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아빠의 자취들

클로드-체리와 함께한 웹소설, <루나리스: 끝나지 않는 심야방송>

by 노창범

‘봄비 내리던 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방송실의 적막을 깨뜨렸다. 호수공원 전체가 봄비로 뒤덮인 토요일 아침이었다.

서연은 빗방울이 호수의 수면 위로 만드는 동심원들을 바라보며 마이크 앞에 앉았다.


"오늘 마지막 곡은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프레데릭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에요. 이 곡은 쇼팽이 수도원에 머물 때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해요."


길지 않은 연주가 끝나고 서연은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북쪽 구역. 아빠가 테이프에 남긴 좌표가 가리키는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헤드폰을 벗으려던 순간, 희미한 진동이 귀에 감지됐다. 어제보다 더 선명한 초저주파. 마치 누군가 멀리서 아주 작은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북쪽 구역 탐사 후 이런 현상이 더 잦아졌다.


방송실 문이 열리고 박관수가 들어왔다.


"오늘 방송도 좋았어요. 이러라고 서연 씨를 뽑은 건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근데요, 소장님. 칭찬은 웃으면서 하는 거랍니다."



‘루나리스 음향연구소’


박관수는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테이블 위에 낡은 LP 한 장을 올려놨다.


"이거 옛날 음원이에요. 다음 방송에 한번 틀어보세요."


LP 커버에는 그림 없이 'The Sound Of Water(물의 소리)'라고만 적혀 있었다.


"이렇게 오래된 건 어디서 구하셨대요?"

"창고 정리하다가 발견했어요. 1995년에 루나리스 음향연구소에서 녹음한 특별 음원이래요."


서연은 '루나리스 음향연구소'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아빠가 일했다는, 지금은 없어진 그곳. LP를 손에 든 순간, 손끝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상한데…’


마치 자석에 철가루가 끌리듯, 그녀의 특별한 감각이 반응하고 있었다.


"한번 들어볼게요. 그런데 팀장님, 음향연구소라는 곳이 정말 궁금한데요? 그곳엔 뭐가…"


'쾅' 소리와 함께 박관수는 방송실을 떠났다.


'사람이 참 일관성이 있어.'


서연은 LP를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분명 아빠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토요일, 달빛 레코드에서’


다음 날, 서연은 달빛 레코드를 찾았다. 문을 열자 그립고 오래된 냄새가 반겼다.


"할머니, 계세요?"


안쪽에서 할머니가 천천히 나오셨다. 전보다 더 느려진 걸음걸이가 서연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서연이 왔구나. 주말인데 친구들도 만나면서 좀 쉬지."

"손녀는 할머니와 쉬러 왔답니다. 무릎은 어때요? 약은 잘 드시고 계시죠?"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별일 아니라고 했지만, 약의 개수가 늘어난 걸 서연은 놓치지 않았다. 병원비, 약값. 가게 매출도 신통치 않은데.


서연은 가방에서 하얀 봉투 두 개를 꺼냈다.


"이게 뭐니?"

"제 첫 월급이요. 그리고 차 팔았어요. 숙소도 제공되고 할머니 집도 가깝잖아요."

"무슨 돈이야! 젊은 네가 더 필요하지."

"차는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사면되고요, 돈 쓸 일도 별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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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기자, 마케터,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AI를 통한 창작의 확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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