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컨테이너에 실려 큰바다가구점 창고로 들어왔다. 물건은 내 손으로 내려져 창고에 차곡차곡 쌓였다.
박스는 개별의 무게를 가지고 있어서 한 박스 한 박스 옮길 때마다 개별의 무게가 몸으로 느껴졌다. 반복된 노동에 등짝에 땀이 맺혔다. 새삼스레, 존재하는 것과 그것을 옮기는 노동이라는 행위의 명료함이 놀라웠다.
요 며칠 머릿속에는 마케팅, 홍보, 입점, 기획전, 세일, 노출, 광고라는 말들이 가득했었는데, 존재 여부도 확실치 않은 이 말들의 모호성에 머릿속이 아득했더랬다.
문득 느껴진 명료한 노동의 무게 때문에 무게가 없는 모호한 말들이 더욱 가볍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