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들을 찾습니다
얼마 전 주말에는 부산에 다녀왔다
몇 달 전 마음이 긍정과 용기로 가득했던 어느 날
부산국제광고제 강연 요청 메일에
마, 그렇게 하입시더! 하고 답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원래는 온라인으로 치러질 광고제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으로 변경되었고
8월 말에 부산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는 상당히 신이 났지만
강연 준비는 마냥 신나는 일만은 아니었고
그날이 실제로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올해는 사내에서도 몇 번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같은 주제를 변주해서 말했다
<듣는 사람을 위한 기획서 쓰기>
기획서를 쓸 때 많은 경우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쓰고 다시 고치고 쓰고
이 과정에 빠져들다 보면
기획서는 언제나 듣는 사람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글쓰기라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해서
메일을 쓴다는 마음으로 듣는 사람을 생각하며 기획서를 써보자!
라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주제는 사람들 앞에서 말해볼수록
상당히 모험적인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듣는 사람들이 듣는 도중에
-
어라? 그렇다면 이 강의는 듣는 사람을 위한 강의인가?
아닌 거 같은데? 제대로 전달되는 느낌이 아닌데?
그렇다면 이 연사가 하는 말을 믿어도 되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ㅎㅎ..
그래서 부산행 기차에서,
그리고 해운대 앞 비즈니스호텔에 마련된 책상머리에 앉아
리허설 직전까지 강의안을 여러 번 고쳤다
오시는 분들이 학생일지 직장인 일지 광고인 일지 광고주 일지
온다면 몇 분이나 오실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강연이 가장 필요할 거라 생각되는
미래 광고인들을 위한 내용을 더 넣었다
그리고 리허설을 마치자 긴장이 됐다
수년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어쩔 수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안 할 줄 알았는데
광고제를 보러 미리 부산에 와있던 회사 후배들이
기어코 강연장까지 와서 응원을 해줘서는
더 긴장이 되었다
안돼... 너희들이 보고 있으면.. 안된다고...
그리고 20분이 지나갔다
백 명 정도의 청중들 사이사이에는
눈을 반짝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 끄덕끄덕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 눈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 눈들이 강연이 끝나자 손도 번쩍번쩍 들어 질문을 해주었다
마이크를 꼭 쥐고 반듯하게 선 모습을 보자 내 자세도 반듯해졌다
수년 전부터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도무지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3년 차는 말할 것도 없고 5년 차 10년 차도
광고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이제 너무 없어요
그 많던 반짝이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경력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은
신입을 꾸준히 뽑지 않은 기성 광고인들의 잘못이다
한 번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경기를 탓하며
많은 회사가 신입을 제대로 뽑지 않았고
수년 전 신입을 뽑지 않았으니까 수년 후 경력자는 없게 되었다
늘 뭐 좀 새로운 거 없나 트렌드를 찾으면서
주변 돌아가는 것에는 둔감해서
좋은 인력들이 새로운 업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두 손을 놓고 보고 있었다
오래전 우리가 광고회사를 오려고 했던 때처럼
이 업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 차고 넘칠 줄 알았다
'이 업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소중한 것인지 잊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이 업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이 더 이상 많지 않다는 것은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부산은 물론 부산보다 더 먼 곳에서부터 와서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럽게 이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그 단단한 마음 그대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마지막 인사로
저희 회사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라도
꼭 동료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무엇을 배웠냐면
강연에서 지식의 전달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키우는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조금 더 이것을 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또는 주변에
이런 분들이 계실까요.
광고회사에 오고 싶은 분들,
기획서 쓰는 법, 아이디어 발상법을 배우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는 분들,
특히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궁금한 것, 거주 지역, 현재 직업(학생, 전공 등)을 포함해서 댓글 달아주세요.
친구들을 꼬셔서 연락 주시면 더욱 재미있을 거 같고요.
서울에서 멀수록 좋습니다.
저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례는 주변 여행지를 추천해주시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카피라이터 경력 9년, AP 경력 10년의 광고인이고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꾸려서 갈게요!
다단계 아니고요. 가입이나 물건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긴장이 되고요
여러분 졸지 마시고요
다음날 새벽 배낚시 갔고요 0마리 낚았어요 헤헤헤