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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Mar 11. 2021

내 브런치가 초라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내 삶이.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브런치가 대단해 보이고, 반면에 내 브런치가 초라해 보인 것은..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이에게 같은 것이라고는 24시간, 3600초,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와 술자리에서 "나를 남과 비교하는 짓은 스스로 피곤한 인생을 만드는 거야"라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이틀 전이었다. 사실 평소에도 누군가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받아하고 자괴감을 느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오늘 우연찮게 방문하게 된 어떤 이의 브런치는 이런 나를 피곤한 인생으로 이끌었다.


처음엔 내 브런치가 초라해 보였다.


많은 작가를 구독하기도 하고, 구독하지 않더라도 꽤나 많은 작가의 브런치를 들른다. 하지만  번도  브런치가 다른 이들보다 초라하다고 생각해  적은 없다. "저마다 삶이 다르고 저마다 이야기를  내려가는  공간은 저마다의 것이니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착실히 무언가를 이뤄가는 과정과  속에서 배운 생각이 담긴 글이었다.  글을 보고 나니 지난 1  동안 남겨온  글이  영양가 없는 글로 보였다. 작가 소개에 적어놓은 "나를 담아낸  그리고 내가 남긴 생각과 마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있기를 빌며"라는  소망이 이뤄진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양가가 있던  같지도 않았다.


"아니 뭐 그렇게 남 눈치를 보고 글을 써~"라고 같은 브런치 작가인 어머니께 말하곤 했었다. 근데 한 순간에 내 글이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에게..



그다음엔 내 지난 시간이 초라해 보였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도, 소소한 일들을 성공하지도 못했습니다. 작은 새장 속을 발버둥 치다 이렇게나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경험 삼아 써본 유언장에 남겼던 말이다. 글을 쓰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정말 스스로를 저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내심 '아직'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소소한 것들을 이뤄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고 또 그것을 이룬 사람을 보고 있으니, 내 지난 삶의 순간들이 모두 후회가 되었다.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그때 이걸 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왔을까?", 그리고는 마음 한편 "저런 사람들과 내가 어떻게 경쟁하지?, 지금 하고 있는 이거.. 정말 이룰 수 있을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내 브런치가, 내 삶이 너무나도 초라해졌다.



그래, 근데 이 정도면 충분히 초라해졌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걷는 길에는 저마다의 풍경, 저마다의 이유, 그리고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누가 했던 말일까?, 다름 아닌 내가 남긴 말이다. 퇴사를 고민하며 휴가를 내고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하며 저런 말을 남겼다. 이 말이 사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전하고픈 말이 아니었을까?


오늘 반나절 정도, 초라함에 잠겨있었다. 초라해진 덕분에 오늘은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거에 어떤 생각으로 이 길을 걷고자 했었고, 또 어떤 노력을 해 왔었는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남긴 글이 가진 풍경과 이유, 그리고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난 오늘 느낀 초라함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글머리에 써 놓은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며 이만 글을 마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이에게 같은 것이라고는 24시간, 3600초, 그리고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도 같은 처지이지만 처음 취업준비 할 때를 돌이켜보면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우울은 더욱 더 깊이, 더 자주 저를 덮쳐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와 오늘의 제가 달라진 점이라면, 이러한 우울을 기회삼아 또 새로이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울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반나절동안 취업준비에 전념할 수 없었을 지는 몰라도,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취업준비보다 더욱 더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일 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귀하의' 소식에 우울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하는 취업준비생 여러분들 모두 힘내시길 빕니다.


조금 긴 넋두리였네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하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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