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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님 Oct 25. 2024

낭만 스펀지처럼 살아가는 중입니다만, 영상 제작자 J

<N이 그리는 시선> 첫 번째 이야기



J는 나의 17년 지기로 가장 친한 친구이다. 나보다 한 살 위인 언니지만, 우리는 2010년대를 휩쓸었던 ‘S‘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면서 친해졌다.(둘 다 탈덕한 지 오래되었지만)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심지어 가족까지도)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17년 지기를 인터뷰하는 게 낯설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지만, 최근엔 서로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아득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서로 잘 알았던 부분과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쩌면 이 거리감이 오히려 서로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될 듯했다.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친구가 아닌 인터뷰어의 시선으로 J의 삶을 바라보았다.






Q. (인터뷰 당일) 우리 만나기 전에 공연 다녀왔잖아요. 그래서 가장 편안한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 또 즐겨 듣는 편인데, 본인의 인생곡은 어떤 곡이에요?


A. Crush의 '2411’이에요.


20대 중반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뛰며 치열한 시간을 보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지막으로 끝내면 밤 10-11시쯤이었는데, 그때 350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자주 들었던 노래가 Crush의 ‘2411’이에요.


‘2411’는 버스 번호인데, Crush가 가수의 꿈을 위해 학원을 다니며 매일같이 탔던 버스를 노래한 곡으로, 그의 버스에서의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오가며 들었던 이 노래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그때의 제 모습과 닮아 있어서일 거예요.


당시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제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여전히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고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길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도 이 노래가 종종 떠올라요.



Q. 그럼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영향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A. 29살, 그러니까 서른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20대 동안은 제가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어요. 여건도 좋지 않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적어도 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


예전부터 아이돌과 노래를 좋아해서 작곡가를 꿈꾸기도 했는데, 영화도 좋아하다 보니 이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게 ‘영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현실적으로 고려했을 때, 영상 제작 회사들이 훨씬 더 많으니 안정적인 수입도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그렇게 영상 제작자의 길을 결심하게 된 거죠.


Q. 30대를 앞두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해요.

그럼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A. 좋아하는 일이에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도 지금과 변함없어요. 어느 정도냐면, 정말 단적인 예로, 월급이 100만 원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이 일을 통해 의미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월급이 적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워라밸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만큼 이 일이 좋아요.


Q. 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네요. 특히 100만 원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반면, 워라밸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A. 사실 워라밸은 제게 큰 의미가 없어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사실 이 외에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워라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Q.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고 느껴지는데, 본인이 가진 장점이나 잘하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우선, ‘꼼꼼함’이에요. 저는 디테일한 것들을 잘 캐치하는 편인데요, 최근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보면, 부사수가 편집한 유튜브 영상에서 자막이 1 프레임씩 밀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고쳤어요. 그 이후에 부사수로부터 “어떻게 이런 걸 다 보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건 제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면도 있겠지만, 일하면서 더욱 발전시킨 면도 있어요.


두 번째는 ‘강한 인내심’이에요. 사람마다 힘들다고 느끼는 한계치가 다른데, 제 기준이 남들보다 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회복탄력성’이에요. 힘든 일이 있어도 오래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순간순간 힘들 때도 있지만, 그 감정이 몇 초 뒤면 사라지거든요. 마치 에이스 침대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성격이에요.(웃음)   


Q. 그럼 일에 있어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A. 처음에는 이런 걸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로 ‘사람’이에요. 포괄적인 의미에서 사람과의 관계,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꾸준함’이에요. 제가 지금도 계속 이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한 방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최근에 와서 깨달은 건데, ‘현실적인 보상’이에요. 처음에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 막상 업계에 들어와 보니 그게 얼마나 힘들고 소모적인 일인지를 알게 됐어요. 물론 열심히 해서 유명 감독이 되면 명예도 따라오겠죠. 실제로 최근에도 아이돌이나 연예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런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봤어요. 예전에 누군가의 팬이었던 제게는 부러움과 질투심도 들었고요.


하지만 결국 명예보다는 현실적인 보상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말 최고가 되지 않는 이상, 그저 지인들에게 알려질 정도의 명예를 위해서 모든 걸 걸고 싶진 않더라고요. 이게 최근에 든 솔직한 생각이에요.


Copyright. J


Q.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랜 시간 독립을 꿈꿔왔잖아요. 만약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다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A. 저는 미니멀하고 깔끔한 공간을 좋아해요. 꼭 완벽하게 맞추지 않아도, 어느 정도 정돈된 공간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사진 찍을 때도 구도가 살짝 틀어진 것만 봐도 신경 쓰이는데, 반듯하게 정돈된 프레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반대로 물건이 많은 공간은 불편해요. 그래서 제 이상은 최소한의 물건들만 두고 아주 깔끔하게 사는 거예요. 침대와 옷장 정도만 있는, 북유럽 스타일처럼 심플한 공간이요. 제 방은 아직 그렇지 못하지만요.(웃음)   


Q. 그럼 가보고 싶은 곳이나 특별히 그리워하는 장소가 있나요?


A. 늘 뉴욕이 가고 싶어요. 11살 때 그곳에서 잠시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에는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어요. 갑작스럽게 아빠를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 큰 충격이었죠.


첫날밤, 아빠와 함께 자면서 벽을 보고 혼자 울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어른들은 제가 동의해서 뉴욕에 갔다고 하셨지만, 제 기억은 달라요.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 당황스러웠고, 아빠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서 감정적으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그곳에 가더라도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라 그런지, 센트럴파크처럼 도시 속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Q. 뉴욕에서의 어린 시절 경험이 부모님과 관련된 복잡한 기억인 듯한데요, 그럼 살아오면서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은 누구였나요? 있다면, 그분을 통해 분명 어떤 변화를 겪지 않았을까 싶어요.


A. 생각나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엄마’에요.


복잡한 감정이 있는데, 딸로서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경계하며 살아왔어요. 가끔 제 모습에서 엄마를 발견할 때면 제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고요.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평생 겪어오면서, 어쩌면 그게 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다른 영향을 준 사람들도 있지만, 엄마가 가장 큰 존재였죠.


Q. 엄마와의 관계가 삶의 방향을 결정할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데, 혹시 어렸을 때 상상했던 지금 나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A. 사실 어렸을 때는 미래의 제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보통 다들 20대가 되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직장 다니는 그런 꿈을 꾸잖아요. 하지만 전 중학교 때부터 공부도 못했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어요.


그래서 서른이 되어 갑자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제가 봐도 신기하고, 어떻게 보면 대견스러워요. 30대의 나이에 밤을 새워가며, 저보다 어린 사람 밑에서 배우고, 때로는 욕도 들어가면서 버티고 있거든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20대 내내 제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어요. 집이나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일 때문이기도 하고, 이 일을 통해 만난 사람들 덕분이기도 해요. 힘들지만, 그래서 더 좋아요.


Copyright. J


Q. 지금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요. 20대엔 막막했다가 30대가 되어서야 자신만의 길을 찾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경계하며 지낸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지금의 '나다움'을 만드는 건 무엇이에요?


A. 항상 고정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제가 ‘저다움’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경계하는 게 좀 많아졌어요. 전 회사에서도 “저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며 그 사람을 경계하기도 했고, 지금은 어떤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경계하려고 해요.


아마도 최근에 너무 바빠서 힘들다 보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듯한데, 사실 그 사람들만의 관계가 있고 감정이 있잖아요. 제가 그 부분을 낮게 봤고, 그래서 혼자 기분이 상했을 거예요. 그렇게 말도 안 하고 연락도 한동안 끊었다가 결국 멀어지게 됐죠.


이렇게 보니 이게 제 본질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러한 태도가 제게는 의미 있어요. 지금의 제가 바로 그 결과예요.   


Q. 그럼 그 과정에서 본인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신념은 무엇이고, 그리고 그것들은 어떻게 형성되었나요?


A. 첫 번째는 ‘겸손’이에요. 이 업계에서 오만한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실력이 있어서 자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그게 안 좋은 방식으로 표현되는 걸 보면서 더 그렇게 느꼈어요.


두 번째는 ‘배움의 자세’예요. 제가 고집이 있어서 누군가 뭔가를 알려줘도 일단 제 생각대로 해보고 싶어 해요. 그게 나쁘지만은 않지만, 타인의 말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니까 항상 경계하려고 해요.


세 번째는 ‘적절한 관계의 거리’예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어렵지만 이게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해요.   


Q. 겸손과 배움, 적절한 관계 유지 모두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해요. 그럼 새로운 생각이나 영감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얻는 편이에요?


A. 영화나 공연을 볼 때 또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영감을 많이 얻어요.


(인터뷰 당일) 본 영화가 <대도시의 사랑법>이었는데, 제 생각과 비슷해서 특별히 여운이 남았어요.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커밍아웃을 고민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놓치고, 그 사람이 다른 이와 만나는 걸 보게 돼요. 저도 비슷하게 기회가 끝났다고 느꼈던 때가 있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죠지의 <yayuday> 콘서트를 갔는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한때 좋아했던 사람 덕분에 알게 된 가수의 공연이었는데, 좋으면서도 복잡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몽글몽글한 감정이 들었거든요. 이런 생각들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뭔가 새롭게 다가왔어요.   


Q. 꽤나 흥미롭네요. 영화와 공연을 통해 복잡한 감정들을 느낀 듯한데, 그런 면에서 J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A. ‘어려움’이에요. 특히 받는 게 더 어려워요. 제가 주는 건 익숙한데, 받는 건 어색하거든요. 해주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정작 받으면 불편해져요.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 환경 때문일 거예요. 계속 옮겨 다니면서 살았고, 엄마, 아빠, 큰 이모 등 모두 저를 사랑해 주셨겠지만, 제가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마음 깊이 느껴본 적이 없어요.


사랑을 받는 것이 낯설고 어려웠던 만큼, 처음엔 사랑이 다 불타오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잔잔함도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어요.


Q. 사랑을 주고받는 게 쉽지 않죠. 혹시 인생에서 소중하게 얻은 것들을 잃는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그동안 배워온 기술이나 개념이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A. 무엇이든 잃었으면 다시 얻으려고 하겠죠.(웃음)   


Q. 잃어버린 것을 다시 얻으려 할 만큼 의지가 강한데, 혹시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요? 늘 죽으면 끝이라고 말했잖아요.


A. 그에 대한 생각은 여전해요. 그러니까 죽으면 그저 끝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그렇듯 어떤 지병을 앓아서 또는 사고를 당해서 죽으면 힘들 테지만, 어느 쪽이든 그건 제 영역 밖의 일이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그저 받아들이려고 해요.


제가 죽을 때는 제 곁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소규모 파티 같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갔다”는 의미의 파티요. 꼭 왁자지껄한 파티가 아니어도 좋고, 그냥 서로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자리어도 충분해요.   


Q. 장례식 때 Crush의 ‘2411’ 틀어줄까요?


A. 그럼 좋죠.(웃음)


Copyright. J


Q. 이제 고정 질문을 할게요. 영상 제작자로서 본인의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면, 어떤 장르와 형식으로 표현하고 싶나요?


A. 브랜드 필름이 될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어요.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다큐멘터리 형식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제게도 제 삶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잘 아는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본인의 삶을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을 한 줄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요?


A. 생각 많은 낭만 스펀지.(웃음)


저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잘 흡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 듯한데, 그저 늘 생각이 많고 낭만을 추구하면서도, 모든 것을 흡수하려 하는 그런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고 할게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J에게 저(N)는 어떤 존재인가요?


A. 좋은 의미로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촌 같은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씩 만났는데, 요즘은 자주 못 보고 있죠. 매일 연락하기는 하지만요.(웃음)


처음 친구를 사귈 때는 정말 N밖에 없었어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지내고 보니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문득 생각해 보니 인생의 절반을 함께 살아온 사람이더라고요. 이렇게 오래 함께한 관계가 있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해요.


요즘은 서로 일도 바쁘고, 각자의 인간관계나 환경도 많이 변해서 조금 아득하게 느껴져요. 마치 바로 옆 동에 살면서도 자주 못 보는 이웃 같달까요. 가깝지만 아득한... 뜬금없지만 이렇게 미묘한 감정을 ‘아득하다’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말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웃음)






1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온 J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편집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20대의 방황, 서른 즈음의 결단, 그리고 지금의 성장까지. 내가 세세하고 자세히 알고 있던 그의 모습들이 한 프레임 한 프레임 모여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다가와 신기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J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다. 늘 생각이 많았던 그가 이제는 ‘스펀지’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며, 단단한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서 진정성 있는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를 '아득하다'라고 표현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친구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매일 연락하며 서로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응원자로 남아있다.


J가 30대에서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출발이 되어가듯, 우리도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고 있기에,


나도 늘 J를 응원한다.


Copyright.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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