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인생, 현실이 곧 드라마

by 스톤처럼

여기 한 중년이 있다. 세상의 많은 일을 두루 경험하고 멈춤없이 흘러가는 강물 같은 그의 인생은 자신보다 어린 청년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손 아래 사람과 일을 하면서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그의 눈은 언제나 빛을 잃지 않는다. 경험에 의해 키워진 센스는 20살 아래 직원이 본다면 그 중년의 센스는, 흠칫 타고난 재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날 어린 청년은 그 중년이 궁금해졌다. 어린 청년은 자신의 앞날이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한 번쯤은 그의 인생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이야기에 빗대어 자신의 미래 또한 점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몇 달이 흘렀다. 초반에 했던 그 기대는 저물었다. 미래는 늘 후순위다. 지금 소년 앞에 있는 중년이, 그 중년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또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순수한 관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깨지 못한 유리알처럼 내면에서는 관심의 씨앗이, 알을 깨부수는 각오로 성장한다. 어느 날이었다. 의도를 했을 때는 듣지 못 하였지만 의도하지 않은 어느 날에서야 그 중년이 걸어온 인생을 듣게 되었다.


사회적 평판과 경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진로를 걷지 않았다. 온전히 순수한 관심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다. 대중은 그를 기억하지 못 할 수 있지만 그는 스스로 안다. 대중과 다른 '나'를 위한 선택을 했음을.


서울 어딘가에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작업실을 운영하며 젊은 나이에 사람과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모난 소리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씨에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를 인정하였다. 참 열심히 일을 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근면했다. 친절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업종에서는 자기개발 역시 멈추지 않았다. 내실 또한 단단하고 외실 역시 챙기는 능력은 여러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다.


운명의 여신은 그런 그를 방치하지 않았다. 기회의 동아줄이 내려온다. 그의 큰 챕터가 저물고 새로운 챕터가 열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서슴없이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거기서도 그의 주특기인 성실함은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뚫고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또한번 인생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들도 많았다. 일찍이 그의 인성을 알아본 사장님은 그에게 신임을 주었고, 그 기회로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주거지를 벗어난 곳으로 자유인처럼 한계없이 역량을 펼쳤다.


지금도 술 한잔을 기울이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이 때쯤 많이 등장했으리라. 당시 그가 겪는 삶이란, 또래에 비해 나무 속처럼 실하고 무지개보다 다채로웠다. 가끔 에피소드 넘어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청년은 이 중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흔히 말해 시대가 바뀌고 있었다. 참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인생의 파도에서 한낯 사람은 그저 흘러가는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언젠가 그가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변화의 바람은 그의 볼따구를 스쳤다. 섬세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불어오는 이 바람에서 자신의 또다른 앞날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그는 다시 새로운 챕터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 우리는, 예전에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지점에 서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또한 그러했다. 지금이야 추억 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당시 그가 겪었을 그 '변화'라는 것은, 좋은 쪽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여전히 궁금하다.


새로운 곳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 적응을 잘 하였으며, 이 역시 훌륭한 생활을 이어갔다. 가끔 중년의 그가 자신의 과거에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꺼내어 지혜를 준다. 그 지혜란,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불편함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혜? 거기까지는 너무 멀리 보는 걸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오픈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챕터에 대한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알지만 언젠가 디테일하게 들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말이다. 농담식으로 안 봐도 넷플릭스~ 라고 웃어주는 동료인 그 중년을 생각하면 '헤르만 헤세 < 데미안 >'이 떠오른다. '인생사' 가득한 보물상자를 아낌없이 열어주는 그는, 나의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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