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지난 글에 이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위해 파일을 정리하는 방법 3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글에 앞서 지난 글을 요약하자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1. 디지털 파일을 정리하는 것
2. SNS와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정신 뺏기지 않고 주도권을 갖는 것
제가 원하는 건 첫 번째입니다. 디지털 파일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미니멀리즘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제 모든 가치관이 미니멀리즘으로 정리되는 것 같아 이러한 생활방식이 마음을 참 편합니다.
그런 연유로 디지털 세상에서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파일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글에 앞서 미니멀리즘에 관한 생각과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관해 쓴 지난 글을 공유드립니다.
https://brunch.co.kr/@noeyusmik/16
1. 디지털 미니멀 정리 전, Before
2.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리 방법 01. 일단 한 곳으로 모읍니다.
3.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리 방법 02.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긴다.
4.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리 방법 03. 현재 쓰지 않는 것은 미래에도 쓰지 않는다.
5. 디지털 미니멀 정리 후, After
제가 가진 디지털 파일의 총 용량은 대략 15TB 정도였습니다.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인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 벌써 13년이 넘었더군요. 그만큼의 세월 동안 많은 디자인 파일이 제 디지털 파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능 좋은 DSLR로 찍었던 무수한 추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파일들도 많았고요. 종류로 분류해 보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1. 현재 작업하고 있는 디자인 파일
2. 완료한 디자인 파일
3. 각종 문서
4. 디자인을 하기 위한 리소스(영상 제작 소스, 그래픽 소스, 참고 자료 등)
5. 프로그램
6. 사진, 동영상
7. 스터디 정리 자료
수많은 미니멀리즘 책에 의하면 모든 미니멀리즘의 첫걸음은 물건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때도 가장 먼저 모든 물건을 한 곳에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곳으로 모든 물건을 모으면 그 방대한 양에 압도됩니다. 내가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계속 쌓인 물건을 보며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놓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리하고 싶어 집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도 원리가 같습니다. 일단 모든 디지털 파일이 저장된 물건을 한 곳에 모읍니다.
제 디지털 파일이 있던 곳은 외장하드 4개, 하드디스크 2개, 클라우드 3개, 현재 컴퓨터 2개, 핸드폰 4개였습니다.
한 곳에 모아보니 물건으로도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외장하드와 하드디스크들이 겹겹이 쌓여있었습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외장하드
2. 하드디스크
3. 클라우드(구글, 드롭박스, 아마존, 네이버)
4. 사용 중인 컴퓨터
5. 핸드폰
용량이 부족하면 정리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외장하드를 구입했었고,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디지털 파일은 눈에 보이지 않아 계속 쌓아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것이 디지털의 장점이지 하면서 디지털 파일을 무한히 생성했습니다.
또, 이전에 쓰던 컴퓨터 본체에서 빼놨던 하드디스크도 언젠가 본체를 사면 연결해야지 하고 방치해 뒀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내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방식이 변하고, 디자인을 작업하는 환경이 바뀌고, 바뀐 환경에 적응합니다. 그러다 보니 본체를 연결하여 쓸 일이 없어집니다.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8년, 15년, 20년이 그렇게 흘러가겠지요. 하지만, 이 하드 디스크 안에 있는 파일은 소중하기 때문에 그대로 버릴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작업한 파일이 있고, 내가 아끼는 디자인 리소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3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하드 디스크가 없어도 그동안 저는 디자인 작업도 잘하고, 사진도 보고 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하드 디스크들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본체 없는 하드 디스크 안에 있는 파일을 확인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만 오천 원짜리 외장하드 케이스를 샀습니다. 외장하드 케이스는 하드 디스크를 외장하드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USB로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게 합니다. 가장 저렴한 모델로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사용하던 것처럼 도킹 스테이션을 사려했습니다. 도킹 스테이션은 여러 개의 외장하드를 한 번에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그런데 도킹 스테이션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제가 원하는 건 하드 디스크 안에 있는 파일을 확인 후 필요한 것만 추출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외장하드 케이스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드 디스크를 외장하드 케이스를 통해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디지털 파일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디지털 파일의 모든 파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의 시작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시작은 재고 파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리 전문가인 정희숙 대표님의 저서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에서 항상 강조하는 정리의 첫걸음 방법은 재고 파악이었습니다. 저는 디지털 파일의 재고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외장하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이 클라우드에는 어떤 파일이 들어가 있는지를 리스트로 정리했습니다.
재고 파악을 해보니, 겹치는 파일이 꽤 있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명은 저장입니다. SAVE와 백업은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백업 파일이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에 겹쳐 있는 것이 몇 개 있었습니다. 재고 파악을 통해 중복 자료를 알 수 있었습니다.
파일도 잘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어느 곳에서 어떤 디지털 파일을 가져올지 계획하였습니다.
처음에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도전하겠다 했을 때는 다 쓸모가 있으니까 저장해 놨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파일을 열어보니 오래된 디지털 파일들이 참 많더군요. 너무 오래되어 쾌쾌한 옷장 냄새가 나는 옷처럼 디지털 파일도 그러더군요. 제 처음 생각과 다르게 쓰지 못할 파일도 참 많이 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디자인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술적인 발전이 빠르게 되었구나 싶습니다.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는 플러그인, 올드한 스타일의 일러스트 파일, 화질이 떨어지는 영상 리소스,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디자인 들.
이제는 필요 없는 것을 언젠가 쓸 것이라 생각하고 모아 둔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디자인 신입 시절, 디자인을 못해서 자책하던 그때. 디자인 파일들을 모으며 언젠가 이런 멋진 리소스 파일도 쓸 작업을 할 것이라 다짐하며 모은 많은 파일들과 제가 겹쳐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파일을 묻어두고 현재도 언젠가 다 쓸 일이 있다며 꼭 쥐고 있던 저에게서, 과거에 대한 후회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지나지 않았다며 지금도 진행 중 이라며 과거를 잡고 있다면 현재가 들어올 곳이 없겠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제 보내줘야겠습니다.
15TB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컴퓨터가 저에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카테고리를 정하고 그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파일들만 한 번에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여러 정리 책에서 추천하는 방식은 옷 따로, 책 따로, 주방 용품 따로 물건을 한 번에 모아서 정리하는 방법을 추천하더라고요. 주방, 베란다, 안방, 작은 방, 거실 이런 식으로 장소 별로 정리하는 것이 아닌 물건 별로 정리하는 것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정리 방법이더라고요. 공감을 하는 것이 이전에 장소별로 청소를 해도 그때뿐이지 다시 정리 전으로 돌아가기 십상이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이미 장소 별로 그때만 완벽한 수납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갈 틈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할 때는 물건을 한 곳에 모으고 정리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물건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 물건을 필요한 장소로 파견 보내다 보니 새로운 물건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미니멀리즘도 카테고리 별로 파일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다 모아서 한 번에. 옷 다 모아서 한 번에. 그릇 다 모아서 한 번에. 신발 다 모아서 한 번에.
추억 사진 다 모아서 한 번에, 리소스 다 모아서 한 번에, 작업 완료된 디자인 파일 다 모아서 한 번에.
사진 다 모여했을 때 모이지 않는, 누락되는 사진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진이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 모으기 시작하니, 이 사진은 꼭 남겨야 해! 하면서 샅샅이 찾았습니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명언을 남긴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씨의 저서 <정리의 힘>에서는 추억이 담긴 물건을 제일 나중에 정리하라고 합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은 버리기 어렵기 때문에 버리는 난이도가 제일 높다고 말이죠.
저도 사진을 보면서 이때 이랬지, 여길 갔었지, 이때 무슨 일이 있었지, 그때 즐거웠지,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하면서 끝없이 추억여행에 빠지곤 합니다. 곤도 마리에씨에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파일도 원리는 동일했기에, 디지털 사진도 제일 나중에 정리하기로 계획했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참 많네요.
분량이 또 길어져... 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리에 대해 다음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떤 디지털 파일만 남겨야 할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으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P.S 브런치 커버와 아래 이미지는 인공지능으로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보티챌리 스타일로 수많은 디지털 파일들을 표현하여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표현해보았습니다.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