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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10. 2023

마시면 안 돼!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

유사 육아.


어제 밤 남편이 고양이 사료를 먹어보았다. 고양이 사료가 엄청 짜고 간이 세다는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난 후였다. 남편은 원래 비위가 약하다. 그런데 고양이 사료를 먹다니.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털과 함께 사는 일이다. 지금 이 노트북에도 털이 묻어 있다. 털은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절대 청소로 해결할 수 없다. 그냥 털을 견디며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털은 집사의 숙명이다. 털을 감당할 수 없으면 키울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사방이 털 투성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니까 털도 감내하는 것이다.


둘째 냥이는 말썽쟁이다. 오늘 아침에 내 방에서 책을 읽는데 어디선가 찹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혹시? 하고 화장실로 뛰어갔더니 변기에 목을 집어넣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오마이갓. 내려와! 소리를 질렀더니 후다닥 내려와서 바닥에 벌러덩 눕는다. 그리고 눈을 끔뻑끔뻑.


자기가 주인이 싫어하는 짓을 했다는 걸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둥이, 변기 물 마시면 안 돼!" 하고 짧고 강하게 말하고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책을 읽는데 다시 뭔가 찹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그 소리가 좀 멀리서 들려왔다. 혹시.....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거실 화장실로 달려갔더니 오마이갓! 이번에는 거실 화장실 변기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고 있는 거 아닌가.


아까 내 방 화장실에서 마시다 걸리고 이번에는 거실 화장실로 가 물을 마시는 냥이님. 아까 타이르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한 게 완벽한 오산이었다.


'변기 뚜껑을 안 닫아 놓은 내 탓이지. 고양이가 뭔 잘못이 있겠어.'


책을 읽다가 너무 졸려서 소파 위에서 자고 있었다. 간간히 고양이들의 야옹 소리가 들린다.


팍!


그러더니 후다닥 고양이들이 거실 복도를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사고를 친 것이다. 난 잠에서 깨지도 않고 뭐를 엎었을까를 생각했다.


음.

거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려왔지.

그 안에 사고칠 만한 뭐가 있지.

생각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 가보니 욕조 안 플라스틱 대야 엎어 놓은 게 뒤집어져 있었다.

그럼 그렇지.

다시 원래대로 해 놓고 복도에 나오니 방 안에서 졸고 있던 두 마리 냥이들이 언제 나왔는지 날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마치 자기들이 뭔 짓을 했는지 아는 듯. 내 처분을 기다리듯이.


웃음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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