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된 존재

언어의 겹침에 대하여

by 이제월



같은 시공간엔 같은 사물이 존재한다.

동일성의 원리는 한 번에 한 곳에, 정확히 한 곳에는

한 것 아닌 두 것이 있지 못하게 한다.

원리를 믿지 못하면 그 사실이 한결같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것을 부정할 방법은 있지만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실이고

사실 그런 걸 일컬어 법칙이나 원리로 삼는다.


왜 그러한가, 어째서 한 번에 한 곳에 하나만 있는가.

사물의 단위, 실체는 껍질-경계를 이룬다. 그리고

경계끼리는 서로 배척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다르다.

언어는 겹친다.

하나의 언어가 다를 때뿐 아니라 한 번에 한 자리에서 둘 이상을 가리킬 수 있다.

사실 흔하다.


뜻-의미는 본래 언어적이다.

언어가 아니면 뜻은 계속 모호하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이고 만다.


즉, 언어의 초감각적 속성이

바로 감각적 속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피조된 사물과

인간이 창조하고

인간과 상호 교섭하는

언어라는 존재의 가장 큰 차이요

역전(逆轉, revolute)이다.


이 겹침으로 인해서 지(知)는 확장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을 디뎌 안다.

모르는 것을 계속 접하는 것으로 앎이 튼다.


이 겹치지 않음으로 해서 행(行)은 오직

한 번에 하나를 집중하는 그만큼씩만 나아간다,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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