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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호 Feb 06. 2021

연예인과 정치인

연예인과 정치인, 대중과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두 직업군이다. 두 직업은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공통점은 대중의 관심에 죽고 사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관종이다. 두 직업 모두 한 번이라도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한다. 그렇게 얻어낸 인기는 그들에게 돈이나 표가 되어 돌아온다.


두 직업의 차이점은 관심을 얻는 방식이다. 연예인은 대중을 즐겁게 해 주면서 관심을 얻는다. 뛰어난 외모로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연기나 음악 등의 퍼포먼스로 감동을 주기도 하며, 재치나 입담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들이 잘하는 만큼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으며, 연예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대중의 선택이다. 반면 정치인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얻는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만들 수 있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돈을 주무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정치인에게는 있다. 대중과 언론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위험한 힘이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선택이 아닌 의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정치인에 대한 관심은 커져 간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혼자 사는 거라는 것을 깨닫고는, 내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사적인 생활에 관심이 갔다. 언론에서 관련 뉴스를 뽑아내면 자연스럽게 마우스가 향했다. 유명 연예인의 가십만큼 재밌는 기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연예인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낀다. 그들이 출연하는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고 즐거움을 얻는 선에서 관심을 끊어야지,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내 삶에 어떠한 이득도 없다. 오히려 나의 소중한 시간만 잃는다. 연예인이 선행을 하든 악행을 하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칭찬할 필요도 욕할 필요도 없다. 연예인의 카메라 밖 행동에 대해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평가하는 게 맞다.


과거에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가, 독립하여 직접 돈을 버는 입장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치인들이 가진 힘이 너무 강해서, 그들이 하는 행동에 따라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이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이 한 방향을 정하면, 원래 그 방향대로 가고 있던 사람은 순풍을 받아 쭉쭉 나아가게 되고, 반대로 가고 있던 사람은 역풍을 맞아 배가 뒤집히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배가 뒤집혀 바다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또 어려운 것은 순풍을 받은 사람이 사회에 헌신하여 보답받은 것이 아니고, 역풍을 맞은 사람이 사회에 해를 끼쳐 응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평범한 국민일 뿐인데, 정치인의 신념이나 선거 전략에 따라 모두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각 정치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펴보고, 어떤 정치인이 나에게 순풍을 주고, 어떤 이가 나에게 역풍을 줄지를 판단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과는 별개로 그들이 강한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도 판단하고 있다. 성인군자는 안되더라도,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강한 힘을 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들을 통제할 유일한 수단인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최상의 판단을 내리고 싶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결국 나를 위해서다. 투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를 위한 투표를 하면서 갖고 있는 하나의 이기적인 생각이 있다. 모두가 각자를 위해 던진 표로 선출된 정치인들이 가리키는 방향의 총합이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방향을 가리키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애국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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