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
최다 재학생수를 자랑했던 07년생 황금돼지띠의 수능 응시,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교육계의 수능 문항 오류 주장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2026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수능 시험지를 뒤늦게 받아들고, 푸느라 쩔쩔맨 것은 오랜만이다.
1) 1~3번
독서 이론 파트에서는 단순 관점의 개념과 한계, 의의를 다룬 지문이 출제되었다. 1~3번 독서 이론의 경우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문맥의 제약을 고려한 동형이의어 의미의 확장'을,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읽기의 변화'를 다루었다.
EBS 수능완성에는 '단순 관점'과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글이 없으나, EBS 수능특강 278쪽 실전학습 1회에 독서 능력을 해독과 독해, 두 기능 요소 간의 통합적 관계로 보는 내용의 지문이 실려있다. 수능에 출제된 지문에서 단순 관점이 독해 능력을 '해독'과 '언어 이해'로 단순화하여 설명했다는 것 중 '해독'이라는 키워드가 겹치나, 내용상 연관이 깊은 것은 아니다.
3번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평가원 사이트에 공개된 정답은 4번이지만, 교육계에서 이중 정답이라고 제시한 것은 3번인데, 애초에 지문이 단순 관점에 대한 이론을 잘못 설명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단순 관점 이론에서 언어 이해는, 글로 읽은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아니라, 들어서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글을 이해하는 능력은 글자 해독 능력과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곱한 값이라고 설명하는데, 듣기 기반의 언어 이해 능력과 글로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독해 능력은 서로 다른 능력임에도 이를 동일한 범주로 묶어서 설명하는 것은 단순 관점 이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주장이다.(출처: 수능 국어 3번 ‘단순 관점’ 지문 틀렸다? 서울대 교수 “정답 2개” 주장)
평가원에서 발표한 답에 따라 지문에서만 정답을 찾는다면, 해독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글 읽기 경험이 언어 이해 발달에 기여하지 못한다. 학생 B는 글을 읽을 때는 중심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중심내용을 파악한 것은 말로 들었을 때이므로, 정답은 4번으로 골라야 한다.
2) 4~7번
(가), (나) 세트형 지문에서는 '담보'를 중심으로 한 법 해석, 보증 계약 및 연대 보증에서 보증인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수능특강 162쪽 부동산에 대한 강제 집행과 가압류를 다룬 지문과 일부 유사한데, (가)글의 4번째 문단에서 담보를 채권과 관련된 맥락으로 서술한 부분을 짚을 수 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법 조문의 해석에 초점을 맞췄으므로, 용어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지문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해당 지문에서 가장 고난도 문항은 6번으로, 오답률 70%로 집계되었다.(ebsi) ㉠(이는 주채무자와 보증인 간에 보증의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 별도로 체결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은 보증 계약이 왜 유상 계약이 아닌지에 대한 설명이며, 대가 지급 계약이 있더라도 보증 계약 자체는 여전히 무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이유로 타당한 것은 ②번, '보증인에게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지는 사람이 보증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가 옳다. 대가를 지급하는 주체는 주채무자이며 보증 계약의 당사자는 채권자와 보증인이므로 대가를 주는 사람이 보증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설명은 정확하다.
가장 많이 고른 선지는 ④번인데, 무려 32%의 수험생이 선택했다. ④번에서 보증인이 자기 채무를 이행한다는 말은, 보증 계약이 왜 무상 계약인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으므로 오답이라고 볼 수 있다.
8번 역시 전형적인 3점짜리 문제이다. 정답은 ③번으로, 선지에서 '보증 계약서에 병의 서명은 있고 연대 보증 특약이 없는 경우, 을에게 강제 집행 대상 재산이 있음을 병이 갑에게 증명했더라도 병은 갑이 요구한 1,000만 원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3문단에서 '연대 보증 특약을 한 연대 보증인은, 채권자가 곧바로 주채무 전액에 해당하는 돈의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그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는데 <보기>의 상황을 적용하면, 병은 연대 보증 특약이 없고, 주채무자인 을에게 강제 집행 대상 재산이 있음을 증명하면 오히려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3번을 틀린 내용으로 골라내야 한다.
3) 10~13번
과학 기술 지문으로 물리, 화학과 관련된 개념 '열팽창'을 다룬 글이 출제되었다. 6월 평가원에서 수소 생산 및 활용, 9월 평가원에서 소리를 저장하는 방법을 다룬 지문에 비해 난이도가 몇 배는 뛰었다.
선형 열팽창 계수 차이에 따른 이층 띠의 휨 현상과 열에 의해 작동하는 띠 기반 액추에이터를 소재로 한 글로,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읽혔을 것이다. 수능특강 186쪽 '열팽창 계수 0에 가까운 열팽창 계수를 갖는 합금'을 소재로 한 글과 '선형 열팽창 계수'를 주로 다룬 점이 유사하다.
해당 글에서 국어 영역 전체 오답률 1위가 나왔다. 3점 배점인 12번 문항으로, 오답률이 무려 77.7%이다. 정답은 1번인데, 3문단에서 '두 물질의 선형 열팽창 계수 차이가 크거나 온도 변화가 클수록 띠가 더 휘어진다', 5문단에서 '띠가 휘면서 띠의 끝이 외부에 힘을 가할 수 있는데, 이 힘은 띠의 끝이 최대 이동 거리에 도달하여 휨이 완료되었을 때 소멸된다'고 한 것을 종합할 때, 'T0에서 T1로 올렸을 때보다 T0에서 T2로 올렸을 때, a와 b 모두 외부에 가할 수 있는 힘이 소멸되는 시점의 곡률은 더 크다'라고 한 것은 옳은 설명이다. 힘이 소멸되는 시점은 곧 최대 이동 거리 도달 시점이며, 휘는 과정에서 최대 곡률에 도달했을 때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 30%의 수험생이 3번으로 정답을 잘못 골랐는데, 5문단에서 반응 완료 시간은, 두께가 얇을수록 짧다고 했고, <보기>에서 a, b의 두께는 같다고 했으므로 '동작을 멈추는 데 걸린 시간'이 같다면, 반응 완료 시간도 같게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b가 더 짧다고 한 것은 부적절하다.
4) 14~17번
인격 동일성에 대한 칸트, 스트로슨, 롱게네스의 입장을 다룬 철학 지문이 출제되었다. 6월 평가원에서는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을, 9월 평가원에서는 공공 저널리즘을 다루었는데, 수능에 출제된 지문 역시 난이도가 평가원에 비해 수 배는 증가하였다.
'인격 동일성에 관한 여러 철학자의 견해'를 다룬 지문은 수능특강 98쪽에 실려있으며 인격 동일성에 관해 칸트, 스트로슨의 견해가 일부 유사하게 서술되었다. 다만, 수능에 출제된 지문은 칸트를 중심으로 하여 인격 동일성 논쟁을 분석했고, 수능특강에서는 인격 동일성 문제를 철학사적으로 전개하였다.(이쯤되면 수능 직전에 수능특강 독서를 빠르게 훑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이 도움된다고 볼 수 있겠다.)
15번 문항이 오답률 67.4%로 상위권이다. 정답은 ①번, ''두 전제'를 연결하는 개념의 함의는 실재성과 관련하여 어떤 점에서 서로 다를까?'이다. [A]에서, '의식'이라는 동일한 개념이 두 전제에서 실재성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지적하였으므로, [A]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으로 적절하다.
17번 문항에 대해서도 출제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출처:“수능 국어 17번 정답 없다”…포항공대 교수·독해 강사까지 오류 지적 < 교육·문화 < 기사본문 - 프리진경제) 평가원이 정답으로 발표한 ③번은,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다'이다. 1문단에서,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고 했으며 이는 의식의 지속으로 인격 동일성은 보장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보기>에서 갑은,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 부족하고, 신체까지 포함되어야 인격이라고 보고 있다. 칸트 이전의 유력한 견해는 인격의 동일성을 '생각하는 나'의 지속으로 보았으므로, 이 기준에서 볼 때 신체까지 요구하는 갑의 입장은 틀렸다고 해석해야 한다. 평가원은, 철저하게 지문을 근거로 하여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문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 18~21번 <수궁가>
고전산문으로 판소리 사설이 출제되었다. 6월 평가원에서 <김진옥전>, 9월 평가원에서 <이화전>이 출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진옥전>, <이화전>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현실과 초현실이 교섭하므로, 수능에서도 전기 소설이나 영웅 소설이 출제될 거라고 기대했을 수험생이 당황할 법한 작품이다.
그러나, 수능특강 문학 141쪽에 실린 작품이기에 연계 교재를 충실히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반가움이 먼저 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토끼의 등장과, 자라가 호랑이로부터 벗어나는 장면이 수능에 그대로 실렸다. 물론 대화 상황이 잘 보이지 않고, 약간은 내용이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므로 지문을 읽어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21번 오답률이 50%로, 해당 파트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이다. 작품 속 '동의보감'은, 자라의 위선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며 호랑이의 탐욕을 희화화하는 기능을 하므로 정답은 2번이다. 무난한 3점짜리 문제였다.
2) 22~26번 현대시 <그리움>, <감나무 그늘 아래>, 고전 산문 <최립에게 주는 글>
복합 지문으로 현대시와 고전 산문이 출제되었다. <감나무 그늘 아래>는 수능특강 문학 272쪽에 실려있는 연계작품이고, 나머지 두 작품은 비연계이다. 비연계라도 23번, 26번 문항에서 <보기> 박스를 통해 작품의 의도를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3점짜리인 23번 문항의 경우, 비연계 작품인 (가)를 제대로 해석해야 풀 수 있다. '사방을 둘러보'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함께하는 존재의 상실, 즉 연대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며, 누군가의 눈을 피해 다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답은 1번이다.
3) 27~30번 <독가촌 풍경>
8.15 직후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연계 소설이 출제되었다. 9월 평가원에서 일제 강점기 농촌을 배경으로 한, <두 출발>이 출제된 것과 사뭇 대비된다.
30번이 3점짜리 문제로, 서술자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허명두'의 심리를 파악해야 하는 문항이었다. 정답은 3번으로, '상대의 생각을 헤아림으로써 변화의 부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엇이 변화의 원인인지는 달리 보아, 인물의 왜곡된 시선이 드러나도록 서술'했다고 되어 있으나, ㉢은 독가촌 주민들의 안정이 깨질 것을 인정하며 온 씨의 입장을 헤아리는 허명두의 심리를 서술한 부분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선지이다. 4문제 모두 어렵지 않은 문항이었다.
4) 31~34번 <북새곡>, 사설시조 2편
고전시가의 경우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작품이 엮여 출제되었다. 9월은 <화전가>가 출제되어, 자연 친화, 풍류적 작품이 뒤이어 나올 것 같았으나, 암행어사인 작가가 북방 지역을 순시하며 겪은 일을 기록한 기행 가사가 출제되었다.(기행 가사인 점은 6월에 출제된 <동유가>와 유사하다)
<북새곡>은 수능완성 문학 연계 작품인데, '온성이 몇 리런고~'부터 중략까지의 내용이 교재에 수록된 부분과 완전히 동일하다. 연계 교재를 푼 수험생들은 역시, 반가웠을 것이다.
34번 문항의 오답률이 50%로, 고전시가 파트 중 가장 까다로운 문제였다. 3번 선지에서는, (다)에서 '연'의 역동성이 화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임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화자의 욕망은 '연'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화자의 욕망이 시적 대상인 '연'에 투영된 것이므로 3번 선지를 틀린 내용으로 분석해야 한다.
35~37번 문항은 화법 파트로, 풍혈지의 개념과 가치를 다룬 발표문이었다. 흔한 발표문이므로 세 문항 모두 연계 교재, 기출 문제를 충실히 푼 학생의 경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38~42번 문항에서는 방송 대담, 학생들의 대화 및 비평문을 각각 (가), (나), (다) 지문으로 출제하였다. 40번 문항의 오답률이 58%로 다소 높다. (가), (나)의 담화 내용이 (다)에 반영된 양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항으로, 정답은 5번이다. (나)에서 '학생 3'은 '웹툰 영상화는 이미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전문가가 그랬잖아'라고 함으로써, 추가 수익 창출 기회에 대한 '전문가 2'의 말을 언급했다. 이 내용은 (다)의 2문단에서 언급된 '웹툰 영상화 유행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반박하는, '웹툰 영상화의 유행은 영상과 웹툰 산업 모두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3문단의 주장과 이어진다. 전문가 1, 2, 학생 1, 2, 3의 견해, (다)에서의 필자의 관점 및 상반된 관점 모두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기에, 많은 수험생이 잠시 길을 잃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43~45번 문항은 작문 파트이다. 45번 문항의 오답률이 68.8%로 매우 높다. 정답은 5번인데, ㄱ-2와 ㄷ에 따르면, 걷기는 정서 조절에 도움을 주어 불안을 완화할 수 있음을 도출할 수 있으며, '정서 조절의 실패에서 비롯된 불안을 '걷기'가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5번을 오답으로 잡아내야 한다.
35~36번은 문법 지문을 읽고 풀어야 하는 문항이다. 다만, 6월에는 어간/어미 불규칙, 9월에는 문장성분을 다룬 것과 달리, 수능에서는 음운론을 중심으로 한글 맞춤법, 표준 발음법이 출제되었다. 36번 문항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ㅵ'의 'ㅼ'은 현대 국어의 'ㄸ'과 형식은 다르나, 내용은 된소리라는 점에서 같으므로 2번 선지의 내용이 잘못되어, 정답은 2번이다.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통틀어 전체 오답률 2위는, 39번 문항이다. 무려 73.2%다. <㉠발표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모두 목소리를 '낮췄다'.>에서 '시작되자'의 접미사 '-되-'는 명사 어근 '시작'에 결합하여 동사를 파생하였고, '낮췄다'의 접미사 '-추'-'는 형용사 어근 '낮-'에 결합하여 동사를 파생하였으므로 1번이 정답이다. 4번 선지를 40%가 넘는 수험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4번의 <㉢나는 내일 '친구랑' 만나 '미술관이랑' 영화관에 가>에서 '랑', '이랑'이 이형태 관계라는 내용은 부적절하다. '친구랑'의 '랑'은 부사격 조사이며, '미술관이랑'의 이랑은 접속 조사로, 기능이 전혀 다르므로 이형태 관계가 아니다. 문장성분에 대한 분석이 꼼꼼했어야 하는 문항이었다.
원점수 등급컷의 경우, 화법과 작문은 1등급 90점, 2등급 83점, 3등급 73점이며, 언어와 매체는 1등급 85점, 2등급 78점, 3등급 69점이다. 6월 평가원, 9월 평가원에서 당당히 1등급을 받았던 3학년 아이들도... 역시 수능 당일에는 맥을 못추었다. 수능날이 다가올수록 국어 공부량을 늘렸지만, 정작 수능 당일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 관리'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후기를 전해주었다.
이제 선택형 수능 체제가 단 1년밖에 남지 않았다. 2027 수능을 미리볼 수도 있었던 시험이라고 생각된다. 예상하건대, 마지막 선택형 수능인만큼 2026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울수록 연계교재, 기출문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 번 더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