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을때

- 영원히 나를 기다려 줄줄 알았던 꿈이 사실 달아나고 있을 때

by 스톤처럼

며칠 전 동네 야산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의도적으로 산책하고 있습니다. 답은 없지만 고대부터 내려오던 영감의 귀천이요, 의자와 한 몸이 되어버린 건강을 챙기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앉아있는다고 해결될까? 적어도 걸으면 건강이라도 챙기니 걷자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느 작가 분도 루틴 중 하나로, 매일 산책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분이 알려주지 않았지만 제가 하나 떠올린 산책의 제약은, 시간입니다. 산책 명분으로 방황이라는 진짜 이유를 주업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산책을 하면서, 되도록 내가 있는 곳에서 5킬로미터는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산책하려고 나갔다가 시간을 담보로 너무 오랜 뒤에 돌아오고 싶지 않음을 반영한 행동입니다. 그래서 주변 지형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산책한다는 기분은 가질려고요.


그 지형 중 하나가 바로 동네 야산이었습니다. 직선거리는 짧은데 아주 낮은 산 하나를 두고 오르락 내리락 행동을 하면 산책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겠죠. 근데 그 야산 특징 중 하나는 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게 특징이죠. 초등학생 체육시간이 되면 구경하기도 합니다.


그 날도 그랬어요. 대범하지 않은 산책 코스에서 그 학교를 지나가야 하는데, 마침 아이들 체육시간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세대차이가 있다고, 대화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비교적 익숙한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도 언젠가 해봤으니까요. 줄넘기, 달리기, 축구..


잠깐 나이를 떠나서 웃어 버렸습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근데 그게 오래가지는 못 했어요.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꿈이 사실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아서요.


제가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는, 정기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양서를 기부하는 꿈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해도 주변에 책이 있으면, '1000명 중 1명이라도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순진한 이유입니다.


친구를 만난 것도, 그때 학교 끝나고 하루종일 노느라 공부를 멀리하였던 것도.

엄청난 후회가 밀려오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못 하는 것들이니까.

근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다소 좁은 세계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싶은 후회는 있습니다.

적어도 책을 통해서 상상력이라도 있었으면 인생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원망하지도 않아요. 어린 저의 선택이었으니.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알고, 동시에 현재 소중함을 안다면 그래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또는 둘 다 취할 수 있다면) 그런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지금은 허황된 이야기, 재미없는 스토리, 알고 싶지도 않은 교훈이지만 적어도 1000명 중에서 1명은 조금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자발적으로 알아보는 시도도 있지 않을까?


자기 스스로 자신을 설득하고

조금 더 일찍이 '나'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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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저의 웃음을 망설이게 한 생각은 이것이었어요.


'어? 나 때는 한 학급 인원이 35~40명 되었는데.. 지금은 훨씬 적어 보이는데?'


'요즘 학급 인원은 몇 명일까?'



이기적인 꿈대로 생각해보면 1000명 중 1명이 책 표지라도 만져보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꿈을 가졌는데 이렇게 되면 1/1000 확률보다 희박해지는 건 아닌가? 순수히 그 꿈에 대한 의도는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을까?


아, 꿈에 대한 유효기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겠구나. 이렇게 한가하게 산책하고 있을 틈이 없다..!


동네 야산을 뛰어서 내려갔습니다. 꿈의 유효기간이 짧다면 타이밍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세어라.. 내어라..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그런 안일함이 무서웠습니다. 영원히 마법의 가짜 환상 속에서 살아갈까봐..


꿈이라는 발판이 발 밑에 있는데, 그 면적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랄까요? 목적의식이 발동되더라고요. 이건 그냥 열심히 살겠다.. 이런 느낌과는 달랐어요.


얼마나 놓치고 산 것들이 많았나?

하려면 지금 해야지. 해내야 하는 거지.


동서남북 사이드 스텝으로 무빙하며 피하고 다음 차례에서 공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매순간 코너에 있어서 물러설 곳이 없었네요..


오늘을 미루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저를 위해.


브런치 글쓰기 석양과 함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