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당시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세지는 주로 “누구야, 사랑해.” 였다.
알쓸신잡이었나, 치매에 걸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각자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는 ‘사과하고 싶다’라고 했고, 누군가는 지져스 코스프레인지 ‘용서한다‘고 했으며 나머지 몇은 역시 ‘사랑해‘라고 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다.
2016년에 일로 만난 사이였던 5살 어린 동생이 지난 주 죽었다. 10여년을 알고 지내며 ’베프’는 아니었지만, 가까이 지내는 업계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는데, 진심으로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마흔하나 되는 해, 그렇게 가버렸다.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그의 부모님들은 나더러 누구시냐고 했고, 나는 일로 만난 사업 파트너라고 했는데, 소개와는 달리 너무 엉엉 울다보니 그의 어머니가 나와 내 손을 잡고 ‘우리 아들을 위해 울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 꺼이 꺼이 울면서 ‘잘 보내주시라’고 부탁하며 울며 불며 나왔다.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났다.
벌써 24년 전, 그의 나이 오십. 그는 그렇게 갔다. 갑작스럽게 가버리는 사람이 야속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마지막에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너무 궁금하여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다 보니, 지난 24년 내내 켜켜이 쌓여온 내 안의 소원이 무엇인지 또렷해졌다. 나는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죽고 싶어 왔다. 지금껏 안개속을 거니는 기분으로 뭉개며 사는 듯한 내 인생이 마지막 순간이 되면, 나는 꼭 ‘아빠, 내가 정말 사랑해. 다음에도 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어.‘라는 말을 하고 죽고 싶다. 그것 말고 다른 말은?
누군가에게 사과한다던 패널이 생각나는데, 마흔여섯 먹은 지금도 나는 수양이 덜 되었는지 그럴 자신은 없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패널을 떠올려보니, 나는 아직도 다 용서가 안 된사람이 꽤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상태로 그냥 덜컥 죽으면 안되겠다. 나는 내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죽어야겠다.
꽤나 진지한 이 다짐도 갑자기 자신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남기려나, 갑자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나, 뒤죽박죽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오늘부터라도 정녕,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놓고 편히 죽을 준비를 해야겠다. 생전 처음 보는 내 친구를 만나는 가족들이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냈는지 알길이 없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다 이렇게 말 한 마디 내 뱉고 마무리 하고 싶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