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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일기

한낱 집사의 소금 알갱이 하나 같은 깨달음

1) 둘째 냥이가 지나갈 때 누워 있는 첫째 냥이가 두 발을 뻗쳐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2) 둘째 냥이가 시원한 대리석 위에 누워 있을 때 첫째 냥이가 비키라고 무는 시늉을 해 쫓아 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3) 둘째 냥이의 목에 헤드락을 거는 첫째 냥이를 볼 때가 있다.


왜 저러는 걸까.

첫째 냥이는 왜 가만히 있는 둘째 냥이를 가만 두지 못하는 걸까.

난 첫째 냥이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놀자고 하는 건지, 싫다고 하는 건지, 재미로 그러는 건지, 괴롭히는 건지, 뭐가 못마땅하다는 건지, 널 좋아한다는 뜻인 건지.


나는 그저 한낱 인간인 것을.

저들이 인간 세계를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고양이의 세계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 고양이는 인간 세계를 다 아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사는 인간들의 심리와 관계도를 이미 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나는 고양이들의 세계를 다 모른다.

그들의 관계에 대해 다 모른다.


하지만 사랑한다.

첫째가 둘째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첫째를 격하게 사랑한다.

괴롭힘 당하는 것 같은 둘째는 안쓰러워서 더 품게 된다.


그러면 되지.

그러면 집사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엄마가 자식을 품듯이

나는 이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품으면 된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방문이 열렸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열렸기에 남편이 들어오는지 알았다.


냥이들이었다.

냥이들이 날 보기 위해 거실에서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두 냥이들이 한번에 들어왔다.

동시에.


형에게 당하는 둘째 냥이를 안으면서 난 더욱 둘째 냥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둘째 냥이를 덮치는 첫째 냥이와 더 놀아주고 사랑을 주면서, 혹여나 첫째 냥이가 내 사랑을 동생에게 뺏긴 듯이 느껴서 동생에게 그러는가 싶어 미안하다 속삭이고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이야기해주면서 첫째 냥이의 마음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이 아이들은 내 삶 자체가 되었다.


사랑, 그것이 삶의 모든 것임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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