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려는 마음
페로나는 귀엽고 기이하고 다소 기분파처럼 보인다.
장난스럽게 굴다가도 갑자기 냉소적으로 변하고, 누군가를 놀리는 데서 이상한 즐거움을 찾다.
그런 행동들은 단순하게 취향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페로나에게 '부정적 감정'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다.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불만, 외로움, 두려움을 제어하기 어려울수록
더 비꼬고, 더 냉소하고, 더 어둡게 반응하면서
균형을 찾으려 한 것이다.
페로나의 능력인 네가티브 홀로는
방어기제 관점에서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방어기제 개념 중
전치(Displacement)와 투사(Projection)와
관련있다.
페로나는 자신의 불안과 무력감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상대에게 투사하여 '너희가 진짜 무력해'라고
느끼게 만든다.
상대를 즉시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녀의 능력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내면에 늘 존재하는 무력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상징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때 그녀는 타인을 제압할 때만큼은
자신 내부의 혼란이 잠시 멈추는 것을 경험한다.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자기개념(Self-Concept)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간극이 존재한다.
페로나는 스스로를 귀엽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믿고 싶어 했지만,
현실에서는 외로움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이상적으로는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의 자신은 분노와 냉소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능숙했다.
로저스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비꼬는 태도는
이 간극을 잠시 줄이는 행동이었다.
페로나가 스릴러 바크에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지배할 때
안정감을 느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 단계 중
주도성 vs 죄책감과 근면성 vs 열등감의
불안정한 통과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할 때
공격적·조종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페로나는 자신이 가진 실질적 능력보다
'상대의 감정을 무너뜨리는 힘'을 더 선호했고,
이 힘을 통해 자신의 내부 열등감을 보상했다.
상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느낀 것이다.
페로나의 부정성은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다루기 위해 선택된 방식이다.
프롬(Erich Fromm)이 말하는
도피적 메커니즘(escape mechanisms) 중
특히 파괴성의 요소가 페로나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파괴성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을
외부로 분출함으로써 안정감을 찾는 방식이다.
그녀는 상대의 기운을 꺾거나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내적 혼란을 다룬다.
이 행동은 악의적이라기보다,
내면의 불안이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경험을
주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페로나의 부정성에는 위선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싫으면 싫다고 하고, 무력하면 무력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행동이 과장되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늘 '진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기에 페로나의 부정적 태도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의 솔직한 표현처럼 보인다.
우리는 때때로 페로나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놓지 못할 때가 있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타인에게 냉소적으로 굴거나 비꼬며
마음의 균형을 잡으려 할 때도 있다.
부정성은 미숙해 보이지만,
사실 누군가에게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마지막 방식일 수도 있다.
성장은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 감정이 왜 필요한지,
어떤 순간에 강해지는지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페로나의 부정성은 미숙했지만,
그 안에는 솔직함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사람이 불안과 외로움 앞에서
얼마나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