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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Dec 28. 2023

홈페이지가 사라졌다.





큰바다가구점 홈페이지 badafurniture.co.kr 이 날아갔다 아니 사라졌다. 카페24 콜센터에 전화했다. 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폭언을 삼가해주세요.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상담원 ***입니다.


-홈페이지 접속이 안돼서요.

-3개월간 관리자 접속이 없어서 쇼핑몰이 삭제되셨습니다. 고객님.

-저희는 쇼핑몰이 아니라 홈페이지로 사용해서 자주 들어갈 일이 없는데요. 그렇다고 삭제까지 하나요?  

-약관에 나와 있습니다. 안내 메일도 보내드렸습니다.

-… 아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그걸. 아휴.


누군가의 가족인 상담원에게 폭언을 하면 안 되듯이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빠인 나에게 카페24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지도 못하고 한숨과 탄식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잘 사용하지 않는 개인 메일을 확인했다. 4개월 전에 메일이 와 있었다. -1개월 관리자 접속이 없으면 계정 휴면 상태로 전환, 추가 3개월 동안 접속이 없으면 삭제될 것이다.- 내가 메일을 받았는지도 모르는 사이 3개월이 지났고 약관대로 한치의 실수 없이 큰바다가구점 홈페이지는 삭제됐다.


 카페24의 기본 쇼핑몰 서비스는 무료다. 무료로 서버를 빌려주면 쇼핑몰 운영을 잘 해서 유료 서비스도 이용하고, 매출의 결제 수수료도 떼어가고 해야 하는데, 카페24 입장에서 90일 동안 관리자에 접속도 안하고 서버 용량만 차지하는 유령 쇼핑몰을 약관에 따라 삭제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이 와중에 참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을 하고 자빠졌다. 나란 사람은. 나는 그렇게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사람이어서 이 대상 없는 서러움도 결국 다 내 것이 되었지. 브라보.


 카페24는 내 홈페이지를 삭제해놓고 쇼핑몰이 잠시 쉬어간다고 공지를 올렸다. 삭제가 아니라 쉬어 간단다. 삭제된 거와 쉬는 거의 차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삭제된 김에 쉬어가자. 사실 쉬지 않을 방법도 없지 않은가. 이러나저러나 쉬는 거와 삭제된 거의 차이를 나 스스로 모르겠다면, ‘쇼핑몰이 쉬어간다’는 카페24의 공지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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