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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Nov 24. 2018

인물 심리에 집중한 전쟁영화, 영화<저니스 엔드>

폭발보다 고요가 더욱 강렬하기도 하다

저니스 엔드 (Journey's End)

브런치 무비패스 #12

감독 사울 딥

주연 샘 클래플린, 에이사 버터필드, 폴 베타니


캡틴 스탠호프 (출처: 다음 영화)


<저니스 엔드>는 전쟁영화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쟁영화와는 다르다. 전쟁영화라고 하면 총알과 포탄이 날아드는 장면, 수시로 등장하는 죽고 다치는 장면, 그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전우애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영화 <저니스 엔드>는 적군과 코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지휘하는 리더 캡틴 '스탠호프'의 심리를 그리는데 집중한다.


독일군의 기습 폭격이 있을거라는 소문이 돈 지 한 달. 스탠호프의 부대는 최전방 참호를 나흘간 담당하게 된다. 독일군의 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점점 진실로 뚜렷해져간다. 마치 죽음을 예정해둔 것과 같은 아슬아슬한 그 시간, 그 공간에 스탠호프의 친구라며 신입 '롤리' 소위가 자진하여 찾아온다. 하지만 스탠호프는 그를 반길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신입의 패기로 눈을 반짝이는 롤리 소위를 보며 스탠호프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전력으로는 도저히 독일군을 이길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상부에서는 전세를 뒤집기 위한 작전 명령이 떨어지고, 많은 희생이 예상되는 그 작전이 실행된다.


기대에 찬 눈빛의 롤리 소위 (출처: 다음 영화)


영화는 전쟁영화 임에도 고요하다. 오히려 작전의 순간은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연무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며, 누가 돌아왔고 누가 죽은건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전쟁이나 작전의 순간보다는 사건 전 후에 일어나는 인물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스탠호프'는 시종일관 긴장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믿을 만한 부하는 '오스본' 중위 뿐이고, 자신 때문에 죽음의 소굴로 찾아온 '롤리'때문에 더욱 괴롭기만 하다. '오스본' 중위는 불안해하는 '스탠호프'를 보듬는다. 항상 스탠호프를 부축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준다. '오스본'은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며 몇 안되는 소지품을 차분히 정리하고 두려워하는 후임의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괜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어리버리하지만 넘치는 패기로 반짝이던 '롤리'의 눈빛은 전쟁의 참상을 보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되면서 서서히 두려움의 눈빛으로 변해간다. 이 모든 불안과 변화가 영화를 보는 내내 가득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사울 딥'은 영화 <스윗 프랑세즈>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고요하게 짙은 감정을 연출해내는데 매우 뛰어난 듯 하다. <스윗 프랑세즈>는 전쟁 중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었던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감정은 폭발하지 않지만 잔잔하고도 진하게 영화에 드리워져있다. 그 점이 <스윗 프랑세즈>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고요했음에도 기억에 오래 남게 했다. 영화 <저니스 엔드>도 마찬가지로 깊은 인물의 고뇌가 배우의 눈빛, 표정,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지면서 폭발적인 장면 없이도 길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때론 강하고 직접적인 것 보다 고요하고 간접적인 것이 더 강렬하다. 그런 점에서 <저니스 엔드>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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