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전염병의 경제학 (Plague-nomics). 이 챕터를 시작하면서 생각해 본 주제이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전염병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경제학적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함이다. 사실 이 챕터를 시작하는 좀 더 거시적인 동기는 세상에 있는 어려운 학술 논문들이 실은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임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나아가 학술/과학 논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 하는지 (혹은 유용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물론 천차만별한 논문의 방법론까지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과학 논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산업, 금융, 보건, 정치 등 수많은 분야가 있다. 나 역시 지난 15년간 연구에 몰두를 해 왔지만, 세상에 펼쳐져 있는 학술에 대하여 십만, 백만, 아니 천만 분의 일도 아직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랑이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사실 자랑이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가 무지한지도 모르는 학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술 논문들이 기술적이고 (technical) 불완전한 사항이 (limitations) 많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사는데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연구이건간에, 그 출발점은 세상에 있는 무엇인가에 불편/불만이 있고, 이를 좀 더 개선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챕터의 목적은 과학 저널에 출판된 학술 논문들에 대하여 전문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풀어서 재구성 함으로써, 학술 논문과는 1도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때로는 유용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본격적인 논문 소개에서는 우선 내가 그동안 국제 과학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내 지식이 닿는 한 타 학자분들의 논문도 소개하려 한다. 그렇지만 내가 깊숙이 연구해 온 분야 이 외의 학문은 소개하지 않으려 한다. 이유는 비록 쉽게 풀어 쓰는 글이지만, 일반 뉴스에서 30초간 소개되는 소식 보다는 좀 더 자세한 사항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고, 당연히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챕터에서 그렇게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과학 학술 논문 뒤에 숨겨져 있는 비과학적,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계시는 학자분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업적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해하여, 내 제한된 지식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기에, 내가 쓴 논문 이외의 논문들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챕터의 제목이 전염병의 경제학 (plague-nomics)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끝으로 절대 심각해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심각함은 내가 현재하고 있는 연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오히려 감탄을 감탄스럽지 않게, 비판을 비판적이지 않게, 유희적으로 학술 연구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사실 글을 써 나가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