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방 지퍼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간 걸 알게 되었다. 나머지 지퍼 하나로 가방을 닫은 뒤 기차를 타고 귀가했다.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그 때서야 알게 되었는데, 남아 있던 지퍼 하나가 두 개 몫을 단독으로 버텨내다 결국 떨어져 나갔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수 년간 이걸 메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가까운 지인들이라면 거기에 뭘 그리 넣어 다니는지 궁금해했던 큰 가방이었다. 언제나 어딜 가든 읽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잔뜩 넣고 다녔던 탓이다. 그걸 매고 걷고 뛰고 달렸던 날이 몇 날이나 될지는 셀 수 없는데, 그것을 매지 않고 다녔던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무엇인가 들고 달렸기에, 언제나 함께 했던 물건이었다. 아들이 태어나던 날 병원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기쁜 일도 있었다. 슬프고 힘든 날이 있었다면 그날도 가방은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가방을 내려놓게 되었는데, 어깨는 아직도 그걸 매고 있는 듯 무겁다. 몸이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무엇인가 한 시대가 떨어져 나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