝 열고 운행해. 하핰핰핰 터널에서 맡는 런던의 공기란 생각보다 별로였어. 지방에서 갓 서울을 상경했을 때처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숙소가 있는 지하철 역에 도착했어. 역 이름은 핌리코. 뭔가 코가 빨간 삐에로의 친구 이름 같은 느낌의 역이었어. 

저렴이 호스텔에 방을 잡았어. 근데 우리 방이 6층이래.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거든? 근데 ㅋㅋㅋㅋ 여기 엘리베이터가 없데. 아핰핰핰핰 6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데. 6층인데 없데. 이게 말이 되? 근데 방이 거기 뿐이래ㅋㅋㅋㅋㅋ 직원이 내 캐리어를 들어준다고 걱정 말라는데. 
"이보세요 저 여기 7일 묵을건데 내 다리도 괜찮다고요?"

캐리어를 양 손에 들고 올라가는 영국인 남자직원의 허벅지는 나보다 얇았고, 팔뚝에 털이 보송했지만 한눈에 봐도 그의 여리여리함이 보였어. 하지만 그 순간 그남자보다 더 수줍고 연약했던건 내 캐리어였나봐. 뚜뚝 소리를 내며 손잡이가 부러지더라. 하하하하하 난 방금 유럽 여행을 시작했는데 말이지 하하하하.

그래도 마냥 신나더라. 기내에서 먹은 2잔의 맥주는 이미 다 소화가 됐는데도 말야. 친구랑 신나서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어. 오후 4신데 엄마 아빠랑 손잡고 공원에 놀러가는 아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도심지가 아니라서 런던 피플들의 일상생활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지. 


길을 걷다가 그냥 찍었는데. 나만 셜록이 생각나는거 아니지? 별거 없는데도 영국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 너무 어이없었던건 어느집에서 따님 또는 아드님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나봐. 와... 안그래도 분위기 환상적인데 바이올린 연주까지 들으니 멍~~해지더라고. 

저녁밥은 버터와 딸기잼을 바른 식빵 2조각, 계란, 아스파라거스로 끼니를 때웠지만 내일 아침에 씹어먹을 영국 사과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어. 나에겐 내일의 런던이 더 기대되니까 +ㅁ+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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