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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Aug 07. 2022

[크로아티아#2] 돛단배 자유여행

밀나 (Milna), 스타리 스타니 (Stari Stani)

크로아티아는 세일링 천국이다.

바람 좋은 날, 7월의 피크 시즌에 가면 수평선 위에 요트들이 돛을 걸고 수도 없이 떠다닌다.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Marina)들도 참 많고, 시설도 잘 되어있다. 섬들마다 정박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고, 워낙 섬들이 근해에 많다 보니 몇 시간 이내로 한 섬에서 다른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섬들 사이로 대부분 움직이기에 바다이지만 호수 비슷한 느낌으로 세일링 할 수 있어서 세일링 초짜인 우리들에게도 수월했다.


세일링을 하며 가장 좋았던 때는 엔진을 끄고, 돛을 걸고서 바다의 철썩거림을 듣고 있을 때였다.

바다 위에 우리 둘만.

바다 위에서의 자유여행 같은 느낌이다.

날씨 따라, 우리 기분 따라, 우리가 여행지를 짜고 우리의 속도대로 나아가는 여정.

바람이 느릴 때는 돛을 달아도 배가 영 나아가지 않아 그냥 바다 위로 뛰어들어 열기를 식히기도 하는.

스케줄 따라 움직이는 투어 그룹에서는 어림없는 여유를 맛볼 수 있다.


바람이 잔잔해지자 짝꿍은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뒤로 보이는 건 스플릿 (Split).


크로아티아에 금요일에 도착한 우리는 스플릿(Split) 시내에 하룻밤 머물렀는데, 여름휴가 기간이라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파티하고 술 마시러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 무리들, 가족 여행객, 커플들... 디즈니 랜드에 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오래된 도시가 예쁘고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가 이 도시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36도에 가까운 무더위에 그 많은 인파가 좁은 보도를 메우고 있으니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우리가 항해를 시작하고 처음 정박한 밀나(Milna)는 좀 더 조용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항구를 따라 식당들이 있고, 1km 남짓 걸어가면 있는 해변에서는 크로아티아어나 슬라브 계통의 언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섬마을.


밀나(Milna)의 해질녘.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 밀나 ACI 마리나.

이 작은 섬마을 밀나(Milna)에 고급진 마리나 체인인 ACI가 있다.

Adriatic Croatia International Club, 줄여서 ACI.

크로아티아 곳곳에 마리나를 갖추고 있어 우리 항해 중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하룻밤에 40에서 비싸면 55유로까지 정박비를 냈으니 (우리는 초소형 돛단배이기 때문에 기본 가격만 냈다. 배가 길어질수록 훨씬 비싸진다), 마리나 중에서는 비싼 축에 속한다. 하지만 비싼 만큼 늘 자리가 있고, 샤워 시설 및 화장실이나 다른 부대시설(마트나 빨래방 등)이 잘 되어 있기에 편하게 세일링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밀나에는 ACI 말고 다른 사립 마리나도 있었는데, 분명 자리가 있어 보이는데 예약이 다 찼다며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추측건데 우리 돛단배가 너무 작아서 돈이 안 되기 때문일 거다. 바로 뒤에 오는 카타마란은 받아주던데.


밀나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뒤, 일주일 간 항해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스타리 스타니 만으로 향했다.

스타리 스타니 만. 옥빛으로 빛나는 조그만 만의 해변은 항해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

나중에 다녀온 블루 라군에 비해서 이름이 그렇게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나에게는 가장 좋았던 만이다.

크지 않아서 대형 파티 보트들이 올 공간도 없고, 그나마 우리 같은 돛단배나 가끔 열명 남짓을 실은 보트들이 와서 사람들이 수영하는 곳.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몇몇 세일보트 빼고는 아무도 없어서 정말 평화로웠다. 옥빛으로 빛나는 해변에 짝꿍과 나는 여러 번 뛰어들었더랬다.


돛단배 자유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인기 많은 관광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 조그만 만이나 해변들을 찾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니, "나만의 그곳"을 찾아 나서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용하고 조그만 곳들을 좋아하는 짝꿍과 나에게는 스타리 스타니가 제격이었다. 특히나 여행의 막바지, 블루 라군에서의 악몽을 겪고 나서는 이 스타리 스타니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블루 라군의 악몽은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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