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0원, 얼굴 0초. 반응을 만든 1개월의 기록
몇 년 동안 많은 컨텐츠를 기획하고 수많은 영상을 광고로 진행하면서, 영상 플랫폼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을 느낀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유튜브다. 크고 작은 채널, 개인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경쟁이 이어지며, 그 밀도는 날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숏폼과 생성형 AI를 등장은 빠른 소비와 콘텐츠 생산이 쉬워지면서, 유튜브는 말 그대로 경쟁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플랫폼이 됐다.
요즘 유튜브를 켜면 'AI 영상으로 1천만 원 벌기 vs AI 수익화는 거짓말' 이라는 주제가 동시에 소비된다. 이 상반된 주장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생성형 AI가 유튜브 시장의 경쟁도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유튜브에는 매일 많은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약 4개월 전, 브랜드의 메인 캠페인 영상 광고를 진행하다가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지금의 유튜브 생태계에서, 과연 나는 나만의 것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오랜만에 미드저니를 재결제하고 몇가지 이미지와 영상을 빠르게 만들어보니 확실히 달라진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사 없는 음악 위주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어져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고 음원을 만들어 얹고 영상을 올려서 테스트 해보니, 플레이리스트 영상 1개에서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 7천 회 가까이 기록되는 것을 보았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된 3개월의 기록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그리고 AI를 활용해서 만든 영상이 유튜브에서 정말 망할까? 다양한 영상을 만들고 올리고 테스트하면서 유튜브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지켜본 한 마케터의 개인적인 실험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실험한 유튜브 상태]
구독자 수 : 3명
기존 영상 수 : 빗소리 ASMR 영상 3개
총 조회수 / 총 좋아요 수 : 조회수 100건 이하, 좋아요 10건 이하
[목표]
- 1개월 안에 '광고 없이 & 얼굴 없이'
- 1만 조회수 이상, 좋아요 500개 받은 영상 최소 1개 만들어보기 (2025년 12월 기준)
1. 전제 조건
1) 왜 ‘조회수’와 ‘좋아요 500개’ 가 함께인가?
- 유튜브 생태계 내 조회수 중심 사고에 대한 의문
- AI 콘텐츠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조회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좋아요는 능동적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하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과제를 주고 싶었다. 가사없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설득해서 듣게 만들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2) 실험의 룰
내가 좋아하는 '가사없는 음악' 으로 진행하기
트렌디한 카피, 자극적인 썸네일, 양으로 밀기 금지
음악은 굉장히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맛집에 와도 맛이 없을 수 있는 것처럼 구독자가 많은 채널의 음악 영상이 꼭 내 취향일 수 없듯이, 가사 없고 누가 만든지 모르는 (나의 인지도는 0이니까) 음악을 즐기고, 틀어 놓고 들으며, 다시 찾아와서 듣는다는 것은 설득되었다는 것. 그 점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온전히 나의 능력이 아닌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AI를 활용해서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2. 주 사용한 생성형 AI와 각자의 역할
프롬프트 : Chat GPT
정보 습득 : 스레드
음악 : Suno
이미지 : Midjourney
편집 : CapCut
나에게 잘 맞는 생성형 AI는 GPT기 때문에 GPT를 주 사용했으나 필요시에는 제미나이도 사용했다. 추가로 스토리텔링할 때 클로드나 퍼플렉시티를 서브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업의 프로세스가 만들어진 후에는 익숙해져서 GPT 를 단독 사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3-1. 목표 설정 이전의 과정
1) 9월 : 짧은 영상 2개
오랜만에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것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미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정도고 음악에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아쉬운 퀄리티였다.
2) 10월 (영상 14개)
: 영상 1건이 알고리즘을 탐
몇가지 만드는 과정에서 프롬프트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늘었다. 텍스트 -> 시각으로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이해한 느낌. 그 중 20분 짜리 짧은 음악 영상이 하루에 1천회 가까이 재생되기도 했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도 같이 올라갔다. 이 때 본격적으로 테스트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3) 11월 (영상 22개)
퀄리티, 장르 확장
10월 히트했던 영상의 노출과 조회수 급감.
이때부터는 시간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 주말이면 거의 내내 음악과 이미지를 생성하고 정리하고 다시 수정해서 영상을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노력하다보니 음악 장르도 다양해지고 이미지 퀄리티나 주제가 올라갔다.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 프로세스를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조회수 1천 내외의 영상은 3~4개로 줄어들었으나 채널 자체에 영상 조회, 구독자 성비, 연령대에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3-2. 목표 설정 이후의 과정
12월 (영상 24개)
12월에 올린 영상 1건이 알고리즘을 탐.
재생 지속 시간의 증가.
좋아요 반응의 급격한 증가.
12월 초에 업로드한 영상 중 1건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했다.
이전에 업로드한 다른 영상과 눈에 띄게 다른점은 재생 지속시간과 좋아요 반응이었다. 단순히 조회수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끝까지 소비하는 비율이 분명히 높아지고 평균 재생시간이 10분을 넘어갔다. 좋아요 수도 수백개로 늘며 조회수가 1천회 이상 찍히는 날이 늘어났다. 신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속도가 1개월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4. 목표를 달성한 영상, 그 성과는?
성공한 영상 1건의 1개월 동안 성과는 이러하다.
조회수 : 약 2.1 만회
시청시간 : 약 6.1천 시간
좋아요 : 약 1.2천 개
+ 추가 인사이트
1) 지역
성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지점이 보였다. 전체 재생 비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가 약 79%, 해외가 약 21%를 차지하고 있었다. (12월 기준) 한국어 설명이나 자막이 없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청 비율이 주기적으로 증가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사가 없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동영상의 특성상, 제목이 한글로 되어 있어도 언어 장벽 없이 소비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추가로 이미지에는 없지만 유입 경로를 살펴보면 검색이나 외부 채널을 통한 유입도 일부 확인됐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Postype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서의 유입이었다. 플레이리스트 영상이라는 특성상, 누군가가 해당 영상을 자신의 글에 삽입했을 가능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콘텐츠가 다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상이 하나의 ‘배경’ 혹은 ‘도구’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2) 기기 유형
기기 유형별 재생 비중을 살펴보면 컴퓨터 > 휴대전화 > 태블릿 > TV 순으로 확인된다.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특성상 ‘보는 영상’이라기보다는 ‘틀어두는 영상’에 가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PC에서의 재생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흥미로웠던 점은 TV 시청 비중이었다. 2025년에 유튜브에서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로형 콘텐츠 기준으로 기기별 노출 비중에서 TV 비율이 이전 대비 증가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이번 영상도 TV 시청 비중이 약 5%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유튜브를 소비하는 방식이 더 이상 PC나 모바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가사 없는 음악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TV에서도 소비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5. 어떻게 만드나요?
: 시나리오 → GPT → Suno → Midjourney → CapCut
1) 시나리오 정리
어떤 내용으로 작업할지 내용을 정리한다. 보통 메모장이나 노트에 간단히 구상을 적어두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주제를 점점 확장하는 식, 마인드 맵에 가깝다.
2) 콘셉트 초안
GPT에게 정리한 내용을 전달하고 함께 전체 콘셉트를 잡는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라인을 구체화하거나, 음악의 장르와 이미지 구성에 대해 논의한다.
3) GPT로 프롬프트 샘플 추출
내용과 장르를 학습시킨 뒤 GPT에게 음원 프롬프트를 2~3종 샘플로 요청한다. 스토리가 명확할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방향이 애매하거나 GPT의 의견이 필요할 때는 하나는 명확하게, 나머지 1~2개는 유사한 방향으로 요청하는 편이다.
4) Suno 와 작업하기
Suno에 메인 프롬프트를 입력해 샘플 곡을 추출한다. 곡의 무드와 컨디션을 확인한 뒤, 비슷한 분위기로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했다. 비슷한 무드의 곡을 묶어 플레이리스트로 구성하기도 했고, 스토리라인에 맞춰 곡을 배열하기도 했다. 이 선택은 곡의 상태를 보며 유동적으로 결정했다.
5) Midjourney로 작업하기
곡의 방향이 정해지면 샘플 이미지를 생성한다.
콘셉트나 주제가 명확한 경우에는 메인 이미지를 먼저 뽑은 뒤 Suno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GPT에게 미드저니 프롬프트 생성을 요청했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프롬프트 조합이 생겼다. 이 프롬프트들은 이후 활용을 위해 구글 시트에 정리해두었다. suno도 정리하는 편!
6) 이미지 구성
플레이리스트는 보통 1시간 단위로 설계했고, 음원은 13~15곡 정도를 사용한다. 이미지는 각 음원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고르기 위해 음원 수의 약 5배 정도를 1차로 생성했다. 이후 필터링을 거쳐 절반 정도만 남기고, 다른 AI로 업스케일링하거나 별도 프로그램으로 컬러 보정, 사이즈 조정 등 후작업을 진행했다.
7) Suno 추가 작업
이미지 셀렉이 끝난 뒤에는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추가로 생성한다. 기존 프롬프트를 기준으로 GPT와 대화를 나누며 스토리라인에 맞게 수정해 추출하거나, 한 번에 5개 정도의 프롬프트를 받아 Suno에 입력했다. 이때 제목과 복사하기 쉬운 형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코드 형태로 전달, 1천자 미만 등)
8) 플레이리스트 구성
음원은 보통 40~50개 정도를 추출한다. 먼저 초반 10초씩 들어보며 1차 필터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약 70% 정도가 남았다. 이후 30초 단위로 넘기며 2차 필터링을 거치면 약 30곡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후에는 곡의 전체 무드를 고려하며 다시 한 번 쭉 듣는 과정을 거쳤고, 이때 이미지 셀렉을 다시 하거나 영상 편집 준비를 병행했다.
9) CapCut 으로 영상 작업하기
셀렉한 이미지 중 첫 이미지와 마지막 이미지를 먼저 정한 뒤, 나머지 이미지를 흐름에 맞게 배치한다. 이후 최종 음원들과 하나씩 대조하며 전체 길이 1시간에서 1시간 반 사이의 플레이리스트 트랙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8번 단계에서 정리했던 음원 구성이 아예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음원을 더 생성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간단히 정리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과정이 길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그 덕분에 늦게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 제작 과정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이후에 별도의 글로 더 자세히 정리해볼 생각이다.
6. 인사이트 및 결과
1) 독학으로 AI로 콘텐츠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나?
: 된다. 다만 손으로 많이 해야 한다.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몇 가지 꿀팁만 보고 따라 해서 되는 영역은 아니었다. 직접 손으로 부딪히고, 만들고, 망치고, 다시 만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해야 조금씩 늘었다. 채널에는 업로드하지 않았지만 작업을 하면서 영상으로 구성하지 않은 이미지나 숏폼 영상도 상당히 많이 쌓였다. 드라이브 요금제를 상위 플랜으로 바꿔야 할 정도였다. (아 나의 디지털 월세!)
테스트 삼아 상업적인 이미지도 다수 만들어봤다. 본문에 언급한 AI 툴 외에도 그록, 클링, 나노바나나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함께 사용해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꾸준히 손을 움직이다 보니 상업적인 이미지나 영상 역시 만들 수 있었다.
2) AI 컨텐츠로 설득할 수 있을까?
: ‘시간 소비’를 설득할 수 있었다.
여러 마케팅 분야를 경험했지만, 가장 집중한 영역은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콘텐츠 제작에 늘 고민과 부담을 느껴왔던 입장에서, 이번 작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콘텐츠로도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는 걸 체감했다. 물론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콘텐츠는 아니었다. 대신 마음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유저가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게 만드는 설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꽤 큰 성취로 느껴졌다.
3) 사람들은 정말 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을까?
: 생각보다 피드백이 많다.
사실 나는 유튜브에서 댓글을 거의 달지 않는 편이다. 정말 인상 깊은 영상이거나, 좋아하는 브랜드가 대단한 일을 해냈을 때 응원의 의미로 댓글을 남기는 정도였다. 지금까지 쓴 댓글의 수를 세어보면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채널에서 영상을 즐겨주시는 분들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분에게 이 영상은 꽤 큰 울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촉촉하네.
4) 유저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 다양하게 유튜브를 즐긴다.
- 어떤 사람은 소통을 원하고,
- 어떤 사람은 바라는 것을 돌탑을 쌓듯 남기고,
- 어떤 사람은 원하는 것에 대한 댓글을 썼다.
영상을 보고 듣는 액션 외에 유튜브 환경 그 자체를 커뮤니티처럼 활발하게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저’라는 말로 뭉뚱그려왔던 사람들의 행동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로만 보던 액션을 실제 경험으로 체감한 시간이었다.
7. 그래서 AI로도 반응은 만들 수 있었을까.
지금도 만드는 중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중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아쉽게도 가장 인기 있었던 영상만큼의 히트작이 아직 보이지 않지만 다른 영상들 역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의 AI 생성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프롬프트를 그때그때 감으로 입력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분석하고 조정하며 설계하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됐다.
음악 영상을 만들기로 한 선택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어릴 때 미디 프로그램을 다루며 곡을 찍어보고, 그 과정 자체를 즐거워했던 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더 풍부한 형태로 확장해볼 수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 원초적인 즐거움을 넘어, 스스로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수확이었다. 이미지와 영상에 그치지 않고 음악까지 더해 콘텐츠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해보고,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알고리즘의 변화와 흐름을 몸으로 체감한 경험은 더할 나위 없는 성취였다.
실험을 마치고 나서야, 요즘 자주 들리던 ‘숏폼에서 다시 롱폼으로’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상을 소비하는 방식은 점점 더 다각화되고 있었다. 짧게 훑어보는 영상도 여전히 많지만, 동시에 영상을 하나의 배경처럼 틀어두고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분명히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에 노동요나 백색소음 콘텐츠가 자주 등장하고, ‘취침 타이머’ 기능이 추가된 이유도 이제는 알겠다.
알고리즘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체류 시간과 반복 시청이었다. 단순히 많이 노출되는 영상보다, 오래 머무르게 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콘텐츠가 더 오래 살아남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생성된 AI 더미 채널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반면, 콘텐츠의 밀도와 완성도가 있는 영상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반응을 쌓아갔다. 이건 실험을 시작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았고, 모든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분명하게 느껴진 변화였다.
이번 실험을 통해 AI를 대하는 태도 역시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AI를 빠르게 결과를 뽑아주는 도구로만 인식했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까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파트너에 가깝게 느껴진다. 프롬프트를 던지고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이해하고 다음 선택을 조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나에게 AI는, 단순한 생산 보조 도구가 아닌 생각의 밀도를 높여주는 존재이다.
‘잘 되는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다. 조회수가 빠르게 오르거나 단기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 머무르게 하고, 반복해서 다시 찾게 만들며,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더 오래 살아남고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콘텐츠의 성과를 단일 지표로 판단하기보다, 시간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그 기준은 앞으로도 콘텐츠를 만들 때 계속해서 나의 판단 기준으로 남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마케터 닌닌입니다 :)
퍼포먼스 마케팅을 메인으로 B2B, B2C 마케팅을 경험했으며, 여전히 즐겁게 마케팅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AI를 활용한 콘텐츠 실험과 AI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성과를 개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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