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IT] 네이버 블로그 역제안 가이드 |

숫자보다 먼저 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by 노하

블로그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숫자를 보게 된다.


방문자 수, 조회수, 이웃 수,

지금은 제공이 중단되었지만 블로그 지수까지.


눈에 보이는 숫자들은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쉽게 흔든다.


나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 숫자들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충분히 만족스러운지,

내 블로그가 아직 너무 작은 건 아닌지,

조금 더 커져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닌지를 자주 생각했다.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 역제안 가이드』는

그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옮기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단지 협찬을 잘 받는 법이나

제안서를 잘 쓰는 법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나는 지금 숫자를 키우고 싶은 걸까,

아니면 가치를 쌓고 싶은 걸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러한 질문을 다시 하며, 마음을 다 잡는 시간을 가졌다.


기다리는 사람에서 제안하는 사람으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역제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의 블로그 협업이 체험단 공고를 기다리고, 선정되기를 바라는 방식이었다면

역제안은 그 반대편에 있다.


원하는 곳에 먼저 연락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정리해서 제안하는 방식이다.


처음 들으면 조금 당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직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내가 먼저 제안해도 되는 걸까?”

“그러기엔 아직 내 블로그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데..”


이런 마음이 먼저 들곤 한다.


그런데 저자는

역제안은 ‘해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핵심은 부탁이 아니라 가치 교환에 있다.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이 상대에게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역제안의 본질이다.


숫자는 결과의 일부일 뿐, 시작점은 ‘가치’


숫자가 아니라 ‘가치’로 승부하는 법을 알면 됩니다.


우리는 숫자를 기준으로 너무 쉽게 자신을 판단한다.


누구는 방문자 수가 많고,

누구는 협업 제안이 자주 들어오고,

누구는 이미 잘 나가는 블로그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내가 쓰는 글의 방향보다

내가 얼마나 커 보이는지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오래가는 블로그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 블로그만의 시선이 있고,

그 사람이 꾸준히 쌓아온 글들이 있고,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취향이 있다.


사람들은 결국 그런 곳을 기억하고, 찾아간다.

그렇게 숫자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숫자는 결과일 수는 있어도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숫자만 바라보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가


막연한 자신감을 주기보다

가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왜 이 협업을 진행하고 싶은지,

내가 왜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상대와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주고받고 싶은지.


이 질문들은 제안서를 쓰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건져 올린 질문과 생각을

내 언어로 다시 전하는 사람이고 싶은 걸까.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도서 블로거인 나의 정체성과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좋아하니까, 하고 싶으니까, 의미 있어 보여서도 좋지만,

내가 어떤 이야기를 민들 수 있는 사람인지

더 또렷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치란

대단한 스펙이나 화려한 숫자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내가 오래 붙들고 있는 주제와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의 밀도가 아닐까?


좋은 블로그는 무언가 많이 가진 블로그가 아니라


책에서는 블로그 배너부터 소개란 등의 운영 요소들도 이야기한다.


좋은 블로그

무엇을 많이 가진 블로그라기보다

무엇을 하는 블로그인지가 분명한 블로그라는 것.


사람은 처음 방문한 공간에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인상을 결정한다.

이 블로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곳인지,

무슨 결을 가진 사람인지,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인지.


나도 배너와 프로필 소개를 다시 손보게 되었다.

내 블로그가 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이라는 것,

그리고 단지 서평만이 아니라

책방과 북트립, 읽는 삶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면 블로그를 가꾸는 일은

겉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거절을 받는다는 건, 이미 한 걸음 나아갔다는 뜻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은 거절 또한 받지 못합니다.
거절당하는 것조차 성장의 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종종 거절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으니까.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제안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내가 가진 것을 믿어보는 일이다.


비록 부족하더라도,

지금 내 언어와 태도로 건넬 수 있는 것을

세상 밖으로 내어보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자체도 비슷하다.

이 글이 누구에게 닿을지 알 수 없고,

반응이 크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내가 붙잡고 있는 생각과 문장을

계속 세상 밖으로 꺼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도, 글쓰기와 닮아 있다.

둘 다 결국 내가 가진 가치를 믿고 건네보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숫자보다 가치를 쌓는 쪽을 택하고 싶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당장 어떤 역제안부터 실행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책방과의 협업, 출판사와의 연결,

혹은 책을 둘러싼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던 것들 중 어느 것을 먼저 시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내가 꾸준히 쌓아야 할 것은 숫자나 외형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감각이라는 것.


블로그를 오래 하고 싶다면

결국 필요한 건 더 많은 숫자가 아니라

더 선명한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며,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은

블로그를 숫자가 아니라 가치의 플랫폼으로 바라보게 만든 책이었다.


그리거 아마 앞으로도 종종 나 자신에게 다시 물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더 커 보이기 위해 애쓰는 걸까,

아니면 더 단단한 가치를 쌓아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