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돌고 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나라는 존재는 오롯이 아기를 돌보는데 쓰인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잊을 때가 있다. 나의 몸 상태, 나의 기분, 나의 시간, 나의 하루, 나의 취향 같은. 그럴 때마다 어떤 말들은 나 자신을 기억해내게끔 만들어줬다.
출산 후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처음으로 외출을 했다. 독서토론 멤버들과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환대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이런 장면일까. 그들의 목소리도, 표정도, 몸짓도 나를 향했다.
"세상에!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어요.", “그냥.. 와준 게 고마워요!"
내가 나로서 환영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친구가 과일을 보냈다. 그 친구에게 출산 선물도 한아름 받았기에 택배상자가 의아했다. 언니가 보냈냐는 물음에 친구가 답했다.
“너 먹으라고. 아기 때문에 정신없을 것 같아서. 누가 뭐라도 사주면 먹게 되잖아.”
그 말은 나를 툭 건드렸다. 광합성을 하면 편안해하는 아기를 위해 유모차를 밀면서 김밥을 먹었고 정자에서 유모차를 흔들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 주 내내 그랬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떠올라 코끝이 시큰했다.
하루하루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앞으로를 상상한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일하지? 내년 이맘때에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 벽 보고 노는 아이처럼 혼자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나의 꿈과 계획을 듣고 누군가는 걱정이나 우려를 하기도 하니까. 어느 날 지인에게 생존신고를 하면서 내 계획을 말해버렸다.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날개 다신 거예요.”
내 목표가, 나의 내일이 귀하게 여겨진 것 같았다. 그 말대로 이루어지기를,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우리는 들은 대로 말한다. 하나의 말이 입에서 귀로 건너간다. 마음에 남아 나의 말이 되어 다시 누군가에게 닿는다. 경험한 만큼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나에게 내가 들었던 말들을 건넬 것이다. 자신을 깜빡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들려주고 싶다. 그 자신을 떠올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