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을 때마다 던져보는질문
오래 전에 써 두고 서랍 속에만 숨겨뒀던 글을 하나 발굴해야겠다.
몇 달 전, W모 게임회사의 채용설명회를 잠깐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이라 오래 듣지는 못했지만, 짧고 강렬한 질문 하나가 마음 속에 콕 박혔다.
"여러분은 게임이 왜 만들고싶으신가요?"
게임이 왜 만들고싶은지? 게임회사에 가고싶은 지망생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본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한번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왜 게임회사에 가고싶었는가?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왜 게임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먼저 적어볼까. 사실 그 이유는 정말 별거 없다. 흔히들 상상하는, 어렸을때부터 어떤 게임에 감명을 받아서- 와 같은 멋진 계기랑은 조금 거리가 멀다.
실용음악 작곡을 전공으로 공부하면서,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정해 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졸업이 가까워올수록 앞길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했다. 이런저런 외주를 받아 해보면서 한 가지 결심한 건,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는 게임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니까 게임 음악을 해 보자>는 결론을 냈다.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일이라는 건 결국 회사에 들어가야한다는 뜻이니, 그 때부터는 여러 게임 회사들의 채용 공고를 뒤져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운드 직군의 채용 공고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채용 공고를 뒤져보는 것이 지루해질때쯤, 사운드 디자이너를 제외한 다른 직군들의 모집 요강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임 디자이너' 라는 직군. 게임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 뭐 하는 사람이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 검색을 해 보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막연하게 '게임음악 작곡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것이 '게임을 만드는'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으로 발전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자기 소개서를 쓰고 서류탈락도 해보고 면접도 몇 번 보고 이리저리 흘러흘러 지금은 퍼즐 게임을 만들고있지만, 모두 생략하고 다시 돌아와서 첫 머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보자.
첫번째로는 역시 <게임을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 게임을 그렇게 깊고 넓게 플레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렸을때부터 늘 게임과 함께였으니까. 게임이 없는 나날은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음악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이니, 직업으로 삼아 계속 해 나가기에도 적당할지 모른다.
두번째. 내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보고싶어서.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가 만든 게임을 하고있다>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세번째.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 내가 주고싶은 감동을 게임이라는 매체로 전달하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속에 '즐겁게 플레이 했던 기억'을 남겨줄 수 있으면 더욱 더 좋다.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가 게임을 하던 것을 옆에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던 추억, 슈퍼마리오를 처음 혼자서 플레이해봤던 경험, 로드러너의 맵을 만들어서 동생에게 시켜보았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해적판 게임팩에 들어있던 게임을 전부다 하나하나 플레이했었던 경험도. 이름도 모르는 게임들이 많지만 그 게임을 어떤 느낌으로 플레이했는지 규칙은 무엇인지 어떻게하면 점수를 많이 낼 수 있는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그런 강렬하고 멋진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뭔가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지만, 막연하게 가지고있던 생각들을 한번쯤 글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계속 생각해보게된다. 나는 게임을 만들고싶은가? 게임이 왜 만들고싶은가? 정말 게임이 만들고싶은가? 하는 질문을. 아직 방황하고 있지는 않지만 틈틈이 나 자신에게 던져줘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