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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호주 지붕에 올랐다

사다리 앞에 또 섰다

by 석탄


호주 지붕 위엔 안전은 없다.




지상 6미터, 아파트 3층 높이의 못으로 지탱된 거대한 호주 나무 지붕.

그 위에 나는 서 있었다.

아무런 안전줄도 헬멧도 울타리도 없이.

발아래는 콘크리트. 미끄러지면 끝이다.

살기 위해 올라간 그곳은 매일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이 일, 하다가 죽는 사람도 있어."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호주인 사장 스티브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 같았지만 진담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웃지 못했다. 며칠 후, 직접 알게 됐기 때문이다.


며칠 뒤, 나는 무거운 드릴을 들고 젖은 나무 지붕 위를 기어올랐다.
그날은 비바람이 쏟아졌고 나무는 미끄러웠다.
간격 넓은 정글짐 같은 지붕. 떨어지면 끝이다.
발 한 발, 손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밑에서 스티브가 소리친다.
"빨리 올라가!"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기어올라 프레임 위에 도달했을 때 두 다리는 나무 프레임에 벌려 붙이고 한 손엔 드릴, 다른 손으론 균형을 잡았다.
그 상태로 드릴을 당기는 순간, 드릴의 반동이 내 손목을 꺾었다.

그 힘에 휘청이며 발이 미끄러졌다.
균형을 잃는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지붕 끝에 팔을 걸치고 다리를 걸었다.
무게중심은 복근으로, 균형은 손가락 끝으로.


몸이 반쯤 허공에 걸렸다.

실수는 곧 '사망'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죽는다.’
처음 든 생각이었다.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떨어지면 병원비도 없다.
일을 못 하면 돈도 없다.
그러니까.. 떨어질 수 없다.

악으로 버텼다.
아니, 오기로 버텼다.

아래서 스티브가 또 소리친다.
"야! XX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 소리에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그날 죽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자 발이 미끄러져도 심장이 뛰지 않았다.
공포를 잃었다. 감각이 무뎌졌다.
그리고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점점 죽음이 아니라 삶에 무뎌지고 있었다.
처음엔 죽을까 봐 무서웠고 나중엔 살고 싶어서 무서웠고 결국엔 무서운 감정조차 사라졌다.
대신 아무 이유 없는 ‘버티기’만 남았다.
그건 살아 있음이 아니라 존재의 반사신경 같았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오늘은 죽지 않고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나는 또 사다리 앞에 섰다.
오른다. 다시 지붕 위로.
죽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그리고 그렇게 매일 살아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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