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함
허무함이란, 마치 뜨거운 열정을 품고 끝없는 마라톤을 달리는 도중 갑작스레 곁을 돌아본 순간, 자신이 얼마나 쓸쓸한지 깨달은 것과 같다. 나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어느새 주위는 텅 비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 순간, 나의 발걸음은 무겁고, 숨결은 무의미함에 짓눌린다. 나는 의미를 찾아 헤매며, 경쟁에 몰입해 이 트랙을 누구보다도 뛰어넘고자 불꽃을 태웠다. 그러나 그 열정의 때가 지나고 나면, 인생의 덧없음을 읊조리는 소리들이 더 이상 핑계로만 들리지 않는다.
'너, 정말로 충분히 열심히 살았니?'
매 순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항상 지금이 최선인지 의심하며 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은 나의 노력과 결과가 항상 정확한 인과관계로 이어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노력의 반복 속에서 허무함이라는 불청객은 어느새 나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만 돌아가 주세요'
허무함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우리의 삶에 불쑥 들이닥친다. 나는 여전히 열심히 살고 싶지만, 니체가 경험한 그 허무감을 이해할 것 같은 순간, 앞으로 나아가려 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때로는, 허무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마치 몰디브의 바다에 몸을 누이듯, 허무함을 내 안에 가득 품는다. ‘오라, 허무함이여… 내가 모두 안아주겠어.’ 인생 자체가 원래부터 허무함의 연속이 아닐까? 이 세상을, 나를 창조한 절대자의 의도를 내가 어찌 알 수 있으랴, 나는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확고히 존재함으로써 의미를 찾는다.
연말이 되면 유독 찾아오는 허무함이란 손님은 지금 시점에서의 나를 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지난 날,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가 생각해도 나는 확실히 열심히 살았다. 지나간 과거는 이제 내 손을 떠나 있지만, 허무함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현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과거가 덧없게 느껴질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여전히 미지의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연말이 되니 괜히 마음이 헛헛하네요. 인생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뉴스레터로 담아 여러분께 보내요.
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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