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ke Kim Mar 30. 2017

다시 시작하는 전설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리뷰

기대하고 기대하던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기 전 몇 가지 요소가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영화의 총책임자인 제작자인 '아비 아라드'는 소니에서 스파이더맨을 망작으로 가게끔 이끌었던 자고, 감독인 '루퍼스 센더스'는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백설공주)'이라는 망작을 만든 후 주연이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염문 뿌리기에 바빴던 감독이며, 메인 각본가인 '에런 크러거'는 매번 스토리로 까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메인 작가... 게다가 주인공인 쿠사나기 역할을 싱크로율 엄청 낮은 스칼렛 요한슨이 맡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원래 이런 괴랄한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재밌게 봤어요. ㅎㅎ


여기에 더 대차게 까이기 시작한 건 공개된 트레일러를 통해 보여진 영화의 비주얼과 주조연들의 위화감 때문이었습니다. 원작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배경은 홍콩에 가까웠지만 공개된 영화의 무대는 그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스칼렛 요한슨의 기럭지가 쿠사나기 소령의 기럭지에 비교해 너무 차이가 났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감잡을 수 없게 이상한 정보를 뿌려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각기동대라는 콘텐츠를 너무 좋아하는 덕후로써 사실 앞서 공개된 모든 정보가 불안한 요소였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시 본 애니메이션이 공각기동대였고 공각기동대에서 파생되는 전뇌의 개념과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묘사를 굉장히 사랑하는 일인으로써 과연 그 기대를 얼마나 채워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한 공각기동대 20주년을 맞이하며 IP(지적재산권, 저작권)의 주인인 '스튜디오 IG'는 공각기동대를 앞으로 다양하게 프랜차이즈화 하여 미국의 스타워즈에 대항할 일본의 콘텐츠로 규정짓고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공각기동대:ARISE'라는 작품을 공개합니다. ARISE는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프롤로그인 '공각기동대:스탠드 얼론 콤플렉스(SAC)'보다 과거인 쿠사나기 소령의 군인 시절부터 공안 9과에 참여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아내며 골수팬들의 궁금증을 많은 부분 해소해줬지만 스토리가 너무 병신 같았고 20주년 기념작이라기에 무색할 정도로 작화의 퀄리티가 떨어졌으며 공각기동대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한 쿠사나기 소령의 외모가 너무 이상하게 변해서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영화를 전혀 기대 없이 보게 되었고...
오늘 감상한 한 줄 평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입니다.


자~ 그럼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리뷰는 제가 걱정했던 5가지 요소에 대한 해답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따로 또 연재하겠습니다. ^^

(이후 조금 길어요~ 스포일러가 아주 살짝 있습니다.)




1. 스칼렛 요한슨은 좀 아니지 않아?


네.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우선 원작의 쿠사나기 소령과 비교해 보자면 지금까지 총 5개의 버전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만화(공각기동대), 극장(공각기동대), TV(Stand Alone Complex), OVA(ARISE)의 오리지널 버전 4개와 이번 극장판 1개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재밌는 부분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였음에도 첫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이후에 TV판에 와서야 조금 만화 원작과 비슷해졌으며 다시 최근 만들어진 ARISE는 기존과는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상단부터 차례대로 만화, 극장판1편, SAC, GIG, ARISE의 쿠사나기


대부분의 팬이 좋아하는 쿠사나기의 외모는 만화판과 TV판이었고 저 역시 그러했기에 영화판이 만들어질 때 참조했으면 하는 외모는 기존보다 조금 더 글래머러스하고 서구형 미인에 가까운 얄상한 외모였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스칼렛 요한슨은 별로라 생각했으며 헐리웃의 화이트 워싱(주인공을 백인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컸습니다. 일본 배우가 하거나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애밀리 블런트, 밀레이엄의 루니 마라 같은 배우가 해주길 바란 것이죠.


에밀리 블런트
루니 마라


그런데 아닙니다. 스칼렛 요한슨 캐스팅 너무 잘했습니다. 우선 무표정일 때 인간 같지 않은 외모 게다가 극장판 1편에서 보여졌던 조금은 현실성 있는 인체 비율이 굉장히 잘 들어맞았고 동양인들과 같이 있을 때 느껴지는 도자기 같은 이질감이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생각외로 잘 어울렸던 스칼렛 요한슨




2. 영화 때깔이 별로 아니야?


네. 저도 트레일러가 공개된 걸 보며 굉장히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이미 식상해져 버린 미래사회의 묘사는 블래이드 러너와 꼭 닮아 있었고 매트릭스를 통해 선보였던 불렛타임(고속촬영)은 이미 너무 많이 봐왔으며 무대 곳곳에서 느껴지는 CG의 이질감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입니다.


진리의 IMAX 3D


그런데 오늘 개봉됐던 CGV의 IMAX 3D로 감상한 결과 이게 웬걸? 이질감이 느껴졌던 부분은 3D 효과가 더해져 그 깊이감이 엄청나게 빛을 발했고 공허해 보였던 부감샷은 아이맥스 화면에 꼭 맞추어 너무 아름답게 보였으며 블래이드 러너에서 영감 받은 듯한 도시의 외관은 블래이드 러너나 매트릭스 등 SF 영화에서 보아왔던 환경을 업그레이드하여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전체적인 화면이 원작에 비해 많이 어둡긴 했으나 주제나 분위기, 스토리에 맞물려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표현된 다양한 무대들의 디자인은 눈이 황홀할 정도거나 입이 벌어질 만큼 멋들어진 미장센을 보여줍니다. 2D로는 표현키 힘든 사물과 공간, 공간과 공기의 레이어드(중첩된 거리감)가 굉장히 멋집니다.


이장면 영화관에서 보면 굉장히 멋집니다.


결론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트레일러가 3D로 전환됐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현재 IMAX 3D로 나온 영화 중 이만큼 눈이 황홀할 정도로 잘 만든 영화 몇 없습니다. 감독이 얼마나 칼을 갈고 공들여 만들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음향효과와 음악도 꽤 좋았습니다. 전율의 테마음악이 마지막 스텝롤이 올라갈 때 영화관에 울려퍼지는 걸 들으며 저는 박수를 쳤어요. ㅋㅋ




3. 스토리는 어느 버전에 기반한 거야?


네. 저도 트레일러나 사전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예상할 때 굉장히 헷갈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감독은 TV판 SAC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웃는 남자'를 많이 참조했다고 했으나 등장인물 중 남자 주인공의 극 중 이름은 '쿠제' 였습니다. 그런데 '쿠제'는 웃는 남자' 이후에 SAC에서 이어지는 GIG의 '개별 11인' 스토리 중 난민해방전선의 수장 '쿠제 히데오'의 이름이며 트레일러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모습은 또... 극장판 1편의 상징적인 장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TV판 GIG에서 등장하는 쿠제
영화에서 표현된 쿠제 -  하지만 인형사의 역할임


이러한 엉망진창 정보로 인해 공각덕후들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극장판 1편을 기반으로 했다면 주요 스토리는 '인형사(프로젝트 2501)'여야 하지만 인형사의 외모는 여성으로 표현된 남성 인격이고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쿠제는 GIG의 쿠제도 아니고 인형사도 아닌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감독이 말한 웃는 남자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과연 이 영화는 어떤 버전에 기반했는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인형사(여성으로 표현)


자~ 영화를 본 후 결론을 내자면 이 영화는 극장판 1편에 기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버전의 공각기동대의 설정과 스토리를 조금씩 빼내 와 독자적인 스토리를 구축했습니다. 퍼센티지로 이야기하자면 극장판 70%+TV판(SAC-GIG) 20%+ARISE 5%+극장판 2편 이노센스 3%+만화 2%를 기반으로 기존과 거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합니다.


이런 미친 작화가 등장했던 공각기동대 2편 이노센스
이노센스에 등장하는 게이샤 로봇, 영화에선 더 로봇같은 모습으로 등장.


참고적으로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시간적 순서는

ARISE → SAC  →  GIG  → SSS  →  극장판 1편 : 고스트 인 더 쉘  →  극장판 2편 : 이노센스

추천하는 시리즈 보기 순서는

SAC  →  GIG  → SSS  →  ARISE → 극장판 1편 : 고스트 인 더 쉘  →  극장판 2편 : 이노센스




4. 그럼 내용이 엉망진창 아니야?

우선 시리즈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극장판 1편에 많은 부분 기반하며 힘을 실어준 것은 앞으로 시리즈화될 수 있는 이 영화에 프롤로그로써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공각기동대를 이제 새롭게 접하는 관객들에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는 극장판 1편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여러 장면이 오마주되어 등장하며 오랜 팬으로 있었던 공각덕후들이 박수를 칠만큼 굉장히 잘 표현해 냈습니다. 또한 기존 스토리와 새로운 무비 유니버스를 창조함에 있어서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쿠사나기' 소령이 아닌 메이저 '미라'


그러나 팬들이 가장 의아해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쿠사나기 모토코'라는 순수 일본 계열의 이름에서 '미라 킬리언'이라는 순수 영문이름으로 바뀌었다는게 공개된 이후에 팬들은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굉장한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영화에서 '쿠사나기 모토코'라는 이름이 나올 때쯤 기존 공각기동대 팬들은 무릎을 쳤을 겁니다.


"키야~ 감독! 사기꾼 노무 새끼!!!" 하면서 말이죠. ㅋㅋ


바로 이 지점이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극장판 1편의 재미가 인형사를 쫓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철학적인 고찰이었다면 영화 공각기동대 재미는 메이저 '미라 킬리언'이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을 발견하는 전율의 순간 입니다. 물론 원작의 철학적 깊이에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얕은 스토리텔링이지만 처음 공각기동대를 접하는 일반 관객에겐 굉장히 먹힐만한 반전입니다.


ARISE 버전의 오토바이


게다가 이런 내용 구조는 기존 시리즈에 없었던 부분이 아닙니다. TV판 SAC과 GIG, ARISE를 보면 쿠사나기가 아닌 다른 조연에게 비슷한 '고스트 해킹' 사건이 등장했고 그걸 영화판에서 굉장히 좋은 반전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극장에서 한참 집중해서 보던 저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치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쿠사나기 소령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각본가님~" 하면서 말이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중간에 쿠제(인형사)와 미라(스칼렛 요한슨)를 엮어서 러브라인 만드는 걸 보며 속으로 쌍욕을 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기존의 원작들은 너무 이런 부분이 없어서 일반 관객들은 어려워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개연성을 따져도 괜찮은 선택이라 봅니다.



5. 원작을 훼손하진 않았나?


사전에 공개된 몇 가지 단어 때문에 사실 여러 커뮤니티(특히 덕후들이 많이 포진한 클리앙과 루리웹)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선 주인공 쿠사나기를 대표적으로 지칭했던 '소령'을 '메이저'라고 표현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건 영화를 보시면 한 번에 해소되실 겁니다. 배경이 미래사회다 보니 다양한 인종이 한 공간에 있고 그중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와 일어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해도 전뇌 전송을 통한 자동번역 기능으로 각자에겐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듣게 됩니다.

초반에 공안 9 과를 운영하는 아라마키가 미라(스칼렛 요한슨)를 호출하며 정확하게 '소좌'라고 부릅니다. '소좌'는 한국말로 번역하며 소령입니다. 그러니 메이저라고 불러서 광분했던 팬들을 한방에 잠재울만한 개연성입니다. 단지 번역이 문제였는데 번역에서는 '소좌'라고 나온 부분도 영어 그대로 '메이저'라고 표현합니다. 한국식으로 번역해서 '소령'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영화의 세계관 자체가 모든 언어가 통합된 세계이기 때문에 '메이저'라는 선택이 나쁘진 않았다 봅니다. 물론 '소령'이라고 번역해 줬다면 공각덕후들은 더 좋아했겠지만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기타노 다케시 명언


문제는 아라마키 과장을 연기하는 기타노 타케시입니다. 기타노 타케시는 90년대 일본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감독이자 배우, 희대의 코미디언이지만 사실 어린 관객들이나 일본 영화를 많이 접해 보지 않은 관객들은 전혀 모를 만한 배우입니다. 그런데 이 아라마키의 역할이 정말 이질감이 드는 이유가 원작에서 표현된 아라마키는 굉장히 작고 아담한 체구에 빠른 두뇌회전과 치밀한 전략으로 공안 9 과를 이끌며 전선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안전 주의자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서 기타노 타케시가 연기하는 아라마키는 마초도 이런 상마초가 없습니다. 테러범들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빗발치는 총탄속을 돌격해서 적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강한 캐릭터로 묘사되었습니다. 기타노 타케시를 섭외한 건 굉장히 잘한 짓이지만 이러한 과격한 설정은 기존 팬들이 좋아할 리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측부터 파즈, 사이토, 바토, 쿠사나기, 보마, 토쿠사, 아라마키, 이시카와


또한 공안 9 과를 대표하는 핵심 멤버 중 '바토'의 캐스팅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원작에선 좀 더 육중하고 마초마초하고 머슬머슬하지만 영화에선 조금 더 부드럽게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외모나 연기는 굉장히 괜찮았고 스칼렛 요한슨과 같이 선 장면에선 굉장히 덩치 차이가 나서 보기 좋았습니다. 단지 극장판 이노센스와 SAC에서 맹활약하는 토구사의 모습이나 공성방벽을 해재하는 곰 같은 이시카와, 최고의 저격수인 사이토, 야쿠자 같은 파즈, 괴물 같은 보마가 제대로 묘사되지 않거나 등장하지 않은 점은 골수 공각 팬으로서 아쉬운 점입니다. (갑자기 웬 여자 멤버가 공안 9과에 공기처럼 투입되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입니다.)



그 외에 공각기동대의 수다쟁이 마스코트 격인 타치코마(후치코마)가 등장하지 않은 점은 너무 아쉽습니다. 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TV판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차후의 시리즈에라도 등장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론 타치코마야 말로 공각기동대의 숨은 영웅이며 원작자인 시로 마사무네가 굉장히 애정했던 캐릭터라 이번에 약간의 뉘앙스도 등장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극장판 2편을 위한 비밀병기라고 봐야겠지요? ㅋㅋ


원작만화에는 쿠사나기가 여성 2명과 사이버 공간에서 섹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추가적으로 반가웠던 건 쿠사나기가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이 묘사되었다는 점입니다. 원작 만화가 발표된 1991년은 일본에서도 이 부분이 충격이었고 한국에 번역된 만화가 나올 때 이 부분이 검열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어설픈 러브라인(한국 드라마인 줄... 부들) 때문에 이 설정이 부딪히긴 하지만 원작 만화 설정의 뉘앙스를 풍겨준 건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이스터 에그를 찾아서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총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버전의 공각기동대는 굉장히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극장판 1편보고 공각기동대가 재밌다고 하는 사람은 뻥쟁이


종종 저는 공각기동대를 너무 재밌게 봤다는 덕후님들을 만나곤 하는데 여기에 굉장한 의문이 들곤 합니다.

저 역시 공각기동대라는 시리즈를 엄청나게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극장판 1편, 2편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처음 1996년 해적판 비디오로 봤을 때는 자막이 없어서 화면만 보고 우와~ 멋지다 했지만 내용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해괴했고 군대에 있을 때 휴가를 나와 봤던 자막 있는 버전은 3번을 봤는데도 내용이 이해 안 되었으며 상병 휴가 때 나와서 4번이나 극장에서 본 매트릭스가 좋은 길잡이가 되었고 재대 후 드디어 공각기동대 만화를 보고 나서야 조금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공각기동대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TV판 스탠드 얼론 콤플렉스를 보고 나서야 가능했고 다시 극장판 1편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와 당시 나오기 힘들었던 괴물같은 작화를 발견하고 감독이었던 오시이 마모루의 천재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공각기동대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1편 하나 보고서 재밌게 봤다는 사람들의 말은 뻥'이라고 믿는 저로써는 "이게 과연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공각기동대가 영향을 받은 블래이드 러너에 기반한 미장센(무대미술)과 매트릭스 이후에 질리도록 표현된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관, 이미 질리도록 본 CG 떡칠의 영화가 관객에게 먹힐 것 인가?" 하는 우려는 이 영화가 모 아니면 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라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완역판이 나온 공각기동대 만화.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 버전의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의 스토리텔링 구조와 화면에 표현된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화면은 새로 이 시리즈를 접하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년간 공각기동대의 팬이자 열심히 덕질 해온 덕후로서 이 영화는 대만족이었습니다. 특히 IMAX로 보는 스파이더 탱크와 소령의 대결은 조금 아쉬움이 있어도 굉장히 흥미진진했습니다.


시사회를 통해 이 영화를 본 몇몇 영화평론가 분들과 이제야 겨우 공각기동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고 걸음마를 땐 관객들이 "원작에 비해 너무 후지다." "때깔만 좋고 철학이 없다" 고 비하하는 것이 불편한 건 어쩌면 단순한 억지스러운 팬심이 아니라 이 영화 시리즈가 성공해서 앞으로 계속 이어지며 타치코마와 후치코마, 그리고 웃는 남자의 등장을 바라는 골수팬의 기도와 같은 바램이 담겨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영화 공각기동대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4차 산업혁명이 진화된 미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공유지식, 사물인터넷, 모바일 테크, 3D 프린트 등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 가능성에 대한 결과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팟빵 지식해방전선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참여해요! 홍보~ㅋ)


http://www.podbbang.com/ch/13427?e=22227629


이번 영화는 기존 팬들을 위한 성찬이자 새로운 팬을 위한 나침판입니다.

그러니 꼭 영화관에서, 웬만하면 IMAX 3D로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 있더라도 이만한 비주얼 끝판왕 쉽게 만나기 어려우니 그냥 화면만 즐기셔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보러 간 '공각기동대가 뭔지 모름' 이었던 관객도 꽤 재밌게 봤다 합니다. 그러니 늦지 않게 즐기세요~ ㅎ



매거진의 이전글 마법으로 지구를 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