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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아 Oct 27. 2024

브랜드 창업은 출산이 아니라 육아다

1인으로 브랜드를 운영한 지 4년 차.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절망적이었던 순간은

최고 매출을 찍은 달이었다.


그 달 나는 주 7일을 일했고,

마음 편히 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몸은 쉰들 머릿속에서는 늘 사업 고민을 했다.

그렇게 내가 있는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찍은 매출이었다.


내 사업의 천장을 느꼈다.


그 천장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을 더 줄여야 하나?

객단가를 높여야 하나?

아이템을 더 많이 늘려야 하나?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지만,

어떤 질문에도 자신 있게 YES라고

할 수 없었다.

늘 100%로 소진하는 삶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그렇게 반복해도

찍힐 매출의 한계가 훤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온갖 방법을 수집하고 다녔다.


책, 유튜브, 블로그,

각종 인스타 라이브,

온오프라인 강연들까지.


그 과정에서

가장 어이없고 충격적이었던 깨달음은

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지

어떻게 키워나갈지는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보일 이름, 슬로건 등

브랜드의 외형을 갖추는데만 집착하고,

정작 내실은 비어있었던 것이다.


그때 문득,

브랜드 운영이 육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자면 나는

아이의 이름을 예쁘게 짓는 것은 중요했지만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던 것이다.


그러니

수학을 잘해야 대학을 잘 간다 하면

다른 학원은 다 끊고 수학만 보낸다든지,

몇 개월 후 사실 국어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귀가 펄럭이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후회만 남을 수밖에.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화려한 로고, 멋들어진 상세페이지가 아니다.


진심으로 전하고픈 가치,

우리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하는

본질이 무엇이었느냐의 문제이다.


이런 깨달음은 내 운영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제는 단기적인 성과와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고객이 진짜 원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 브랜드 창업은

단순한 출산의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육아의 여정이다.


시험 한번 백점 맞고 끝나는 아이가 아니라

본인이 어떤 것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런 아이는 분명 행복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굳건히 믿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더 성장한다는 말처럼,

나 또한 여정 속에서 계속해서 즐기고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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