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에는 가구 디자이너가 있다. 이 당연한 얘기는 사실상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말은 가구 회사에 가구 디자이너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가구디자이너가 없는 가구회사는 누가 디자인할까. 걱정 마시라. 가구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가 디자이너다. 특히 모든 사장은 뛰어난 디자이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가구 디자이너는 넓은 의미에서 업계 종사하는 가구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를 말하고 있음을 밝힌다.
가구 디자이너는 어떻게 가구를 디자인할까. 이들이 가구를 기획 디자인하는 방법은 A, B, C 세 가지로 내 마음대로 나눠봤다. 이 분류는 사람의 분류가 아니다. A, B, C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는 A B C의 방법 오가면서 가구를 기획/디자인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물, 자연, 선, 도형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가구에 투영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예술이다. 이것은 본인만의 오리지널을 창작하는 과정이다. 작가라고도 부를 수 있다. 브랜드 소속 전문 디자이너이너도 있고, 목공 철공 기능을 보유한 공방 운영자도 있고, 소규모 가구회사 사장도 있고, 가구학과 재학생도 있다. 순수 창작 가구 디자이너는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해외 가구를 배낀다. 대놓고 카피하면 카피품이 되고, 카피하면서 나름의 독창성을 위해 변형을 시도하면 나름의 가구가 되기도 한다. 대놓고 배끼려고 했지만 기술적, 비용적 그리고 한국 시장에 적합한 사이즈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타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그럴싸하거나, 이도 저도 아닌 돌연변이가 되기도 한다. 많은 가구인들이 시도하는 방식이다.
국내 가구를 배낀다. 대놓고 배끼기도 하고, 살짝 변형을 주기도 한다. B case와 동일하지만 배낀 사람과 배껴진 사람이 곧 원한 관계가 된다는 것만 다르다. 배낀 사람은 살짝 변형 했으니 똑같지 않다 주장하고, 배낌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카피라고 주장한다. 갑한테 왜 똑같이 배꼈냐고 물으면 을이 1년 전에 내껄 배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을한테 1년 전 왜 배꼈냐고 물으면 갑이 2년 전 내 껄 똑같이 배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뭐 대체로 이런 식의 관계가 복수로 얼키고 설키면서 결국에는 ‘이바닥이 원래 그래’로 물타기 된다.
나는 ABC 등급에 따라 고급 저급, 합법 불법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A B C 방법에 따라 사람이 정해진 게 아니다. 누구나 B, C 방법으로 가구를 디자인 할 수 있으며 B C 방법으로도 충분히 독창적인 가구가 만들어기지도 한다. 모든 창작이 그렇듯 가구디자인에서도 카피 복제 영감 참조 오마주는 한 끗 차이다. 우리가 아는 국내 대형 브랜드 가구도 대부분 B, C방식으로 디자인 된다.
패션 가전등과 다르게 가구업계는 여전히 큰회사 작은회사 가릴 것없이 B와 C방식으로 기획 디자인된다. ABC를 오가다 보니 '나는 가구 디자이너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당신은 가구 디자이너입니까?’ 라는 질문은 어쩌면 업계 종사자에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타인의 가구를 카피 복제 영감 참조 오마주를 했던 사람의 양심이라고나 할까.ㅎ
복제가 판치던 시장에서 정보화와 의식의 변화로 소비자는 오리지널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수준높은 한국 사람들은 이제 패션, 가전, 소프트웨어, 영화, 음악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의지만 있다면) 오리지널과 카피를 가려낸다. 가구도 이를 따라가는 중이다. 하지만 가구는 유난히 그 속도가 느리다. 가구 업계는 여전히 복제 영감 오마쥬 참고를 넘나든다. 서서히 바뀌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크게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선진화 되었지만 가구에 있어서 우리는 예전과 큰차이 없는 여전한 시대를 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가구업 종사자이고,
여지것 B, C방식으로 가구를 기획했고,
스스로를 가구디자이너라 생각하지 않고,
캐드, 포토샵, 일러스트, 스케치업, 라이노 어떤 프로그램도 다룰 줄 모른다해도,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언젠가 A-case로,
당신만의 순수 창작 가구를 디자인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상당히 근사한 마음 가짐이다. 내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만으도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보고자하는 걸을 본다. 이제껏 보고자 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보고자 한다면 만물에서 새로운 가구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정말이지 마법같은 얘기다.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물고기를 보면서 자동차에서 머그컵에서 테이블과 의자 다리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마법이면서 동시에 신도림역에서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을 찾겠다고 마음 먹으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당신이 A-case로 가구를 디자인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직 순수 창작물이 완성이 되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면, 가구가 아닌 것들을 보면서 가구의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캐드를 못해도, 그림을 못그려도,
무언가를 새롭게 바라보려 하는 당신은 이미 가구 디자이너다.
한국의 수많은 가구디자이너가 더이상 쑥스러워하지 말고 나는 가구 디자이너입니다. 라고 말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