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마음이 복잡하고, 집중도 안 되고, 사소한 일에도 괜히 짜증이 나는 날.
그럴 땐 문득 내 방을 둘러보게 됩니다.
정리가 안 된 책상,
바닥엔 며칠 전 커피를 마시다 흘린 얼룩과 간혹 보이는 머리카락,
행거 위엔 뒤섞인 옷가지들.
그런데 어쩐지, 불편하면서도 익숙한 이 느낌.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은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
겉으로 보이는 건 단순한 공간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나도 모르게 흘려보낸 감정과 생각, 그리고 ‘나답지 않았던’ 시간들이 조용히 쌓여 있습니다.
가끔은 정리되지 않은 방을 핑계로 마음을 외면하고,
가끔은 흐트러진 마음을 핑계로 방청소를 미루기도 하죠.
그러다 문득,
방을 정리하면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고,
책상 위 컵 하나 치웠을 뿐인데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영국 소설가 윌 와일스(Will Wile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방을 만들고, 그리고 그 방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
그의 말처럼,내가 무심코 정리하지 않은 공간은
언젠가부터 무뎌지고 무심해진 내 마음의 투영일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자 샘 고슬링(Sam Gosling)도 그의 책 Snoop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방은 반복되는 선택과 습관의 결과이며,
그 공간은 그 사람의 정서와 생활을 반영한다.”
하나는 나의 겉모습을 비추고,
다른 하나는 말 없이 내면을 비추어줍니다.
오늘, 나의 방.
그 안엔 하루하루 쌓여온 피로와 습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진 않을까요.
내 마음처럼 어지럽고 흐트러져 있다면,
그 공간을 천천히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복잡하게 엉켜 있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다시 가벼워진 숨을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정리란 결국,
공간을 치우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시 바라보고
조용히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