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by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 Jun 5. 2022
약, 한달전쯤 나만의 세계에서 우리 금복이(수컷으로 추정)의 짝지로 데려온 황금이(암컷이길 간절히 바람.)
황금이가 감기에 걸렸다.
황금이로 말하자면,
마치 등이 계란을 반으로 쪼갠 듯한 매끈한 아름다움이 있는 그리스 육지거북.
사단의 시작은 오픈 사육장이었다.
황금이가 들어오면서 금복이만의 세계는 끝이 났다.
사육장을 통째로 쓰고 있던 금복이는 소유자(나님)의 짝짓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강제로 미래 신부를 맞이해서 같이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삐친 금복이.
거북이들은 각자도생을 한다고 한다. 이말은즉슨, 그들은 외로움을 타지도 않고 자기 영역에서 유유자적하며 살다가 한 세상을 보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영역을 이제는 같이 써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아니. 처해버렸다고 하는 게 맞지.
주인의 의사에 의해.
처음 황금이가 들어오며 나는 금복이가 황금이와 잘 지내기를 바랬다.
하지만. 두둥.
금복이 녀석은 삐쳐버렸다.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육장을 마치 사람으로 치면 미친 사람처럼 종일 돌아다니기 권법을 시전한 것이다.
아. 당황스러워.
정말이지 먹는 때를 제외하면 계속 사육장 테두리를 돌아 돌고 돌았다.
지치지도 않는지.
돌고 돌고 돌고.
생각끝에 남편과 나는 금복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앞마당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실내 사육장과 바로 연결되는 실외에 사각의 앞마당을 만들어 흙을 붓고 금복이가 거기에서 놀도록 한 것이다.
오마이갓!
패착은 뭐에 씌였는지
한 문을 연 오픈 사육장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금복이가 마음대로 안과 밖을 드나들 수 있도록.
그때만 해도 몰랐다.
이 행동이 초래할 엄청난 재앙을.
왠지 금복이가 따듯한 구석탱이에서 잘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리고 아기 황금이도 따듯한 구석탱이에서 잘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사육장이 춥다는 것을!
하지만 미련퉁이 집사는 그저 오픈 사육장의 개방감과 아름다움에 취해 미처
아이들의 어려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어느 날 아침.
황금이 코에서 콧물방울이 나오는 것을 목격.
오마이가트.
그것은 감기의 시작이었다.
곧바로 오픈 사육장을 다시 밀폐 사육장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콧물방울이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콧물방울을 보이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때까지 미련퉁이 집사는
한쪽 문을 환기를 위한답시고 조금 열어두고 있었다.
어느날 새벽.
황금이 입에서 치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알기로 거북이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게 정상이다.
그래.
저거슨. 저거슨. 저거슨. 바로 감기의 신호였던 것이다.
오마이갓.
나는 초보운전자.
가는 길밖에 못 가는 개초보운전자이다.
하지만 아기를 지키는 일에 초보운전자의 겁먹음 따위란 없었다.
아이를 옆에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출동!
(오는 길에 역주행 사고가 날 뻔했다.)
의사쌤은
"혹시 아프기 전에 환경이 바뀌었던 적 있나요?"
하고 물었다.
뜨끔뜨끔뜨끔.
"네. 오픈 사육장으로 잠깐 바꾼 적이 있는데 그때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말끝을 흐렸다.
"아기 거북이는 조심해야 합니다.
따듯하게 해주어야 하고 문은 항시 닫아놓아 절대 찬바람을 쐬지 않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이 겨드랑이에 주사를 놓았다.
왠지 모를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다음날부터 약을 먹여야 했는데,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는 거북이에게 약을 먹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맛있다는 사료에다가 섞어 대령했는데 도리질.
잘먹는 아욱잎에다가 약이 섞인 사료를 발라 겨우 먹였다.
약을 먹은 아기는 왠일인지 아주 오랫동안 구석탱이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어제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나란 집사는
아욱잎에다가 바로 약을 도포해서 대령했는데......
오마이갓.
도리도리 돌아서는 아기.
안돼앳!
먹으라고. 먹으라고.
나는 몇번이나 아이를 돌려세웠다.
급기야 통에 아기와 약이 묻은 이파리를 넣었다.
그러면 배가 고픈 아이가 먹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먹기는커녕 꺼내달라고 발버둥치는 아기.
너무 괴로워 보여서 결국 꺼내주었다.
아기는 지친 듯이
바로 굴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게 바로 오늘 아침까지의 상황이다.
아 대환장파티.
남은 삼일분의 약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
다음 시도 계획: 애호박을 먹이면서 주사로 삽입해야지.
마음대로 될까.
아.
양육이란 쉽지 않어.
뭐, 하나 쉬운게 없어.
개뿔.
더 심한 욕을 쓰고 싶지만 참는다.
금복이와 황금이(어쩌다 사이좋아보이는 사진이 얻어걸렸다. 실제 둘의 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이때가 먹이를 기다리는 순간이었나. 다 먹고 배부른 때였나. 황금아 감기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