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다. 전이되었더라도 항암을 하기도 하던데. CT도 찍고, 종양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수술하기도 한다는데 우리에게는 왜 편안히 보내주라는 선택지만 있었을까?
종양 자체보다 종양이 터지면서 뒤따르는 빈혈이나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가 위험하다. 쇼크가 온다면 수액이나 약물 혹은 수혈로 응급 처치를 한다. 우리는 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거기까지. 왜냐하면 수혈을 한다고 한들 지속적으로 수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 2차부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이 모든 걸 안고 가더라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기꺼이 선택했겠지만 어디까지나 '고민해봐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수의사와 상담을 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기준이 되는 척도를 꼽았다. 식이, 통증, 구토와 설사를 언급했다. 밥을 안 먹을 것이고, 식욕촉진제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시기가 지나면 콧줄로 강급을 하는 단계까지 간다. 쇼크로 인한 급사가 아니고서는 통증이 지속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종양 환자는 통증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진통제는 신경안정제에서 시작해 통증이 커질수록 주기 혹은 강도 등을 더하는데 마지막엔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붙인다. 모르핀이나 펜타닐 같은. 개들은 아프면 앓는 소리 혹은 깨갱과 같은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를 낸다는데 둥이는 그런 소리를 일절 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통증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종양이 전이되고 터질 때 안 아플 수 없을 텐데. 어떻게 보면 갑작스러운 죽음이 흰둥이에게나 보호자들에게나 덜 마음 아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토와 설사도 유심히 봐야 한다. 이렇게 통증을 겪으면서 장기가 망가지고 합병증이 뒤따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스러운 하루하루가 이어질 것이다. 그때에는 안락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통증을 중단하는 방법으로써 바라봐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 흰둥이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어디까지 노력하실지 미리 이야기 나눠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수의사는 말했다.
길어야 한 달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주를 퍼붓는 건가 싶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방법으로도 저주를 풀 수 없도록 흑마법을 더하는 것 같았다. 수의사들의 말이 하나씩 이뤄질수록, 혈관육종으로 아이를 보낸 보호자들의 경험이 내 이야기가 될수록 죽음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고통을 앞세워 우리를 압박하는 죽음이 느껴졌다.
지인의 말을 곱씹으며 간절하게 기도할 줄 몰랐다. 안락사를 논하기 전에 자연사해주는 건 큰 효도라고. 우리의 마지막이 이런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날 이후로 3주가 흘렀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울고 있다. 눈이 빠지도록 울어서 바뀌는 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울텐데 바뀌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