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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에 온라인으로 말뫼대학에서 하는 크리에티브 라이팅 1을 듣고 있다. 매주 imaginative writing이라는 책을 한 챕터씩 읽은 뒤 과제로 짧은 소감처럼 남기는데, 지난주부터는 책 속에 있는 연습문제들도 풀어보게 시켰다.
이번 주는 chapter 5. 세팅(장소, 시간 등)을 읽을 차례. 책을 펴서 읽는데 첫 번째 문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제를 보고 5살 때까지 살던 기억 속 첫 집을 떠올렸다. 대충 도면을 그린 뒤 방안 가구를 생각해 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 속에서 본모습 밖에 기억이 나지 않고 실제 내가 방 안에서 봤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 우리는 위의 도면처럼 마당 있는 주인집 옆으로 돌아가서 들어가는 1층을 썼었다. 거실 없이 나란히 붙어있는 두개의 방을 들어가기 전에는 부엌 겸해서 쓰는 타일 깔린 공간이 있었다. 집 안에서 생생하게 나는 기억은 방들 앞에 길게 있던 쪽마루에서 엄마가 바닥 물청소했는 걸 봤던 것. 만 4살도 안 되었을 나에겐 높았던 쪽마루라 높이가 있던터라 떨어지지 않게 늘 조심시켰던 건 기억이 어렴풋하다. 엄마는 빗자루 싹싹 소리가 나게 바닥을 쓸고 물을 뿌린 뒤, 바닥이 미끄러우니 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와야한다고 했었다.
거기에 있던 물건들을 자세히 기억하려고 해도 자꾸 기억이 부서진다. 겨우 생각해 낸 연탄과 플라스틱 쌀통은 우리 집에서 본 건지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집에서 본 건지 헷갈린다.
그래도 잠깐 잊고 살던 삼십여년 전 일들을 떠올려 보니 기분이 묘하다. 쪽마루에서의 물끄러미 바라봤던 엄마의 평범한 일과가 왜 따스하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고, 기억하려고 할수록 더 부서져서 희미해지는 기억이 왠지 모르게 아련하고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