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행복의 기원>
작가: 서은국
이 책은 4월 30일에 완독 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책키나우'라는 작은 독서모임이 있는데, 지난 7기 지정도서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식상하다 싶을 만큼 많이 논하는 주제이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또 식상하지 못하다. 7기 독서모임이 시작되던 때는 4월이었다. 봄이었다. 행복에 가장 물든 계절이 아닐까 싶었고, 행복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볼까 하여 이 책을 선정하여 같이 읽어보았다.
'행복'하면, 일단 낭만과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행복의 기원>이란 책은 지극히 이성적이어서 의외였다. 작가님의 말로는 이 책에서는 '과학책 버전'의 행복을 찾아보려 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보면 실망이 덜 하고, 과학적, 유전자적, 진화적 개념으로 '행복'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더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존과 번식,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행복의 기원>을 기록해 본다.
(아래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따로 정리해 봅니다. 초록색 글씨는 저의 소소한 생각들입니다.)
Chapter 1 행복은 생각인가
.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 행복은 막무가내로 느껴지는 단순한 '감각'이나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긍적으로 생각을 하거나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더 행복을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어려운 말이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은 행복이나 긍정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안 돼서 그런 거라고 한다. 역시 어렵다. ㅎㅎㅎㅎㅎ
. 행복을 소리라고 한다면, 이 소리를 만드는 악기는 인간의 뇌다. 이 악기가 언제, 왜, 무슨 목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지를 알아야 행복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 역시 모든 것은 원리를 알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 근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가?
Chapter 2 인간은 100% 동물이다
. 태평양 연어들은 약 6천 개의 알을 낳지만, 그중 성인기까지 생존하는 연어는 2마리에 불과하다.
▶ 문제는 경쟁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존경쟁에서 최후의 월계관은 성공적인 짝짓기라고 한다. 이건 어떻게 보면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날 인간은 과한 경쟁 없이도 생존하고 대를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지극히 가난하거나 위험한 곳을 제외해야겠죠?)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리도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동참하고 있는 걸까요? 생존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것이겠죠?
. (우리 조상의) 성비 불균형 때문에 남녀의 기질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자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될 수 있지만, 수컷은 어차피 최고가 못되면 짝짓기에서 낙오되기에 매사에 '모 아니면 도'같은 극단적인 전력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들은 작은 것에도 승부욕이 불탄다.../ 승부욕 있는 수컷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 첨에는 이 내용이 여성으로 뭔가 모르게 약간의 기분 나쁨이 있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승부욕이 불타는 여성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건 또 어떤 현상일까?
. 이성적 판단은 동물적으로 내려진 결정 앞에 힘을 쓰지 못한다.
▶ 네, 그렇데요. 근데 글쎄요~? 우리 스스로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각자 인증받아보는 걸로.
Chapter 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 진화론 코스에서 보게 되는 행복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과 다르다.
▶ 이 부분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다윈의 진화론에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책에서 결론적으로 아리스토텔리스의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다'와 다윈의 '진화론'은 정면 대립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중요한 포인트라는 느낌이 들었다.(사알짝 지루하려고 할 때 결론을 맺어주셔서 무지하게 감사하다.)
. 위트 자체가 생존 필수품은 아니다. 그러나 위트는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수준'을 나타낸다. 위트는 창의성의 표현이며, 높은 창의성을 가진 사람은 멋진 꼬리를 소유한 '인간 공작새'가 되는 셈이다.
▶ 이 내용에 대해서 독서모임(오프라인) 때 토론을 했는데, 굉장히 열변들을 하셨다. 인상적인 논점은: 위트는 마음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위트는 창의성이나 유머를 가진 거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 '위트'를 받아주는 상대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황이 아주 달라진다.
(아재개그를 예로 들었는데, 어떤 사람은 아재개그는 너무 재미없고 그 사람이 위트 없고 이상한 유머를 갖고 있는 괴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너무 위트 있고 유머코드가 맞아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4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 아... 이런 말은 너무 싫죠? ㅋㅋㅋ 더 싫은 말이 있어요. 인간은 생존 확률을 초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라고 해요. 예, 그렇답니다. ㅎㅎ
.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 이 말은 납득이 되는 편이다. 이 편에서 우리의 뇌를 단백질로 이루어진 동전탐지기에 비유한다. 탐지기는 '쾌감'을 찾으며, 생존하기 위한 필요한 상황에 '쾌감'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논리는 많은 책에서 이미 습득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쉽게 말해 이 쾌감 신호가 자주 울리는 뇌를 가진 자다.
▶ 즉, 부정을 덜 느낀다고 해서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 아니고, 필수 조건은 긍정적인 쾌감 신호가 더 자주 느껴지는 사람이 행복감이 더 좋다고 한다. 읽다 보니 이해되었다.
Chapter 5 결국은 사람이다
.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 뇌의 궁극적인 용도는 '인간관계'래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나마 괜찮은 뇌를 갖고 있는 듯하네요? 여러분의 뇌는 어떤가요? ㅎㅎ
Chapter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 행복을 좇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질문이 하나 있다. 내 인생에 무엇이 있어야 행복할까?
▶ 하... 이런 질문이 항상 쉬워 보이면서 어렵다. 내 인생에 무엇이 있어야 행복할까? 쪼개다 보면 답은 항상 엄청 소소한 것들이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 톨스토이는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산다'고 했지만 나는 빵도 먹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 너 T 야?
. 돈은 비타민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비타민 결핍은 몸에 여러문제를 만들지만, 적정량 이상의 섭취는 더 이사의 유익이 없다.
▶ 저는 이 말을 보고 너무 위안이 되었어요. 돈이 없어서 그러겠죠. 헤헿. 문제는 결핍이 안 될 만큼이 어느 정도 일까?
. 핀란드는 인테리어 소품 등을 디자인했던 알바 알토의 얼굴을 화폐에 새긴 나라다. 일상의 작은 경험의 가치를 아는 나라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 TMI이지만,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고 싶은 나라가 핀란드다. 후훗
.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 아시겠죠???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제가 이 말을 너무 좋아해서 그림도 그렸었다. 그전에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이 말을 처음 읽었는데, 그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 제가 또 다른 아티클에서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라는 내용을 인용한 것을 읽고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Chapter 7 '사람쟁이' 성격
. 그가 행복하다면, 원인은 그의 차가 아니라 그의 성격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웃을 사람이다.
▶ 그렇죠.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저는 행복하다. 그런데 저의 드림카는 HUMMER다. ㅋㅋㅋ
.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
▶ 그럼 나는 점점 부유한 사람이 되겠구나.
Chapter 8 한국인의 행복
. 집단주의 문화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우선, 심리적 자유감이다.../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장점은 일단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무서운 응집력과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긴장과 피로가 수반된다.
▶ 팩트?
. 한국인의 삶을 함축하는 내용의 수필을 공모한 적이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수필의 제목은 '시험'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평생 정답을 찾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 팩트? 근데 한국인뿐만 아닌 듯.
. 지금 세상에서는 돈이 있으면 홀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존만이 목표라면, 사람 없이 돈만 가지고도 살 수 있는 일종의 '신세계'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는 아직 이 신세계에 적응이 덜 되었고, 그 안의 행복전구는 돈 자체에 관심이 없다.
▶ 유전자적으로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돈이 있어도 함께 즐길 사람이 있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니까. 그것 또한 팩트구나.
.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 모든 것이 그런 듯이 친구도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평소에 하는 얘기 중 만나온 시간보다 깊이가 중요하다가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너무 마음이 서로 맞는 그런 친구가 '진짜 친구'에 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이런 친구가 오랜 친구가 될 것이죠.
Chapter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 금강산 구경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욕구(식욕, 성욕)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금강산 유람(자아성취)을 한다는 것이 최근 진화심리학의 설명이다. 혁명적이다.
▶ 칠옹성 같던 매슬로우의 이론이 최근 위아래가 뒤바뀌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논점이 참신하긴 하다. 그리고 납득 안될 말도 아니다.
.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 이 책의 마무리가 이렇게 따듯해서 개인적으로 너무 위로가 되었다. ㅎㅎ 그래서 이 말을 사진 찍어서 매일 저녁 나와 함께 저녁밥을 먹는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행복하다고 전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