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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필년 Sep 12. 2023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결혼적령기 남녀의 커피챗


"결혼. 마흔 전에 하고 싶다 정말. 난 이게 30대 라스트 퀘스트라해도 과언이 아님"


"오 난 이제 좀 내려놨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정을 꾸리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있는 중."


"나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존나 지고 싶지 않아버리는 것. 아니 전쟁났을 때도 다 짝만나서 살아갔는데 왜 우리만 유독 지독한 거죠 짝짓기가"


"난 그거 생각나던데. 원숭이 실험인데 원숭이가 돌을 가져다주면 그 대가로 오이를 가져다 줬대. 돌보단 오이가 좋으니까. 원숭이는 그 교환에 임했는데 어떤 원숭이 한테는 오이 대신에 포도를 줬거든? 포도는 오이보다 달아서 원숭이가 더 선호하는 과채였는데..."


"ㅇㅇ..."


돌멩이를 오이로 교환하던 원숭이가 포도로 교환받는 원숭이를 보더니 불공평함을 느끼고 오이로 교환받는걸 그만두거든? 그런데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돌멩이 보단 오이받는게 나으니까 오이로 바꿔야하잖아. 근데 안 그래."


"ㅇㅇ..."


"사람들도 이젠 다른 사람들과 내 삶이 쉽게 비교가 가능해지니까.유튜브나 sns같은걸로 뭘 자꾸 봐, 그래서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결국 더 이상 뭔가 살기를 거부하는거 같다고 해야하나."


"그치 딱 그거지. 근데 비교해서 불행해지는 거야. 사실 타인의 삶이 더 낫고 좋아보여도. 그 나름 안에서 다들 고통이나 추악한 게 있거든. 신께선 이런 걸 꼭 황금밸런스로 넣어두시는 거 같아.타인의 삶을 내 삶과 견주어 놓고 비교하는 건 오직 내 삶에 뭔가를 더 낫게 할 때만 이로움. 나머지는 해로운 거 같음. 사람이 망가져버립니다..."




내가 되게 좋아하는 동생이 있어. 지성, 아웃핏,눈치... 사람에게 기대하는 모든 면에서 퍼팩트 해. 본인은 미흡하다고 느끼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친구에겐 그보다 더 큰 위력이 있는데, 한국사회에서 겪는 미션을 그럭저럭 잘 넘겼다는 거야. 입시,취업이라는 관문에서 자신이 뜻한 바가 있다면 모두 성취했고, 단 한번도 실패란걸 해본적 없음. 실패하지 않은 사람들을 우리는 보통 부러워하지.


근데 얘기를 해보면 재밌어. 결핍이 있어. 우선 이 친구는 세상에서 선이란 걸 믿지 못하겠대. 그런 건 자기 세계에 없었던 거 같고 잘 모르겠다고. 환대라는 걸 믿지 못하겠대.


그 순간 뭔가 탁 깨달음 같은 게 오더라.


네가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게...환대하는 것, 타인에게  애정을 쏟는 것이 내 세계 안에는 늘 있었던 건데...


...신기하다...


내심 지켜보면 가끔 너무 승승장구해서 열받기도하고 부럽기도 했던 게 네 삶인데...어쩌면 네가 인생 어느 순간에 열렬히 원해도 얻지 못할 무언가가 내 안에 단단히 있구나. 난 그런 것을 너에게 주고 다른 이에게 전하며 살면 되겠구나.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그것을 갈고 닦으며
살아가다 인연 맺고
그 끝에서 자연이 이루는대로 살면 그만이겠다고



"음...살다보면 이런저런 얘기하다 나올 수 있는 한 사람의 정수가 있는데 난 오늘 다 꺼낸 거 같습니다. 이게 나인 거 같음. 몽상가란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뭐 어때. 대의명분이 건강하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하나씩 실천해나가면 뭐 그럭저럭 살만해지더라. 지금까지도 그런 식으로 살아왔어 난. 종교는 없지만 이 점에 대해선 종교적인 믿음이 있어. 종교는 사람들한테 무언가를 약속하거든? 덕을 행하고 덕을 쌓아라. 하늘은 비웃지 않는다고. 분명 세계 어딘가에는 찰떡같이 나와 포개질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서로가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를 부대끼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쓰읍...니 결혼식에서 울어야되는데 못 울겠구만. 오늘 울어버려서. 나에게도 그런 울림이 오는 날이 왔음 좋겠군."

난 항상 이 세상을 알고 싶어 애를 써 왔네
내게 바라는 게 무언지 알 수 없었기에
하지만

그게 나 나야
그런 것도 모르는 사람
그게 나 나야 나야

난 싫어 이런 내 모습이
난 싫어 이런 내 세상이

하지만 나는 이렇게 밖엔 살 수 없는 걸
이게 나 나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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