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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지 Aug 02. 2022

영국의 여름에 없는 것

[영국의 작은 도시 생활] 해피 바스 데이 – 영국, 여름나기


  몇 주 전, 영국에 유래 없던 더위가 찾아왔다. 내가 살고 있는 잉글랜드 남부지방 바스(Bath) 기온을 기준으로 낮 최고 기온이 33~36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이 영국의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한다.

  역사적인 영국의 더위를 직접 겪은 ‘영광(?)’인지, 우리 가족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국의 이례적인 더위가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된 모양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럽내 여러 나라들이 ‘이상 고온’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세계적인 이슈이긴 이슈다.

  지구 환경 문제로 인한 ‘이상 기후’는 전지구적 차원의 이슈이니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고, 그렇게 거시적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영국의 소식을 보고 먼 곳의 이방인을 생각해주는 가족과 지인들의 마음은 늘 고마운 것이었다.

  더하여 마치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이곳의 소식이 바로바로 바다 건너 한국으로 전해졌다가 다시 내게로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이 상황이,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젠 식상해진 ‘글로벌 시대’, ‘세계는 하나’ 등의 표어가 갖는 의미를 새삼 또렷하게 재인식시키고 있어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어쩐지 먹먹하기도 했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화합하는 인류 진보의 꿈.

  그러나 이 인류차원의 먹먹함과 꿈은 곧 한국 인터넷 포털에서 우연히 본 영국의 ‘이상 고온’ 상황을 다룬 어느 뉴스 기사 제목으로 화들짝 깨고 말았다.


  ‘선진국인데 집에 에어컨이 없다니…’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이용하는 에어컨을 그 나라의 기온이 아니라 ‘선진국’이란 카테고리와 묶어 언급을 하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언제부터 에어컨이 각 나라의 일반적 기후와 상관 없이 선진국이면 모두 에어컨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는가 말이다. 다른 나라의 기후 조건과 생활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당장의 ‘이례적 폭염’이라는 상황에만 초점을 두고 쓰여진 이 무지한 제목의 기사를 보자 민망함에 내 얼굴이 붉어져왔다.

  경악하여 클릭한 기사는 본문에서 영국의 일반적인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가 없음을, 지금의 더위는 이례적인 이상 기후라 영국이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음을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꼭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이용해야만 했을까. 과연 홍수처럼 기사가 쏟아지는 인터넷 포털에서 이 기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이상 고온 현상으로 고생하는 영국’과 ‘에어컨도 없는 영국’ 중 어떤 내용일까. 제목이 전부가 아닌, 기사 전문을 온전히 읽은 후에도 씁쓸함이 남았다.


< 역사적인 고온을 기록한 날의 오후. 아무리 덥다 해도 아이가 정원을 뛰어놀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 ) 에어컨이 없는 영국


  앞서 말한대로 영국의 일반적인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상점에도 에어컨이 잘 없고, 호텔이나 큰 쇼핑몰쯤 가야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영국의 여름은 낮 최고 기온이 25도 전후이다. 많이 더워도 30도를 잘 넘지 않는다. 이 ‘많이 더운’ 날씨도 길어야 일주일이다. 이번 폭염도 딱 이틀 뿐이었고, 다음 날부터는 바로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져 싸늘할 지경이었다.

  일년 중 고작 며칠의 더위를 식히겠다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설치도 쉽지 않은 에어컨을 굳이 집안에 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 영국으로 와서 머물렀던 에어비엔비에 에어컨이 없는 것이 나도 신기해 몇몇의 영국인들에게 에어컨이 왜 없는지를 물었고, 나의 ‘자기중심적인’ 질문에 내가 만난 영국인들은 모두들 의아하게 웃으며 이곳은 에어컨이 딱히 필요 없다고 했다. 열린 창문과 팬(Fan) 하나면 충분하다고.


  신기하게도, 섬나라이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임에도 영국은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후텁지근하지 않고 비교적 건조하고 쾌적하다. 이 때문에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거리를 걸을 때는 무척 뜨겁고 덥다고 느끼다가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금세 열기를 식힌다.


<바스의 주요 관광지인 '로열 크레센트' 근처에 위치한 큰 나무. 무덥던 날에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 그늘에 앉아 쉬어 갔다.>


  집 안에서도 창문을 열면, 바람 앞을 막하서는 방충망도 없이 앞, 뒤, 옆으로 난 창문을 활짝 열면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들어온다. 잔디를 깎는다거나 특별히 엄청난 육체 노동을 하는 날이 아니라면 에어컨은 둘째 치고 선풍기조차 필요 없는, 심지어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있어야 하는 여름 날이 많다(얼마전 영국을 혼란에 빠트린 36도를 육박하던 역사적인 더운 날에도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면 충분했다.).

  영국의 여름 바람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과는 비교도 안 될 천연의 기분 좋은 까슬함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난 뒤, 늦여름의 아침 혹은 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같다. 장마철의 습기 가득한 무더위를 지나,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던 한여름을 견뎌내고 이제 드디어 끝이라며 위로하듯 잘 마른 수건처럼 바삭하게 살갗에 와 닿는 축복 같은 바람.

  이때만큼은 이런 여름날을 가진 영국의 여름이 못 견디게 부러워진다. 장마와 무더위의 합주로 밤잠을 몰아내는 한국의 고온다습한 어느 에 잠이 오지 않아 연락해 봤다며 문자를 보내온 한국에 있는 지인의 푸념 섞인 안부를 받았을 때는 더욱 그랬다.


< 창문만 열면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는 영국. 폴딩 도어를 활짝 열고 식탁에 앉아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



: ) 방충망이 없는 영국의 창문


  지금은 이렇게 영국의 여름을 찬양하고 있지만, 바로 지난 여름 영국에 처음 도착해 런던 근교의 에어비엔비에 머물 때에는 나 역시도 영국의 이례적인 더위 때문에 끔찍했다(작년 여름에도 BBC 뉴스는 ‘Unbearable’한 더위라고 보도했었다.).

  그 집에서 영국의 일반적인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의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다는 것도.

  지난 7월 중순, 그러니까 딱 올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이때가 영국이 가장 더워지는 시기인가 보다.), 에어비앤비로 빌린 집의 실내 온도가 차츰차츰 올라가자 선풍기 한대로는 견딜 수 없는 더위가 찾아왔다. 집의 구조상 맞풍이 불 수 없는 구조라 창문을 연다고 해도 아주 시원해 지지는 않았겠지만 닫아 두는 것보다는 한결 나았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창문에 방충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 벌레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소극적으로 빼꼼히 열어 둔 에어비앤비 시절의 창문 >


  우리나라에는 거의 모든 창문에 방충망이 있다. 방충망을 잘 닫지 않거나 찢어진 구멍만 있어도 모기들이 달려 들어 밤잠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방충망은 이런 모기로부터 우리의 심신의 안녕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였기에 방충망 때문에 멋진 뷰가 가려지거나 촘촘한 구멍사이로 먼지가 끼어 보기에 좋지 않아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방충망이었다.

  이런 생각은 영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방충망도 없는 창문을 열어 두면 온갖 벌레들이 날아들 것이고(이미 몇 마리의 파리가 주기적으로 에어비앤비 집 안팎을 오가고 있었다.), 특히 더위 만큼이나 밤잠을 쫓아내는 모기가 들어와 집 이곳저곳에 숨어 있다가 까만 밤을 성가시게 만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어 문을 활짝 열 수가 없었다. 특히 둘째 아이는 모기에 한번 물리면 그 부위를 긁지 않아도 퉁퉁 붓고 진물이 흐르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 항생제까지 먹어야 했던 적도 있기에 모기는 정말 피하고 싶은 존재 중 하나였다.

  여하튼 그때만 해도 우리가 머물던 에어비앤비의 문제인 줄 알았다. 에어컨도 없고, 방충망도 없는 집을 돈을 받고 빌려 주다니, 괘씸한 마음까지 들었다.

  며칠 후, 자가격리 해제를 위한 코로나 테스트를 받기 위해 동네의 코로나 검사소로 가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며 길가의 집들을 찬찬히 보다가 깨달았다. 다른 집 창문에도 방충망이 없었다. 이 집에도, 저 집에도 방충망이란 것은 찾아 볼 수 없이 모두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벌레들이 오갔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방충망이 없는 영국의 창문. 에어컨이 없는 것만큼이나, 아니 내겐 그것 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었다. 아무리 선을 가늘게 만들어도 방충망이 덧대어 있으면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방충망이 없는 영국의 창문은 그래서 집 밖의 시원한 여름 바람을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집안으로 더욱 잘 불러들여 에어컨 따위 생각할 필요도 없게 더위를 날려 버린다.


< 시원한 바람을 한껏 품은 영국의 공기. 영국의 바람은 청량한 이 하늘색을 닮았다.>



: ) 모기 조차 없어라


  방충망에 이어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영국에는 모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100퍼센트, 전혀 없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 어딘가에 가면 모기가 있다고도 하고, 환경에 따라 모기가 있는 곳이 있을 수 있으나 아주 희귀해서 영국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가족이 모기에 물린 적은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영국의 창문에는 방충망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모기만큼 사람을 직접적으로 불편하게 하는 벌레가 또 있을까. 모기를 제외하고 영국의 집 창문으로 들어오는 벌레들은 파리, 거미, 벌, 나방, 대디 롱 레그(Daddy Long Leg, 다리가 가늘고 긴 벌레, 보기에는 흉측하나 다리가 너무 가늘고 약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등등이 있지만 모두들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즉, 사람을 물어서 아프게 하거나 가렵게 하거나, 그로 인해 미쳐버릴 것 같은 괴로움(특히 발가락 끝을 물고 간 모기, 너란 녀석…)을 주지 않는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은 그런 벌레들이 집안을 돌아다닌다고 생각만 해도 ‘악’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질색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영국에서 일 년을 지내면서 벌레에 많이 익숙해졌다. 적어도 내가 그들을 해칠지언정 그들이 나를 해치는 일은 없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고작 일년을 산 나도 벌레를 향해 마음이 살짝 열렸는데, 이곳에서 평생을 산 영국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대체로 그들은 벌레에 관대한 것 같다. 다들 작은 정원 하나씩 혹은 화분이라도 집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니 벌레에 익숙하지 않을래야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벌레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벌에 대한 공포심은 아직도 극복되지 않았기에 가끔 식당에 외식을 하러 가서 열린 창문으로 날아든 벌에 화들짝 놀라 영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몸을 이리저리 구부리며 벌을 피하곤 하는데, 식당 안에서 그러고 있는 사람이 우리 가족뿐인 것을 깨달을 때면 민망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벌레를 극심하게 혐오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자연친화적인 생활 방식이 대단하다 느껴지다가도, 영국에도 ‘세상에서 가장 성가신’ 모기(특히 오백원짜리 동전 보다 더 크게 부어 오르는 산모기!)가 우글거렸다면 그들 역시 우리처럼 방충망으로 성벽을 공고히 다져 벌레와의 전투를 벌이지 않았겠냐며 우리의 벌레를 향한 방어적 태세를 합리화하곤 한다. 여러모로 부러운 영국의 여름이다.



  그래서 영국의 여름은 모두 다 좋기만 한가?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얼마 전, 영국 웨일즈 지역(잉글랜드 서쪽)의 해안까지 차로 3시간을 넘게 달려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달려간 시간이 무색하게도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허리 아래까지만 간신히 담그고 돌아서야 했다. 지난해 8월에 갔던 잉글랜드 남쪽 풀(Poole) 인근의 바닷물도 우리에겐 너무 차가워 바닷물에 입수하기 전까지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더랬다. 영국의 여름은 아무리 무더운 날에도 해수욕을 하기엔 추웠다(물론 영국 사람들은 해수욕을 하는데, 과연 그들은 정말 춥지 않은 것인지 늘 의문이다.).  


<야심차게 '파라솔'까지 구비했지만 허리 아래까지 밖에 입수하지 못한 차가운 영국의 바닷물 >


  또한 처음언급한 주제로 돌아가, 올해의 여름처럼 이례적으로 찾아오는 이상 고온 현상에 영국이 취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폭염 예보가 발표되자, 학교에서 각 가정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36도에 이르는 더운 날을 대비하여 교복 대신 학생들이 얇고 밝은 색의 옷을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에게 요청하는 메시지였다. 또한 모자와 썬크림을 꼭 챙기고, 아이들이 물을 수시로 마실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협조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고, 학교 역시 모든 창문을 열고, 팬을 돌리고, 불필요한 전등을 모두 소등하여 최대한 실내 열기를 줄이겠다는 결의 또한 포함되어 있는 아주 단호하고 의미심장한 교장선생님의 메시지였다.

  30도를 훌쩍 넘는 여름이 내내 지속되는 한국에서 온 우리 눈에는 겨우 이틀의 무더위로 그런 결의에 찬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솔직한 말로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큰 아이네 반은 마침 여름 방학(한 학년이 종료되는 시기다.)을 앞두고 비워 둔 책상 서랍을 모두 꺼내 물을 부어 발을 담그고 수업을 했다는 웃지 못할, 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한국의 여름에 비하면 선풍기도 필요 없을 것 같은 이 정도의 무더위를 대대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우리에겐 의아하기만 했는데, 하교한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런 정도의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영국 친구들 중 몇몇은 너무 힘들어서 현기증이 날 것 같다 말한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 영국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이 고심끝에 내린 귀여운 무더위 타개책(당연히 모든 학교가 이러는 것은 아니다.) >


  기후 변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런 이상 기후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임을 안다.  그래서 영국은 ‘선진국’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집집마다 또 학교마다 에어컨을 들여 놓아야 할까? 영국의 집에 에어컨이 일반적인 가전제품이 되는 날이 오면,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와 사고가 일어나는 요즘, 우리들의 관심이 모여야 할 곳은 더위에 취약한 영국이 ‘이상 고온’을 대비한 냉방장치를 곳곳에 도입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기 보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열대야가 찾아온 여름밤에 사무치게 그리워할 이곳의 까슬한 여름날을 지킬 방법을 도모하는 것일 것이다.

  미약한 개인으로써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열심히 찾아보고 실천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영국뿐 아니라 40도를 넘나들었던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도, 또 지난 겨울 전례 없던 한파가 닥쳤던 미국 남부지역과 점점 봄과 가을을 잃어가고 뜨겁고 차가운 계절이 도드라지는 우리나라도, 원래 없었던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 없는 계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또 원래 있었던 것들을 계속 누릴 수 있는 계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하여 에어컨과 방충망과 모기가 없는 아름다운 영국의 여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즈음에 영국의 여름날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청명한 가을이 조금 더 길게 머물러 준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다.  


< 뜨거운 여름날의 휴식이 되어주는 나무 그늘 아래 쉼 >

 


[영국의 작은 도시 생활] 해피 바스 데이 – '영국의 여름에 없는 것' 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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